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친구들이랑 피크닉을 가기로 했다
전부 살림하면서 일하는 아줌마들이라 시간 맞추기가 힘들어서 3주 전부터 스케줄을 맞춰서 겨우 겨우 날을 맞췄다
참가 인원은 나를 포함해서 5명
정말 시간 맞추기가 너무 어려워 때론 세명씩 때론 두명씩 따로따로 만나기는 했지만 5명이 다 함께 모이는 건 코로나 이후 처음이니 2년이 훌쩍 넘었다
식당에 가서 만나면 간편하고 좋긴 하지만 정말 오래간만에 어렵게 성사된 모임인 데다가 아까도 말했듯 살림하며 일하는 아줌마들인지라 가게 같은 실내가 아닌 실외로 나가 자연을 만끽하며 피크닉을 하자고 했는데 현재로썬 수요일에 우산 마크가 있었다
비가 온단 말이지 ….
어쩌지? 식당으로 장소 변경을 해 ?
그런데 모두들 야외로 나간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하는 것 같다
그래도 결정을 해야 하니 의견을 말하라 하니 나 보고 결정하란다
자기들은 나를 따르겠노라고 …
언제나 그렇다
이 모임도 그렇고 우리집 이웃사촌들 모임도 그렇고
모임을 가지면 항상 내가 기획하고 내가 모든 걸 결정해야 한다
한국에선 그런걸 총무라고 하나?
물론 개인 성향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 적어도 내 주변은..) 기획하고 결정하는 리더는 안 하려고 한다
내가 정하고 통보를 하면 따라 오는건 잘한다
이번엔 너네들이 결정 하라고 하면 결론이 안 난다
한 마디로 말해 결정 장애에다가 결단력이 없다
내가 생각 하기엔 아마도 자기가 결정했을 때 혹시라도 누구 한 사람이라도 불만이 나올까 봐
혹 불만이 나왔을때 자기가 책임을 지기 싫어서인 것 같다
매번 내가 하니까 이번엔 너네들이 결정하라고 하면 시간만 흐를 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만 하다 결국은 내가 결정을 하니까 일본인들의 성향을 잘 아니까 거의 모든 모임엔 내가 총대를 메는 편이다
의견 취합을 못하고 아무 결정도 못하는 걸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
시간 장소부터 메뉴는 뭘로 할지 돈은 각자 얼마를 내야 할지 모두 내가 정하고 통보를 하면 따르는건 또 얼마나 잘 다르는지 ...
뭐 먹고 싶은것 있냐고 해도 아무거나라고 괜찮다 모두가 함께 하면 뭘 먹어도 상관없다 하고 어디 가고 싶은 곳 있냐 해도 모두가 가고 싶은 곳으로 해도 된다 하고
좋은데 아는데 있느냐 하면 내가 제일 많이 아니까 나 보고 결정하라 하고 …(내가 제일 많이 아는지 너네가 어찌 아냐고 ㅠㅠ)
모두가 가고 싶은곳으로 해도 된다고 모두가 말하니
그 모두가 가고 싶은게 어디 냐요고 ㅠㅠㅠ
결국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내가 그 총대를 메기로 했다
이번에도 장소를 어딜 할지 몇시에 어디서 만날지 모두 내가 정한대로 따르겠단다
뭐 언제나 그랬으니까 그런걸 결정하는 게 그다지 어려운 건 아니지만 비가 온다니 그게 문제다
오전에 비가 오다 1시쯤에는 그친다고 하니 그런것들을 고려해서 정 해야 하는데 어쩐다나 …
근처에 공원은 많고 많은데 비가 와도 괜찮은 곳이 있었던가 …
아! 생각났다
근처에 테니스 코드와 축구장 같은 스포츠 시설이 있는 공원이 있다
스포츠 시설이 있는 만큼 아주 큰 공원인데 그 공원 한 구석에 지붕이 있는 곳이 있었던 게 기억이 났다
게다가 주차장도 무료다
그래서 오늘 현장 답사를 다녀왔다
우리 집에서 차로 10분도 안 걸리는 가까운 곳에 있는 공원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공원 입구에 있는 테니스 코트를 끼고돌면 나지막한 언덕이 있다
돌계단을 올라가면
잔디밭 위에 테이블이 있고 의자가 있고
제일 중요한 지붕이 있고
주변엔 온통 나무로 둘러 쌓여 있는 요새 같은 곳
비가 오면 이 지붕 아래서
준비해 간 도시락 까먹으며 수다을 떨면 되고
비가 그치면 바로 옆에 있는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테이블과 의자에서 놀면 되고
비가 올지 안 올진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비가 안 온다면 널찍한 잔디밭에 시트를 깔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놀아도 되고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
이 공원엔 테니스가 축구 같은 스포츠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서 이곳에 피크닉을 하러 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오늘처럼 날이 화창하고 좋은 날에도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수요일은 오전에 비가 온다는데 이곳에 피크닉을 오는 사람은 없을 테니 완전 우리들만의 공간이 될 거란 건 100% 보장일 듯
나도 아래쪽 테니스 코트에 몇 번 와 본 적이 있는데 이곳엔 우연히 한번 지나가 본 게 전부였었다
지붕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확실하지 않아서 오늘 와 본 건데 아주 완벽하다
비가 와도 문제없고
만약에 해가 쨍쨍하다고 해도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에서 시원하게 보낼 수 있고
모든 문제 해결!
모두에게 만약에 비가 오더라도 피크닉은 할 거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 맛있는 도시락이나 만들어 오라고 했다
2년 6개월 만에 모이는 5명의 아줌마들의 피크닉이 기대가 된다
비가 와고 문제는 없지만 이왕이면 비가 안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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