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어머니와 한국 며느리로 연을 맺은지
19년째이다
19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시어머니와 나 사이에는 암묵의 룰이 존재한다
시부모님이 우리집으로 오시면
내 집이니까 내 부엌이니까
내가 밥도 하고 내가 주인장 행세하기
반대로 내가 시댁에 가면
난 손님이고 시어머님이 주인장
뭐 그런 룰이다
난 어쩌면 간 큰 며느리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4일간의 시댁 방문중 단 한번도 밥을 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머님이 차려 놓으신 밥 상 받아 먹는
말 그대로 간 큰 며느리이다
첫날 어머님이 차려 놓으신 아침 상이다
빵을 구우시고선
따로 밥이랑 미소시루(된장 국)을 끓여 놓으셨다
식성 따라 먹고 싶은것 먹으라고 ...
3일 아침을 가만히 앉아 어머님이 만드신 밥상을 받았다
밥을 먹고 설거지라도 할려고 하면
시어머님이 말리신다
그냥 두고 커피나 마시라고
그러면 시아버님이 커피를 내려 주신다
난 앉아서 또 가만히 앉아 마신다
정말 이런 간 큰 며느리가 또 어디 있을까
처음엔 이런 간 큰 며느리 노릇이 엄청 불편했다
나로 말할것 같으면 할머니 모시고 사는 대가족집
막내 딸이 아니었던가
울 엄니 어린 나이에 시집 와서는 평생을
시어머니 모시고 사셨다
시동생 시누이 시집 장가 다 보낼때 까지
한 집에 데리고 살았던 맏며느리 울 엄마
딸이 아닌가 내가 ...
그렇게 자란 내가 간 큰 며느리 노릇 하기가
맘 편하지 만은 않다
하지만 울 시어머님이 그걸 원하신다
내가 시댁을 방문하면 편히 있다 가길 원하신다
" 미짱이 일 하는 여잔데
일하며 살림하며 그게 얼마나 피곤한데
미짱도 가끔은 편히 쉬어야지 "
울 시어머님이 워킹맘이셨다
아들 둘 키우며 종합 병원 관리 영양사로 열심히 살아 오셨다
시아버님은 큐슈단시다 (큐슈남자)
일본에선 큐슈 출신 남자는 가부장적인걸로 유명하다
울 시아버님은 전형적인 큐슈 남자
일절 집안 일이라곤 거들떠 보지도 않고
두 아들 교육? 그게 뭔데 ?
그런건 당연히 여자가 하는 일이고 ...
그러니 울 시어머님 혼자로 일하랴
살림하랴 애 키우랴 몸 고생 맘 고생 많이 하셨다
그래서 울 시어머님 일 하는 며느리 고생한다 생각 하신다
쉬어야 한다 생각 하신다
그래서 내가 시댁에 가면 아무 일 말고
그냥 쉬다 가시길 바라신다
어머님이 차려 주시는 밥상을 가만히 앉아 받아 먹는 대신
난 시어머님께 여우짓을 한다
딸 없이 무뚝뚝한 남편에
다정 다감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는
두 아들 녀석 속에서 홀로 외로우셨던 시어머님
내가 여수짓하고
어머님 어머님 하며 쫑알 쫑알 대면 넘 좋아하신다
지난번 한국에 갔을때
일본에 계신 시어머님이랑 통화를 한 적이 있다
한참을 전화를 했나 보다
전화 끊고 나니 울 친정엄니가 나에게 하는 말
" 넌 시어머님이랑 무슨 할 말이 그리 많노 ?"
그러게 뭔 할 말이 그리 많은지 ..
난 시어머님이란 있으면 할 말이 참 많은데
말이지 ..
이번에 나고야 시댁에 가면서
치즈 케잌을 8개나 사 갔다
어머님이 평소에 친하게 지내시는
지인들에게 나누어 드리기 위해서
내가 운전을 하고 어머님과 함께 지인 집을 돌아 다니며
선물로 치즈 케익을 건네며
"울 큰 애들이 오면서 사 왔네
얘가 우리 큰 며느리야 "
하면서 자랑을 하신다
일본 시어머니 한국 며느리 ...
사람마다 다 각각 다르겠지만
울 집은 그렇다
어머님은 며느리 일하고 고생한다며
집안 일 안 시키시려 하시고
며느린 평소에 외로우신 어머님 위해
어머님 어머님 하며 때론 시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쫑알 쫑알 여수짓 하는걸로
서로 만족을 하고 있다
" 10월 말에 유미꼬가 (어머님 여동생 즉 시이모님이시다)
동경 너네 집에 3일정도 가겠다네"
네 그래요
정확한 날짜만 미리 알려 주세요
휴가 내서 쉬도록 할께요.
어머님도 이모님이랑 함께 오실꺼죠?"
" 응 날 맞춰 같이 갈까 싶네 .."
네 그렇게 하세요
그렇게 10월 말에 또 한번 손님 치루게 생겼다
보통 일본 사람들 아무리 친척이라도
집에서 잠을 자고 가거나 그러지 않는다
혹 일이 있어서 동경에 온다고 하더라도
호텔 예약해 두고 잠깐 얼굴 보러 오는 정도...
시어머님 뿐만 아니라 시이모님도 우리집에
오시면 편하시단다
시어머님이랑 며느리 관계라는게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딸이 될수는 없는 법
며느리는 며느리고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다
하지만 ....
서로 그 사람 입장을 이해 할려하고
조금만 더 그 사람을 위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딸이 될 순 없어도
편한 관계로 지낼 수는 있는 것 같다
시어머님 친구분들이 그러신단다
" 어떻게 며느리네 가서 일주일을 있을수 있어?
난 하루도 불편하던데 ..."
그러게 울 시어머님은 우리집이 왜 그리 편하신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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