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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을 대하는 한일 부부의 자세

by 동경 미짱 2022.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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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11월 말이 기념일이 많다 

아니 많다기 보다는 중요한 기념일이 2개나 있다 

하나는 내 생일이고 또 하나는 결혼기념일!

하지만 11월 말부터 12월말까지 나는 1년중 제일 바쁜 시기다 '

내 직업이 케이크를 만드는 직업이다 보니 11월말부터 남들보다 일치감치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념일을 챙기는 게 여의치가 않다 

쉬는  날 미리 당겨서 하기도 하고 쉬는 날에 맞춰 늦춰서 하기도 하고..

올해도 내 생일도 외식 그리고 결혼기념일도 외식을 했다 

결혼기념일은 히로를 빼고 자기야 랑 둘이서 외식을 했는데 퇴근 후 한 외식이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뭔가 부족했던지 일요일인 오늘 우리 집 자기야가 또 외식을 하자고 한다 

무슨 외식이냐니  한국과 일본의 동반 월드컵  16강 진출 기념 외식이란다 

하하하  별 기념일이 다 있다 

사실 이런 이유는 핑계일 뿐 외식을 하고 싶었을 뿐이었으리라..

근데 16강 기념이라고 하고선 히로를 빼고 우리 둘이서 가자고 한다 

왜?라고 했더니 

히로에게 온 라인을 보여준다

가족 라인방인데 난 미처 못 봤었다

 

 

히로 : 오늘 저녁은 내가 만들게

자기야 : 고마워. 엄마랑 런치 갔다 올게

히로 : 잘 갔다 와.

 

오늘 저녁은 히로가 만들 거니까 준비할 시간도 필요할 테니까 그냥  우리 둘이서 갔다 오자는 거였다

올 결혼기념일을 히로는 깜빡했었다

그게 미안했는지 대신 오늘 저녁을 만들겠다는 거였다 

저녁은 히로가 만들어 준다 하니 저녁밥 안 해도 된다는 말이고 그래서 맘 가볍게 점심 먹으러 갔다

 

처음 가보는 레스토랑이다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인데 왜 몰랐지?

큰 길가가 아닌 주택가 골목길에 있어서 아는 사람만 아는 아주 오래된 레스토랑이라는데 

우리 집 자기야가 어지 어찌 찾아낸 레스토랑이다 

 

12월이지만  따사로운  동경은 아직은 단풍이 이쁘다 

주택가지만 주차 공간도 10대 정도는 주차할 수 있는 꽤 큰 레스토랑이었다 

주택가에 이런 레스토랑이 있을 줄이야..

입구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이다 

밝은 창가 쪽

조금 어둡지만 분위기 있는 실내 쪽 

그리고 독립된 룸도 두 개나 있었다 

룸 쪽이 분위기가 더 괜찮은 것 같은데 다음번에 미리 예약을 하고 와 봐야겠다 

주말 런치 코스를 주문했다 

24년...

24년을 함께 살아왔는데 나도 자기야도 24년이 실감이 가지 않는다 

한 10년 정도 산 것 같은데 24년이나 되었다는...

진짜 진짜 참 빠르다 시간이....

자기야가 집에 가면 24년 사진을 보잔다 

24년 전 그때는 풋풋한 20대였는데..

 

 

오늘 외식이 한일 동반 월드컵 16강 진출 축하인지라 

축구 이야기도 나눴다 

24년간 몇 번의 한일 축구가 있었다 

부부지만 한일전 있으면 우리 집 분위기는 살벌하다 

이겨도 맘 놓고 기뻐하지 못했고 져도 자존심 때문에 크게 낙담하지도 못했다 

다른 스포츠는 져도 이겨도 별 상관이 없는데 유독 축구는 이상하게 불이 붙는다 

내 지인 한국인은 축구에 별 관심이 없다고  한다 

한국이 16강 진출을 하게 되어서 이렇게 난리인데 그녀는 ":그래?한국이 이겼어? "라는 반응 

축구에 관심이 없으면 이기거나 지거나 월드컵이거나 뭐나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하지만 우리 집은 다르다 

우리집 자기야도 나도 축구를 좋아한다 

그러니 우리집은 한일 축구전이 있는 날은 살얼음판 그 자체다 

다른 스포츠의 한일전은 그냥 그런데 이상하게도 축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축구는 절대 져서는 안되는 그런 스포츠다 (그러니까 왜 축구만 그러냐고 ...)

이겨도 크게 기뻐 못하며 상대방 눈치를 봐야 하고 졌다고 섣불리 위로도 못한다 

말 한마디 잘 못 했다간 큰 싸움이 나니까 

진심으로 위로를 하는건데 " 이겼다고 누구 놀리냐" 라는 느낌으로 받아 들이게 되는 최악의 순간이다 

이겨서 좋긴한데 좋은티를 팍팍 낼수가 없고 져서 짜증나는데 그렇다고 자존심상 

짜증 나는 티를 팍팍 낼수도 없다

 

자기야가 이번 월드컵에서 한일이 8강에서 만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한일전이 8강전이라....

한일전이 이루어진다면 우리 집은 폭풍 전야 같은 날이 될 것이다 

아슬아슬 위태 위태 

설령 8강전 한일전으로 인해 24년 차 한일 부부가 부부싸움을 하게 되더라도 

그래도 좋으니 일본이 크로아티아에 이기고 한국이 브라질을 이겨서 

우리 집 자기야 말대로 8강에서 한국과 일본이 만났으면 좋겠다

솔직히 냉정하개 본다면 한일 8강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아주 낮다는 걸 아니까 ..

상대가 브라질인데 게다가 네이마르가 부상을 이기고 한국전에 출전을 한다는데 

글쎄다 

혹 일본만 올라가거나 아니면 한국만 올라간다면 그때는 진심을 다해 상대방을

응원해야겠지..

하지만 부부싸움을 해도 좋으니

한국과 일본 8강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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