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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상

오늘 본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모습

by 동경 미짱 2018.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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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부터 드라이브 나가자고 조르는 남편님 ..

11월 25일은 마눌 생일이고 

그 이틀후는  자기야랑 미짱이 결혼이란걸 한 날이다 

일본인 남편이랑 한국인 아내 국제부부로 살아 온 20년


한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에 자기야는 

20년 결혼 기념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

그 첫 번째 계획이 9월 서울로의 추억여행이었다

하나뿐인 아들녀석 고딩 히로를 혼자 남겨두고 떠난 서울 여행 

 20년전 첫 데이트 코스였던 

남산타워도 갔고 첫 신혼집도 찾아 보았고 

그렇게 20년전  추억 여행은 자기야의 계획대로 무사히 

그리고 정말 의미있고 즐거운  뜻 깊은 서울 추억 여행이 되었었다  


그리고 결혼  20주년 또 하나의 자기야의  계획은

11월에 이번에도 고딩인 히로는 왕따시키고 

둘이서 조용한 곳으로 훌쩍 떠나자는 계획이었다 

어디로 갈까 어디로 깔까 한참 신나 했었던 자기야 ...

그런데 9월 서울 여행을 다녀온 후 

10월부터 우리집 자기야는 갑자기 너무도 바빠졌다

새로운  프로젝트에다가 회사 사장이 자기야에게 엄청난  양의 과제를 내기 시작했다 

하나를 마치자 마자 또 다른 과제 ...

자기야 말로는 사장이 자기에게 기대 하는 만큼 자기를 

시험 하는 거라는데  그 시험을 잘 치루고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고 

매일 매일 잔업의 연속에다가 평소 출장이 잘 없는 자기야인데 

10월부터 지금까지 3번이나 출장을 다녀왔다 

월급  받는 샐러리맨의 비애 ㅠㅠㅠ

게다가 뒤 늦게 시작한  대학원의 과제까지 ...

결국 10월말에 


 자기야 .. 미안한데 11월에 가기로 한 여행 

내년 2월쯤 가면 안될까?

지금은 너무 바빠서 휴가 내기가 어려울것 같아서 ..

내년 2월쯤엔 어떻게 될것 같은데 ...


너무나 현실주의자인 마눌은 크게 섭섭할것도 없었는데 

마누라랑  달리 분위기 찾고 낭만 찾는 자기야는 

괜시리 마눌에게 미안하고 속상하고 그랬나 보다 

 


11월 마지막주부터는  연말까지 마누라가 직업 특성상 휴가를 못 낸다 

다음주부터는 평일에 놀고 주말에 근무하는 시프트가 될것 같다 

왜냐하면 내일부터 크리스마스 케익 제작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농담 삼아 죽고 싶어도 바빠서 죽을 시간이 없다는  바로 그 시즌 

남들에겐 즐거운 크리스마스지만 나 에겐 공포의 크리스마스 시즌이기 때문이다 

쉬는 날은 녹초가 되어  아무것도 하기 싫은 

오직 방콕을 하며 뒹굴 뒹굴 하고 싶어지는 공포의 12월 .. 


마누라 생일인데다가 

이틀후의 결혼 20주년 또한 평일인지라 

어쩌면 올 들어 마지막  울 부부가 함께 노는 주말일 가능성이 농후한지라 

가까운곳 드라이브를 나가자는 거였다





밖으로 나오니  좋긴 좋다 

어느새 노란 은행은 잎이  다 떨어져 노란 융탄자를 만들었고

알록 달록 빨간 단풍은 한껏 이쁨을 자랑한다 

우리가 이렇게 좋은 때 결혼이란걸 했구나 ...



우연히 발견한 상점가 

정리되지 않은 난잡함이 묘하게 분위기가 있다 

이 곳은 강가에  크리스마스 대형 트리로 유명한 곳이다

아쉽게도 다음주부터 라이트 업 한다고 한다 

아무리 바빠도 라이트 업 하는 밤에 다시 한번 오고 싶은데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말 그대로 케익 만드는 직업을 가진 나에겐 

지옥과 같은 크리스 마스 시즌 12월이라서 ..



지붕에 대롱 대롱 달린 멧돼지 두마리 

깜짝 놀랐는데 자세히 쳐다보니 박제였다는 ..

저걸 왜 저기에다 메달아 두었을까 ?



난 줄 서는걸 참 싫어 하는데 울 자기야 기어이 주을 서고 만다 



일본에선 흔한 떡 굽는 모습 

저렇게 구워서 달달한 간장 쏘스 발라 먹는다 



일본의 흔한 물고기 굽는 법 

아유라는 물고기인데 한국에선 은어??

아유는 일본 사람들이 정말로 좋아 하는 생선이다 

일반 마트에서는 볼 수 없고 강가나 물가 관광지에 가면 반드시 

있는게 바로 이 구운  은어이다 

작은 소금구이 아유(은어) 한마리에 6천원 

이걸 들고 길거리에 서서 그냥 먹는다는 ..

 


은어 굽는 냄새가 식욕을 돋군다 



고헤이 야끼라고 하는 이건 뭐라고 설명을 해야하나 

밥알을 살짝 으깨어 얇게 뭉친후  납작한 나무 꼬치에 끼워

잘 구운후 달짝 한 된장을 발라 먹는 

아주 심플 단순한 먹거리다 

한개 4000원이었다는 ..



자기야랑 드라이브로 잠깐 나온 

동경 변두리인 우리집에서 더 변두리로 나온 곳 

비록 가까운 곳이었지만 기분 전환 하기엔 딱이었다


오늘 나온  짧은 외출에서 난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다 

댐 근처 상점가 오기전에 잠깐 들린 한적한 공원에서였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데 맞은편에 파란  경차 한대

그 옆으로  연세 지긋하신 할아버지랑 할머니 

두 분이 의자를 꺼내 놓고 앉아 계셨다 

이 넓은 공원에서 경치 좋은 곳 다 놔 두고 왜 주차장에 앉아 계실까?

일광욕이라도 즐기시나 ?


두어시간 공원을 둘러 보고 돌아 왔는데 그때까지도 

두 분이서 의자에 꼼짝도 않고 앉아 계셨다 

때마침 자기야에게 전화가 왔다

저 만치 떨어져서 한참을 통화하는 자기야

난 조수석에 앉아 멍하니 정면을 바라보는데 

바로 그 정면에  할아버지랑 할머니..



두 분이 뭐 하시나?

자세히 보니 할아버지가 할머니 손톱을 잘라 주고 계신다 



할머니가 화장실을 가시는지 잠시 자리를 비우자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사라지신 방향을 한참을 쳐다 보셨다 

뭐가 그리 애틋하신지 ...

할머니가 다시 의자로 돌아 오자 한참을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지 

도란 도란 머리 맞대고 계시다가 의자를 정리하시고 훌쩍 떠나셨다

아직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아 주차장이 한산한 

오전 시간 두서너시간 두 분이서 일광욕을 하시다 가시는것 같았다 


별것 아닌 우리주변의 일상이겠지만 

두 분의 모습이 한동안 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행복이 뭐 별건가 

나이 들어 두 노부부 건강하게 서로를 챙겨주고 

손톱도 깍아주고 별 것 아닌 시시한  이야기에도  하하하 호호호 

웃으며 장난 맞춰 줄수 있는 저 여유로움 ..


자기야랑 만나 결혼을 한지  20년...

지금까지 그럭 저럭 잘 살아 온것 같고 

앞으로 20년후 

내 모습이 내 남편 모습이 딱 저 두분 같으면 좋겠다 싶다 

20년후 직접 운전을 할수 있는 건강과 

좋고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동네 가까운 공원 햇살 따스한 곳에 앉아 

손을 내어주고 손톱도 깍아주고 ..

딱 저 두 분 같았으면 좋겠다 

20년 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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