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본에서의 인생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사람
한국에서부터 알고 지냈던 선배
30년 지기 선배인 언니야가 있다
땅값 비싼 동경에서 땅 부잣집 며느리로 살고 있는 선배를 코시국 때문에 못 만나고 있다가 지난 5월 2년 만에 만났었다
2년 만에 만나도 엊그제 만난 것 같은 사이..
내 나이 스물에 만난 선배는 일본에 와서 맺은 인연이랑은 다른 그런 끈끈함이 있다
지난 5월에 만났을 때 선배와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내가 어릴 적 울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매실 장아찌가 먹고 싶다고 했더니
선배 : 우리 집엔 매실이 너무 많아서 그냥 버리잖아
다음에 만날 때 매실 가져다 줄테니까 장아찌 담가 봐
나 : 난 먹어만 봤지 담궈 본 적 없는데 …
선배 : 내가 담가 주면 좋겠지만 알잖아 내가 그럴 여유가 없다는 거 .,, 대신 내가 매실은 좋은 걸로 골라 놓을께
아이 셋에 시어머니에 그리고 워낙 큰 집 살림이라서 일하는 나 보다도 더 바쁜 선배인지라 감히 담궈 달라고 하지는 못 했다
그리고 6월 초에 매실을 수확했다고 만나자고 약속을 했는데 선배가 허리를 삐끗 ㅠㅠㅠ
결국 6월에 만나지 못하고 그렇게 7월을 맞이 했다
선배는 매실을 나에게 전해 주지 못하는 것에 진한 아쉬움을 표했었다
그리고 오늘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난주부터 허리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조만간 만나자고 하면서 한참을 전화로 수다를 떨었다
나는 매실 장아찌에 대해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선배는 매실 장아찌를 잊지 않았나 보다
선배 : 못 만나서 매실을 못 전해 줘서 내가 담그려고 설탕에 재워 뒀거든
나 : 아이고 언니야 허리도 아픈데 뭐 그걸 담글려고 했어요
선배 : 그래도 미짱이 그렇게 먹고 싶다는데 담가 보자 했지 근데
나도 매실 장아찌는 처음 담그는 거라서 자신이 없긴 했는데 근데 문제가 발행했어
매실을 재워 뒀다가 건져내고 다시 설탕에 재워야 아삭한 식감이 된다는데 내가 건져 내는 걸 잊어버리고 그냥 뒀더니 물렁 물렁 해져 버렸어 ㅠㅠ 어떻게 해
나 ; 나도 장아찌는 담가 본 적 없어서 잘 모르는데
식감이 중요하죠
선배 ; 그니까 이번엔 실패인 것 같아
어떻게 해 꼭 미짱에게 담가 주려고 했는데..
허리 아파 병원 다닌다면서 그래도 후배가 매실 장아찌 먹고 싶다고 했다고 그걸 담그겠다고 쭈그리고 앉아 씨를 하나하나 발라냈을 선배를 생각하니 내가 괜히 장아찌 얘기를 꺼냈나 하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선배가 실패한 매실 장아찌라며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으로 봤을 땐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선배 말로는 물렁 물렁하다고 하니 장아찌로써는 사망 선고를 내려야 한다고 한다
선배 : 씨 발라낸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렇게 돼서 너무 속상해
나 : 나 때문에 언니가 괜한 고생을 했네요
선배 : 아니야. 그래도 정말 결과가 이렇게 된게 넘 속상해
괜히 내가 매실 장아찌 먹고 싶다고 해서 선배 고생은 고생대로 시키고 실패한 결과에 때문에 선배 속 상하게 하고.. 미안하게 시리..
선배는 애써 씨를 발라낸 것도 너무 아깝고 실패한 매실도 넘 아까워서 어쩌나 어쩌나 하다가 매실 잼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에 만날까 매실 장아찌가 아닌 매실 잼을 가져가 주겠노라고
그리고 내년엔 꼭 매실 장아찌를 성공하겠노라는 다짐을 ㅎㅎㅎ
결국 실패한 매실 장아찌는 매실 잼이 되었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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