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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일상 /일본에서 일하기

내 인생 최고의 갑질

by 동경 미짱 2023.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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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이 하루를 마감하는 늦은 밤 모꼬짱이랑 밤 산책을 나섰다 

요즘 우리집 두 남자가 모꼬짱 산책에 게으름을 피우고  있어서 모꼬짱의 산책은

온전히 내 몫이 되고 말았다 

 

솔직히 가끔은 귀찮다 싶을때도 있지만 산책 가자는 말 한마디에 

좋아서 꼬리를 살랑 살랑 흔드는 모꼬짱을 보면 산책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밤 산책을 나서면 보이는 멋진 울 동네 야경 

 

 

 모꼬짱과의 산책길이 나에게도 좋은 힐링의 시간이다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라던지 이런저런 복잡한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힐링의 시간 

 

오늘도 사실 마음이 좀 복잡하다 

내가 잘 한 일인지 모르겠다  

 

지금 회사에 근무한 지 17년 차다 

지금이야 년차도 있고 또 팀의 최고참으로 리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당연히 나에게도 신입 시절이 있었다 

처음 입사는 제빵팀이었다가 5년  정도 근무를 한 후 케이크쪽으로 자리를  옮겼었다

입사 5년 차지만 케이크팀에선 다시 신입 입장

그 당시 케이크 팀에는 미호라는 30대 초반 여성이 리더였는데 

한마디로 말해 일은 엄청 잘하는 실력자다 

키도 크고  눈은 동그랗고 커다란 사슴 같은 눈  (당연히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게다가 한 내숭을 해서 남자들에 대해는 태도와 여자들에 대하는 태도가 다른 스타일!

 

난 그 당시 이 미호에게 왕따를 당했었다

왕따라 해야 할지 무시라 해야 할지 ...

처음에 내가 케이크 부로 이동했을 때 나에게 센스도 일도 잘한다 칭찬을 했었고 

당연히 사이도 괜찮았다 

그런데 30대 초반이었던 미호는 20대 초반의 대학생 아르바이트 생 게타로군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었다 

게타로는 내가 제빵팀에 있을 때 내 후배였는데 미호에게 내 흉을 보았고 

게타로군이랑 친밀한 사이였던 미호는 그 후로 나를 무시하며 왕따를 하기 시작했다

난 지금도 게타로가 왜 내 흉을 보았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내 짐작으론 외국인인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지시를 받는 게 싫었던 게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다 

 

한 2년 정도 맘고생을 했다 

케이크 부 완전 신입인 나로선 리더인 미호에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2년쯤 지난 후 30대 초반의 미혼인 미호는 40대 초반의 유부남인 매니저랑 불륜을 저질렀다

(대학생 게타로랑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해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면서 자연스레 헤어진 상태)

우리 회사는 규정상 한 팀에 가족이 (연인 관계 포함) 함께 근무를 할 수 없다 

둘의 관계를 숨기고 불륜을 이어갔는데 누군가 본사에 고자질해 본사에서 확인을 하러 나왔었다

 헤어지거나 누군가 다른 팀으로 가거나 

아님 한 명이  그만두어야 했는데 그 둘의 선택은 

 유부남 매니저는 이혼을 하고 미호랑 재혼을 하고 미호가 회사를 그만두는 선택을 했었다  

 

그렇게  난 미호의 왕따에게서 벗어났다 

미호가 없는 우리 팀은 그 후 평화롭게 시간이 흘러 흘러 

그 당시 신입에 왕따였던 내가 10년이 지난 지금은 팀의 최고참이 되었다 

그 당시 미호의 입장이 되어 있는 나..

 

며칠 전 상사로부터 미호가 재 입사를 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당시 내가 미호 때문에 힘들었다는 걸 아는 상사는 일단 나에게 어떻냐고 물었다 

10년 전 그때와는 달리 이젠 당하고만 있을 내가 아니고 무엇보다 이젠 내가 리더니까 

껄끄럽긴 하지만 별 문제 될 건 없다 

내가  상사에게 말했다 

"당신이 나에게 그걸 물어볼 정도면 당신은 그녀를 입사시키려고 마음의 결정을 내린 거 아니냐고 

그렇다면 내 의견은 아무 의미가 없는 거 아니냐고 맘 대로 하라고.."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그 며칠 동안 내 맘은 뒤숭생숭에 머리는 복잡했다 

지금은 내가 그녀에게 지시할 수 있는 입장이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정말 달라졌지만 

내가 그녀를 옆에 두고 지켜볼 수 있을까 

지금 일일이 그 내용을 다 적어 낼 수는 없지만 

내가 살아오면서 처음 당해 보는 왕따였기에 잊을 수가 없다 

내가 과연 그녀에게 다른 직원들처럼 똑 같이 대할 수 있을까 

며칠이 지났지만 그동안 수없이 생각했지만 난  그렇게 마음 넓은 사람이 아니란 결론이 나왔다 

물론 업무적으로는 그때와 상황과 입장이 다르지만 난 그녀를 잘 알고 있다 

미호는 분명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가 나에게 당한 척할 테고

결국 난 그녀에게 갑질하는 갑질녀가 되어 있을게 뻔하다

10년 전에도 그랬다 

나에게뿐만 아니라 예를 들어 다른 애들이 일을 열심히 안 해서 자기 혼자 일을 다 하는 척 

자기가 없으면 팀이 안 돌아가는 척, 약한 척,

가녀리고 이쁜 그녀들의 말을 남자들은 다 믿었다 

심지어는 내 블로그에 가끔 등장하는 동료인 미치꼬상은 매니저에게 

" 왜 일을 미호에게 다 미루고 넌 열심히 안 하느냐"는 말까지 듣고 억울해했었다 

미치꼬 말로는 내가 할게라고 했는데 미호가 괜찮다고  하고 자기가 하고서는 매니저에게는 

다른 애들이 안 하니까 힘든 일은 자기가 다 한다는 식으로 말한다고...

 

뭐 결론은 난 속 좁은 여자고 미호를 받아 들일수 없다

나의 이기적인 생각인가 싶어서 미치꼬에게 미호가 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미치꼬도 싫단다 

그렇단 말이지...

 

상사에게 말했다 

도저히 미호와는 같이 일 할수 없다고

이때까지만 해도 상사는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둥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나를 설득하려고 했다 

난 그녀의 얼굴도 보기 싫다고  

그래도 당신이 그녀를 고집한다면 난 본사에 내가 그 당시 당했던 걸 보고 하고 상담을 받겠다 

 

내가 이렇게 강경하게 나가니까 

상사는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재 입사는 백지화가 되었다 

 

미호도 이해가 안 된다 

자기가 내게 한 짓이 있는데 어떻게 재 입사를 할 생각을 하지 

자기가 내게 한 짓을 잊어버린 건가?

그때는 몰랐겠지 자기가 그렇게 무시하던 나로 인해 자기의 재 입사 길이 막힐줄은 ...

 

사실 내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잊지  못할 정도의 심한 괴롭힘은 아니었다 

별것 아니라고 치부하면 별것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의 여우짓을 못 봐줄 것 같다 

 

난 이번에 알았다 

내가 엄청 속 좁고 뒷 끝 있는 여자란 걸...

내 인생 최고의 갑질을 했다 

입사를 원하는 사람 입사를 막는....

 

 

이 글은 예약글이고 난 지금 여행 중! 

드넓은 호수를 바라보면 복잡한 마음을 정리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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