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스스로 이런 말을 하는 게 어찌 보면 오만하고 건방져 보일지 모르겠지만 지금껏 살아오면서 느끼는 게
난 딴건 몰라도 인복 하나는 타고났구나.. 하는 거다
한국에 살때도 그랬다
딴 건 몰라도 인복 하나는 정말 좋았었다
한국에선 특히 어른들에게 귀여움을 많이 받았었다
아마도 요즘 세상엔 적용되지 않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의 20대에는 적용되었던 말
" 부잣집 맏며느리감" 이라는 말
내가 통통하니 어른들이 좋아할 상이다
그래서 한국 살땐 윗어른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일본에 와서 산지 20년이 넘었다
지금이야 한류다 하면서 일본 생활이 많이 좋아졌지만 20년 전엔 그런 환경이 아니었다
녹녹지 않을 일본 생활이 난 참 수월했다
역시나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넘 많았고 또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았다
지금 살고 있는 이 동네로 이사를 온 것도 나에겐 참 행운이었다
서로의 집을 왕래하며 지내는 좋은 이웃사촌들을 만나 외로움을 모르고 살았다
그리고 지금 회사에서도 좋은 동료들이 많아서 외국인으로써 일본에서 직장에 다니지만
어려움 없이 잘 다니고 있다
한국에서 많았던 인복이 이곳 일본에서도 여전히 인복 하나는...
수확의 계절 가을이 되고 나니 이것저것 많이 받고 있다
회사 후배 유미 짱이 시골 친척집에서 보내왔다며 포도를 가져다주었다
유미짱은 뭔가를 줄 때 항상 손 편지를 함께 준다
항상 맛있는 거 줘서 고맙다고 하지만 내가 준거라곤 김치 몇 번 준 게 다인데
오히려 내가 미안할 정도로 너무 많이 받지 않아나 싶다
내 생일 때면 항상 작은 선물과 함께 손 편지를 준다
작년 생일 땐 머프러를 선물로 받았었다
뭔가를 받아서라기 보다 작은 쪽지지만 손 편지가 그녀의 마음을 느끼게 한다
가을이 되니 이런 것도 받는다
이웃사촌 가즈꼬 언니의 친정아버지가 텃밭에서 직접 키운 땅콩
일본은 생땅콩을 사기가 쉽지가 않다
시골에나 가야 구할 수 있을까..
몇 년 전 가즈꼬 언니가 이런 걸 먹어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삶은 땅콩을 주길래
내가 너무 좋아하는 건데 일본에 와서 생땅콩을 구하기가 힘들어 못 먹었다고 했더니 그때부터
매년 땅콩을 삶아서 가져다준다
어릴 적 가을 소풍 특히 가을 운동회 때는 삶은 땅콩이랑 삶은 밤은 반드시 먹었었다
나에겐 추억의 삶은 땅콩이다
회사의 한국인 후배가 가져다준 건
너무너무 반가운 매실 장아찌와 고추 장아찌
그녀가 직접 담갔다는 장아찌라 더 반갑고 고맙다
특히 매실 장아찌 ㅎㅎ
친하게 지내는 동료들에겐 집안 이야기도 가끔 나눈다
우리 집 자기야가 오하기 ( 찹쌀을 뭉쳐서 팥이나 검정깨나 콩고물 같은 거로 감싼 거. 판이 일반적이다)를 너무 좋아한다는 걸 아는 직장 동료 미치꼬가 긴자에 나갔다가 맛있어 보여서 샀다며 준 여러 가지 종류의 오하기
나뿐만 아니라 남편까지 챙겨주니 땡큐!
나랑 친하게 지내는 직장 동료들은 자기야 뿐만 아니라 히로까지도 챙겨 주곤 한다
일본에 와서 20년을 살면서 향수병 한번 걸리지 않고 잘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사람들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인복 있다는 말이 얼마나 좋은 말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이웃 시촌들 .. 그리고 직장 동료들 ..
참 고마운 사람들....
나 모나지 않게 잘 살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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