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100미터쯤 거리에 작은 신사가 하나 있다
일본은 동네마다 동네를 지키는 신사가 하나쯤은 있다
사실 우리집에서 100미터도 안 된다
신사 바로 앞에 이시이 할아버지의 무인 채소 판매대가 있다
매일 아침 밭에서 수확한 신선한 채소를 내놓으시기 때문에 오늘은 뭐가 있나 싶어서
모 꼬짱이랑 산책을 하면 항상 그 앞을 지나는 코스로 산책을 하게 된다
https://michan1027.tistory.com/2039
산책도 하고 신선한 채소도 싸게 사고 겸사겸사
그런데 요즘엔 신사 앞을 산책 코스로 하는데에는 채소뿐만 아니라 다른 이유가 생겼다
신사 앞에 커다란 은행 나무가 하나 있는데 요즘 은행이 몇 개씩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갈 때마다 바닥에 떨어진 은행을 적게는 서너 개 많게는 열개까지도 주워 올 때가 있다
그렇게 한 열흘 정도 은행을 주웠나 보다
처음엔 이거 몇개 주워다 뭐 하나 싶었는데 매일매일 줍다 보니
국그릇 하나 정도쯤 모였다
어제 정말 바람이 많이 불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일까
오늘은 꽤 많은 은행이 떨어져 있었다
어제저녁 거센 바람 덕에 우수수 많이도 떨어져 있었다
줍기만 하면 되는 은행
아깝다 싶어서 열심히 주웠다
다들 아시다시피 은행은 진짜 똥냄새처럼 지독한 냄새가 난다
몇 개씩 주워와 씻을 때는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았었는데 대량으로 주워 와서 씻으려고 하니
냄새가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ㅠㅠㅠ
열흘 넘게 주워 온 오른쪽 은행과 오늘 하루 주워 온 은행..
깨끗하게 잘 씻어서 물기를 빼기 위해 두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돌아 온 히로가 징베 들어서자마자 한 첫마디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말이었다
도대체 뭔 냄새냐라고 묻는 히로에게 은행이라 알려 줬더니 이런 지독한 냄새가 나는걸 어떻게 먹냐고 반문을 한다
은행 맛을 모르니 그런 소리를 하지 ㅎㅎ
저녁 내내 히로는 몇번이나 냄새 지독하다는 말을 했는지 모른다
퇴근하고 오는 우리 집 자기야에게 미리 은행 이야기를 했다
히로가 똥냄새가 난다고 난리라고 각오하고 집에 들어오라 했었는데
집에 들어 온 자기야가 한 첫 말은 " 치즈 냄새가 난다"였다
우리 집 자기야는 술안주로 은행구이를 먹어 본 경험이 있어서 맛있는 은행 맛을 알기에
은행구이를 먹는다는 기대감에 히로는 먹을수 없는 지독한 똥 냄새가 난다는 은행 냄새가
우리 집 자기야에겐 치즈 냄새로 느낄 수 있다는 게 재미있었다
누구에겐 똥 냄새
누구에겐 치즈 냄새 ..
은행 구이를 맛 본 후 히로는 지독한 똥 냄새가 아닌 아빠처럼 치즈 냄새가 난다는 말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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