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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상

갱년기 화를 삭히기 위해 택한 방법

by 동경 미짱 2022.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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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스로 느낀다
내가 화가 많다는 걸 ….
물론 인정한다
굳이 핑계를 대 보란다면 갱년기 핑계를 대 본다
하지만 나도 할 말은 있다
: 갱년기인것도 맞지만 내가 정말 많이 참고 있다는 거 자기는 알지? 내 성격 알잖아?
자기야 : 응 알지 ..
: 내가 심한 거야?
자기야 : 아니 안 심해 당연한 거지..

이 대화만 들으면 내가 우리 집 자기야 때문에 엄청 화가 났고 그런 나를 자기야가 살살 달래며 비위를 맞추는거 같지만 아니 아니 노 ! 노 ! 노 !

그게 아니다
나는 우리집 자기야 랑 20년을 넘게 산 것치곤 사이가 꽤 아니 아주 썩 좋은 편이다

내가 화가 난 건 자기야 때문이 아니라 하나 있는 아들놈 히로 때문이다
요즘 히로가 정말 진짜로 진심 맘에 안 든다
성질대로 하자면  한바탕 뒤집어 버려야 하는데  아니 내 성질대로라면 한 바탕이 아니라  열댓 번도 더 뒤집었어야 하는데 그걸 참고 있자니 부글부글 끓는다
히로가 맘에 안 들어도 어쩌랴 내가 낳은 내 자식 누굴 탓하겠나
다 내 탓이지 ㅠㅠㅠ
히로가 맘에 안 드는 이유는 다음에 다시 거론하기로 하고  잔소리 않고 참고 있으려니  화딱지가 난다

보고 있자니 화딱지 나고 한번 잔소리를 시작하면 끝이 날 것 같지 않고 아니 끝이 뭐야 폭발할 것 같다 (막장 드라마 한 편은 찍을 수 있을 듯 ㅠㅠ)

내가 전화로 울 엄마에게 요즘 히로가 안 이쁘고 (하긴 스무 살 아들 녀석이 이쁘게 보이는 것도 이상하긴  하지만 ㅎㅎ) 히로 미워 죽겠다고 했더니 우리 엄마 왈
“ 니 자식인데 미우면 어쩌지? “
그래도 내가 밉다 했더니
“ 자꾸 그카지 마라 집에서 귀염 받아야 밖에서도 대접받는다. 자꾸 밉다카면 더 미워진다 “

그러니까 …  
내 말이 …
밉다 마음에 안 든다는 맘을 접고 내 화를 삭이기 위해
수양을 하기로 했다



갱년기에 끓어오르는 화를 삭이고 참을 인 忍을 수십 번  마음에 새겨 가며

식물과 꽃을 좋아하고 많이 키우고 있지만 씨부터 키우는 건 잘하지 않는다
대부분 모종을 사다가 키우는데 마음의 수양을 위해 평소에 하지 않던
새싹을 키워 보기로 했다

브로콜리 랑 무 싹 그리고 우리 집 자기야가 좋아하는 고수와 몸에 좋다는 모로헤이야 씨를 사 왔다

모종부터 키우는 나는 요런 걸  처음 봤다
와인 마개처럼 생긴 요놈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
설명서를 보니 용기에 넣고 물을 가득 채우란다

시키는 대로 했더니 어머니 세상에 물을 넣자 순식간에 몇 배로 불어난다
얼핏 보니 흙같이 생겼다
세상에 이런 것도 있구나
이런것 처음 해 보는 나로선 신기하다

고수 씨가 이렇게 생겼구나..
고수를 몇 번 키워 본 적이 있지만 ( 물론 모종부터 키웠었다. 키웠다고는 하지만 모종을 사다가  마당 한 구석이 심어 뒀더니 지가 알아서 잘 크더라 )씨는 처음 본다

흙인지 흙처럼 생긴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물에 잘 불러진 흙을 화분이 심고 구멍 송송 내고 구멍마다 씨를 하나씩 넣고 흙을 살살 덮어 주었다
설명서를 보니 심고 나서는 햇볕 잘 드는 곳에 두라고 해서 화분채 마당에 내놨다
실내에서 키울게 아니라 마당에 둘 거면 화분이 아니라 마당에다 심을걸 그랬나?
마당이 심는 게 더 잘 크지 않을까?
에이 몰라 일단 심었으니까 그냥 지켜보는 걸로..
싹이 잘 날지 어쩔지도 모르는데 벌써부터 뭔 걱정?
걱정은 싹이 나면 그때 생각하는 걸로

낮은 플라스틱 용기에 치킨 페이퍼를 넣고 흠뻑 젖을 정도로 물을 넣어 주었다

브로콜리 새싹을 솔솔 뿌려 주었다
원예 경력 20년이 넘지만 새싹을 키워 보는 건 처음이다

그리고 이건 무 씨
브로콜리 씨는 아주 작았는데 무 씨는 브로콜리에
비해 아주 아주 크다
커봐야 얼마나  크다고 아주 아주래
그냥 꽤 크다로 바꿔야지..

브로콜리는 아주 작았는데 무씨는 꽤 크다

오른쪽이 브로콜리
왼쪽이 무우

봉투를 뜯어 씨를 보기 전에는 헷갈리지 않게 이름표를 써 두어야지 했는데 막상 씨를 보니 전혀 헷갈리는 일은 없을 듯해서 이름표 적는 건 생략!  

그리고 모로헤이야는 내일 마당에다 심을 생각이다
모로헤이야는 생각보다 꽤 크니까 화분에다 키우기는 어려울 것 같다
화분에서 못 키울 거야 없지만 어차피 먹으려고 키우는 건데 땅에 심어 튼튼하게 잘 키워 제대로 수확을 해서 본전은 뽑아야 하니까

새싹 키우기가 나의 화를 삭이는데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오늘 씨앗을 사다가 심고 뿌렸을 뿐인데 그 새 화가 누그러졌다
화가 날 때마다 새싹에 물을 주고 짜증이 날때마다 “고수야 빨리 싹을 틔우렴” 하면서  화분이랑 대화를 하다 보면 참을 인 忍을 새기지 않아도 내가 화가 났다는 걸 금방 잊어버릴 것 같다
새싹을 키우며 도 道나 닦아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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