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너무나 따사로운 토요일
히로는 아침부터 부카츠 활동인 테니스를 위해 아침부터 집을 나섰다
울 자기야는 어제부터 후쿠오카로 출장중
지금까지 자기야는 출장이락 해야 1년에 서너번
그것도 겨우 1박 2일의 짧은 출장인데 이번달 들어선 벌써 두번째 출장이다
달랑 세식구인 울 집
두 남정네가 없는 토요일 주말 오후
조용한 토요일 ... 음 .... 쬐께 외롭네 ..
근데 날은 또 왜 이리 좋은거야?
마당에서 올려다 본 하늘 .. 푸르다
구름 한점도 없다 울 집 마당의 커다란 석류나무도 잎이 무성 해 졌다
처음 저 석류 나무를 심을때 이렇게 큰 나무가 될줄은 몰랐다
쬐께 외롭다고 .... 외.. 로... 움 ... 그게 뭔데???
외로움 ... 즐겨라
외로운 새가 어디있다고 ..
난 혼자서도 잘 노는 여자니까 오늘은 여왕 놀이나 해 볼까나 ..
혼자 먹는 점심
아니지 여왕놀이니까 조금 우아하게 런치라고 써 본다
평소같으면 냉장고에서 김치에다가 전날 남은 반찬에다가
대충 챙겨 먹을텐데 오늘은 우아한 여왕 놀이 하는 날이니까
마당에 나가 쑥 쑥 자라는 풀떼기 몇개 뜯어 왔다
그러고 보니 올 들어 첫 수확이다
시녀가 차려준 아니 시녀가 없어서
나 스스로 차린 우아한 여왕의 런치
내가 좋아하는 베이커리의 건포도 빵이랑
쌀가루로 만든 호두가 든 빵 몇 조각 잘라내고
구색은 맞춰야겠어서 퍼인애플 몇조각 썰어내고
냉장고에 있길래 토마토도 함께
난 헤이즐럿 커피를 참 좋아한다
커피콩 직접 갈아 커피도 내렸다
오늘은 여왕이 컨셥이지만 차려줄 사람이 없으니
내 손으로 직접 갈고 내손으로 직접 내린 커피 한잔
자기야가 있으면 커피콩 갈고 커피 내리는 건 자기야 일인데
어쩔수 없다 오늘은 내 손으로 직접 다 할수 밖에 ..
근데 솔직히 자기야가 내려주는 커피가 더 맛 있다
그렇다고 출장 가 있는 남편에게 마누라 커피 내려 달라고 오라 할수 없는 현실
ㅠㅠㅠ
마당에서 뜯어온 풀떼기로 사라다도 한 접시 후따닥 만들고
몇 일전 울 집 마당의 꽃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어떤분이 한려화는 먹을수 있는 꽃이라 댓글을 남겨 주셨길래
그렇다면 한번 먹어 볼까나
오렌지 한려화를 딸까 노란 한려화를 딸가 잠시 고민하다
파인애플이 노란색이니 오늘은 구색을 맞춰
오렌지 한려화로 결정
한려화 한송이 따다가 파인애플 앞에 살짜기 놓아 주었다
그러곤 만족 만족! 쬐께 있어 보인다고 자화자찬
토요일 오후
여왕이 직접 자기 손으로 차린 우아한 여왕의 런치
봄 꽃들로 가득한 마당에 자리 잡았다
이틀전만 하더라도 아직 활짝 핀 상태가 아니었는데
날이 넘 따사로워서인지 이틀 만에 활짝 핀 꽃을 바라보며
여왕의 런치에 음악을 깔아야 하는 건 기본이니까 음악도 틀어 놓고
우아하게 헤이즐럿 커피 한 모금
역시 헤이즐넛은 향기가 넘 좋다
여왕의 옆자리를 지키며 친구 해 주는 우리집 여수 모꼬짱
푸르른 하늘이 있고 이쁜 꽃이 있고
살랑 살랑 불어 오는 바람이 있고
향기로운 커피가 있고 음악이 있고
옆에는 내가 외로울까봐 내 곁을 지키는 모꼬짱이 있고
평화롭고 행복한 우아한 여왕의 런치 시간 ....
이거 넘 완벽하잖아
오히려 토요일 점심 차려 달라는 두 남자가 없으니 좋다
한참을 음악과 함께 런치를 즐겼다
그리고 좁고 좁은 우리집 마당 탐험
어떤 꽃이 피었나? 깻잎은 얼마나 자랐을까?
마당을 둘러 보는데
그런데 여왕님 눈에 거슬리는 게 있으니 바로 잡초라는 아이 ...
쟤네들은 거름도 안 주는데 어쩜 저리 잘 자라는지 모르겠다
아쉽다 .. 여왕 놀이는 여기서 끝!
이젠 현실로 돌아와서
호미들고 풀 뽑기
이상은 여왕인데 현실은 호미 자루 들고 쪼그리고 앉아서 풀 뽑는 아줌마
ㅠㅠㅠㅠ
풀을 뽑다가 흙으로 더러워진 손에 눈이 간다
여왕님 손이 이렇게 거칠리가 있나
아내이자 엄마인 여자 집안 일도 해야 하고
게다가 케익만드는 일을 하는 여자
가끔은 풀을 뽑아야 하는 여자의 손이 이렇게 거친게 뭐 그리 흠이라고 ...
요즘 이렇게 손이 거친 여자가 있나?
내가 넘 관리를 안 하나?
하다 못해 핸드 크림이라도 열심히 발라주면 좀 나을텐데
핸드크림 바르는 것도 일이라고 잘 하지 못하는 나란 여자
여왕은 무슨 ....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고
여왕에서 무수리로 급 신분 하락한 나란 여자
결국 비닐 봉지 두 봉지 가득 풀을 뽑고야 말았다
음악을 틀어 놓고 쭈그리고 앉아 풀 뽑는 내 곁을
내내 지켜주는 여수 모꼬짱
여왕놀이는 짧게 끝났지만 또 그 나름 행복한 토요일 오후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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