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에리꼬상에게서 라인이 왔다
에리꼬상 집에 와서 블루베리 좀 따 가라고 ..
동경변두리인 울동네에 대대로 살아오고 있는 에리꼬상네는 땅 부자다
아무리 변두리라지만 꽤 많은 땅을 가지고 있다
나즈막한 동산 하나가 전부 에리꼬상네 땅이다
나즈막한 동산에는 별의 별 농사를 다 한다
동산 한 구석에 있는 블루베리 밭
블루베리는 농사라기 보다 한쪽에다 2,30그루 심어둔것이
지금은 감당할수 없을 만큼 많은 수확을 올리지만 수확을 하지도 않고
아니 못하고 그냥 방치 상태이다
에리꼬상네 블루베리 밭
어차피 수확하지 못하고 그대로 다 땅에 떨어져 버릴테니
맘대로 따 가라는데 제대로 관리가 되지않아
블루베리 나무위로 덩쿨성 풀들이 뒤덮여 있다
하지만 블루베리는 주렁 주렁 ...
에리꼬상네는 동산 하나가 다 자기 땅이고 땅에다가 이것 저것 키우지만
농사의 주역은 에리꼬상 시아버지이다
에리꼬상 남편은 회사원이고 에리꼬상은 절대로 농사에 손도 안대고
(한번 손대기 시작하면 시아버지가 함께 밭일을 하지고 할테고
그렇게 되면 영원히 농사꾼 아낙이 될것 같다고 절대로 밭일을 하지 않는다 )
80이 다 되어가는 에리꼬상 시아버지가 혼자로 하기엔 너무나 큰 땅덩어리이다
그래도 예전에 블루베리 나무도 관리를 잘 하고 있었는데
에리꼬상 시아버지도 연세가 들고 이제는 힘에 부쳐
거의 방치수준이다
올초 에리꼬상네는 동산 일부를 팔았다
지금은 집을 짓기 위해 한창 기초 공사 중이다
대지 60평대로 전부 18채의 집이 들어설 예정이다
처음 우리가 이 동네로 집을 지어서 이사를 왔을때
동경 변두리 답게 여기저기 텃밭도 많았고 빈 땅들이 꽤 많았다
자연 환경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곳인데
몇년 사는 동안 텃밭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그 자리에 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농사를 하시던 어르신들이 이젠 연세가 드시고
자식들이 밭일을 도우지 않으니 하나 둘 팔기 시작해서이다
에리꼬상네는 시아버지가 살아계시는 한은
땅을 팔지 않는다 했는데 조금씩 팔기 시작하셨다
우리 시댁은 땅 부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물려 받을 유산이 많은것도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일본은 유산
특하나 현금이 아닌 땅을 유산으로 받으면 상속세가 엄청나다고 한다
내 또 다른 지인 중에 땅부자 며느리가 있는데
시아버지가 돌아가시니 엄청난 상속세를 내지 못해
땅의 일부를 팔아서 그 돈으로 상속세를 냈다고 했었다
그렇게 3대 정도 땅을 팔아 상속세를 내고를 반복하다보면
결국 그 많던 땅은 사라진다나 어쩐다나 ...
내 지인네도 그렇게 땅이 꽤 줄었다고 한다
땅만 주시지 말고 상속세 낼 현찰도
같이 남겨 주시는 부모가 최고야
아무것도 물려 받을것 없는 나로썬 상속세는 두고라도
물려 받을 땅이 있는것 만으로도 부러워 죽겠구만 ...
관리 되지 않아 수풀로 뒤덮인 블루베리 나무에서 맘껏 땄다
안쪽으로는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 바깥쪽 손만 뻗으면 딸수 있는 곳에서만 땄는데
안쪽 블루베리가 자꾸 눈이 가고 아깝다
블루베리가 얼마나 비싼데 저렇게 방치라니 ...
에게게... 겨우 이거? 미짱 더 따가
저거 다 어떡하라고...
많이 땄어 . 이 걸로도 우리 세 식구는 일년은 먹을것 같은데 ..
그럼 다음주에 와서 또 따가
이걸 1중일만에 어떻게 다 먹어
이것도 냉동해 두어야 겠는데 ...
절대 안 파시겠다던 에리꼬상 시아버지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드디어 땅을 팔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작년까지 잘 관리 하시던 블루베리 밭이 잡초로 뒤 덮이기 시작했다
매년 에리꼬상네 블루베리 밭에서 블루베리를 따 다가 먹었는데
앞으로 몇년이나 더 계속될까?
몇년후엔
"예전에 에리꼬상네서 신선한 블루베리
마음껏 따 먹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는 참 좋았어.."
라며 추억의 이야기를 할 지도 모르겠다
상속세 걱정 해도 좋으니 물려 받을 땅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살짝 부러운 맘이 든다는 ...
누가 그러더라 "부자는 부자 나름 고민이 많다고 .."
하지만 부자가 아닌 사람도 나름 고민이 많다
그런데 ...부자는 어떤 고민을 할까?
나도 한번 그런 고민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살짝 든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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