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귀하지만 귀하지 않는 것

일본에서 귀하지만 귀하지 않는것이라 ...

수수께끼도 아니고 알쏭달쏭한 참으로 요상한 제목이다

동경 변두리의 우리 동네는 주택가 중간 중간에 

아직까지 밭이 몇군데 남아 있다 

우리동네는 이 동네 대대로 살아 오는 토박이 

즉 조상 대대로 물려 받은 땅이 있는 땅부자들이 꽤 있는 편이다 

울 동네 이시이 할아버지도 그런  땅부자중 한명 ! 

이시이 할아버지는 커다란 2개의 밭이 있는데 

한군데는  배추, 토마토, 고구마, 양배추 , 시금치 등등등 ..

철철이 다른 작목을 재배하는 밭이고 

또 하나의 밭은 매실나무 밭이다 

철철이 채소를 심는 밭은 할아버지가  혼자서 열심히 농사를 지으시고 

(혼자서 하기엔 넘 넓은 땅이라 아무것도 심지 않고 방치중인 

땅이 더 넓다는 부러운 현실 !

제게 내 땅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ㅋㅋ)

매실밭은 농경지면 세금이 싸니까 

그냥 매실 나무를 심어 두신것 같다 

조상 대대로 물려 받은 땅이라 할아버지 살아 생전에 

팔지 않고 지키실려는 것 같다 

재작년에 이시이 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 

내가 할머니 장례식에 갈 정도이니 

나랑은 꽤 친하게 지내는 동네 할아버지이시다 

이시이 할아버지의 매실밭 한귀퉁이에  커다란 감나무도 하나 있다 

이시이 할아버지네 매실밭의 감나무에 감이 주렁 주렁 열렸다 

감나무 뒤에 보이는 나무는 전부 매실나무 ..

감나무에 감이 주렁 주렁 열렸지만 

이시이 할아버지가 저 감을 따는걸 본적이 없다 

따지 않고 드냥 내 버려두어서 

잘 익은 감이 바닥에 무수히 떨어져 뒹굴고 있다 

일본은 단감은 먹는데  홍시를 먹지 않는다 

음 ... 일본은이라 하면 안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일본 전국을 다 가 본것도 아니고 

한국도 지역에 따라 이 지역에선 먹는걸 저  지역에선 안 먹고 

뭐 그런것들이 있으니

 일본도 혹 홍시를 먹는 곳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동경에선 홍시를 팔지 않는다 

파는것은 죄다 단감 ..

팔지를 않으니  돈이 있어도 사 먹을수 없는게 홍시다 

내가 감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이시이 할아버지 밭에 있는 이 감은 단감이 아니다 

떫은맛이 있는 감이다 

그런데 이 떫은 감이 잘 익어서 홍시가 되면 

달달구리 얼마나 맛있는 홍시가 되는지 모른다 

홍시를 먹지 않는 일본이니 이 감을 이시이 할아버지는 

따 드시지도 않고 그렇다고 따서 팔지도 않고 

그냥 저렇게 뚝 뚝 떨어져 뒹굴도록 내 버려 두신다 

아니 드시지도 않을 감을 왜 심었는지 

곶감을 만드실려고 심으신건가 ..

예전에 할머니가 살아 계셨을땐 곶감을 만드셨는지 모르겠지만 

할머니가 안 계신 요즘엔 그냥 방치 상태다 

잘 익어 홍시가 되면 땅으로 떨어지거나 

아니면 위 사진의 화살표를 보면 새들이 쪼아 먹은 흔적이 있다 

동네 새들의 맛있는 간식거리가 되도 있는 감

이시이 할아버지가 따고 싶으면  따 가라 하신다 

대박 ! 

진짜 따 가도 되는거??

마다 할수없는 너무나 달콤한 유혹 

염치불구하고 잘 익어서 금방 먹을수 있는거 몇개랑 

며칠후 익혀서 먹을수 있는 거 몇개랑 따 왔다 

집에 오자마자 잘 익은 것 하나 골라 

반으로 갈라보니 

군침이 꼴깍 ! 

홍시다  ! 

우리집 자기야도 일본인이라 그런지 홍시는 

내가 먹어 보라며 권하면  조금 먹을까 

스스로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 

달달하니 맛있는 홍시의 맛을 모르는 불쌍한  일본인들 ..

당연히 이 홍시는 다 내 몫이 될듯 하다 

일본에서 귀하지만 귀하지 않은것은 바로 홍시다 

일본 사람들이 먹지 않으니 돈이 있어도 

사 먹을수가 없으니 일본에선 귀하디 귀한 홍시 

돈을 주고도 사 먹을수 없는 귀하디 귀한 홍시인데 

공짜로 따 먹을수 있으니 나에겐 귀하지 않는게 바로 홍시다 

음 ... 귀하지 않다고 했지만 이시이 할아버지가 

안 주시면 못 먹으니 역시 일본에서의 홍시는 귀하다 

이시이 할아버지네 홍시는 

달달하니 넘 맛있다 ㅎㅎ

인정 많은 변두리 울 동네 최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