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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일상 /동경 변두리 울 동네

좋은 사람과 함께 ..

by 동경 미짱 2019.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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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 날이 너무나도 좋다 

장마의 시작일까 내일부터는  몇일간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비가 내리기 전날 

날은 너무나 좋고 난 회사 쉬는 날이고 

이런날을 그냥 집에서 방콕 할수는 없는 일 

좋은 사람에게 연락을 했다 

너무나도 바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오늘도 역시나 선약이 있었지만 

그 선약을 미루고 나를 만나러 달려 와 주겠다고 한다 

우리집 자기야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남자가 아닌 여자다 

그것도 한국 언니야 

아이 셋을 키우며 깐깐하신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언니가

전날의 갑작스런 나의 전화에 선약까지 미루며 

울 동네로 달려 와 주었다 

다른때 같으면 곧장 우리집으로 와서 시간을 보내거나 

아니면 멋진 레스토랑가서 런치를 하며 회포를 푸는데 

오늘은 역에서 언니를 픽업한후 바로 

달려 간 곳..


2주전 우리집 자기야랑 함께 갔었던 울 동네 공원이다

지난번 갔을때 꽃창포가 너무나 이쁘게 펴서 감동을 받았던 바로 그 공원 !

지난주 갔을때 꽃 창포가 아직 피지 않은 봉우리가 많았었다 

오늘쯤  가면  만개한 꽃 창포랑 그리고 요즘 한창 제철인 

이쁜 수국들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꽃 구경도 하고  자연속에서 힐링도 할겸 해서 ..



이 다리를 건너면 꽃 창포 군락이랑 수국 군락이 함께 있다 

꽃 창포랑 수국의 조화라 ...

얼마나 이쁠까 정말 기대가 된다 



다리 위에서 바라 본 연못 위에 떠  있는 작은  건물 .

용도가 뭘까? 

여기서 숨은 그림 찿기 

자라 아니 거북이인가 ? 

자라인지 거북이 인지 한마리가 쉬고 있다 

어디에 있을까?

찿은 분들에게 " 참 잘했어요 " 칭찬 한보따리 투척 ! 


다리를 건너 거북인지 자라인지 사진 한장 찍고 




아! 역시나 이쁘다 수국

언니가 너무 좋아했다 

그런데 ... 아쉽게도 꽃 창포가  단 한송이도 없었다는 ...

사실 다리를 건너며 언니가 내가 한 말이 있다 


 미짱 꽃 창포라는거 그거 어린이 날에 장식 하는 그 꽃 아냐?


 응 언니 그 꽃 맞아 


 그럼 아마  그 꽃 다 졌을텐데 ..


 아니야 언니 지난번에 왔을때 아직 안 핀 봉우리들이 많았어 

아마 지금쯤 만개 했을거야 


 그래? 우리집에도 꽃 창포 많거든 

지난번 어린이 날에 시어머니가 몇 송이 꺽어 와서 현관에 장식을 했었거든 

근데 우리집은 다 졌는데 ...


언니에게 이쁜 꽃 창포 군락을 보여 주고 싶었는데 

언니 말대로 다 지고 단 한송이도 없었다 



지난번 찍은 사진들 ...

이것보다 더 만개한 모습을 상상했는데 ..


게다가 내가 잊은게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이 언니네 집은 엄청난 땅 부자란걸...

집안에  마당에 도리이 鳥居가 있을 정도라 넓디 넓은 집인데 


 

보통 신사에 있는 도리이 鳥居

그러나 아주 집이 큰 땅부자들은 마당에 

이런 작은 도리이를 만들어 놓은 집들이 종종 있다

땅 값 비싼 동경에 도리이가 있는 집 

게다가 마당에 밤나무 까지 있는 집 

그런 넓디 넓은 집이니 꽃창포 있는게 어쩜 넘 자연스러운 모습인지도 ..

난 언니에게 꽃 창포를 보여 주고 싶을 뿐이었는데 

언니는 매년 자기집 마당에서 꽃창포를 보고 있었다는 .. ㅠㅠㅠㅠ


 여기 너무 좋다 

수국도 이렇게 맘껏 보고 ..

우리집에 수국은 두 그루 밖에 없어서 

수국이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는 줄 몰랐어

오늘 너무 좋다 ...


꽃창포 때문에 아쉬워 하는 나에게 언니는 넘 좋다며 

내 팔짱을 살짜기 껴 주었다 


 나 얼마전에 우리집에서 또 뱀 봤잖아 

이번에 꽤 컸어 

신랑이 마당에서 꼼짝을 안 하고 서 있는거야 

그래서 뭐 하냐 했더니 "뱀이야" 그러는데 

진짜 뱀이 머리를 딱 들고 쳐다 보고 있는거 있지

나 진짜 미쳐 버릴것 같아 


사실 작년인가 재 작년인가 

언니네 막내딸이 자기 집 마당에서 실뱀에게 

뒷굼치를 물렸었다 

애가 "엄마 나 뱀에게 물렸어" 하는데 처음엔 농담하는 줄 았았는데 

딸 아이 말을 듣고 뒷굼치를 보니 정말 뱀 이빨 자국이 

나 있어서 바로 병원으로 달려 갔었다고 한다 

다행히 독이 있는 뱀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동경에서 

그것도 자기집 마당에서 뱀에게 물린다는게 말이 되냐고?


 언니 난 세상에서 제일 싫은게 뱀이고 

난 귀신도 안 무섭거든 근데 무서운게 딱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뱀이야 

내가 마당 넓은집이 진짜 부러운데  

내가 마당 넓은 시골로 이사 못 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뱀 때문이야 

나 이제 언니 집 안 갈 꺼니까 

이젠 무조건 언니가 우리집으로 와 


 아니야 평소에 막 나오고 그러지 않아 

1년에 한번 볼까 말까야 


 보는게 문제가 아니라 마당 어딘가에 그 놈이  숨어 있다는거 아냐 

난 절대로 언니 집에선 못 살어 


작년에 언니네 딸이 집 마당에서 뱀에게 물렸다고 했을때 

언니가 농담하는 줄 알았다 

근데 그게 농담이 아닌 사실이었다는 

내게는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 !


도대체 집이 얼마나 넓으면 마당에 뱀이 나오냐고?

혹 동경 어디 변두리겠지 .


NO, NO  언니네는 

신주쿠 까지 전철 타고 43분이나 걸리는 동경 변두리인 우리집과 달리 

신주쿠까지 전철 타면 20분이면 가는 아주 땅 값 비싼 곳이다 

그런 도심 가정집 마당에서 뱀이 ..

헐 ...


이야기가 삼천포로 갔다가 

다시 원위치로 돌려서 


비록 내가 기대했던 꽃창포는 볼 수 없었지만 

시원한 연못과 살랑 살랑 기분 좋게 부는 바람 

그리고 수많은 종류의 수국을 보면서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참 좋았다 



수국을 보며 걷다보니 아주 오래된 옛날 집 발견 

안내문을 보니 에도시대에 지어진 그 당시 병원이었던 집인데 

주요 문화제라고 한다 


언니가 이 집 안을 들여다 보며 뭔가 아주 아련한 냄새가 난다고 ..


 이게 무슨 냄새지? 

아! 이거 아궁이 냄새야 

어릴적 외할머니 집에 가면 나던 그 냄새야 


 약초 냄새 아냐? 쑥 말린 냄새 같은거?


  아니야 미짱 이 냄새 모르는 구나. 이거 아궁이 불 피우는 냄새 

그으름 같은 그 냄새야


그런데 언니의 말이 맞았다 

부엌이었던 자리에 가 봤더니 아궁이가 있었고 

안내판에 습기제거등

보존을 위해 2주에 한번 지금도 불을 지피고 있다고 한다 


 봐 내 말이 맞았지 

이 냄새 넘  오래간만이고 넘 반갑다 

울 외할머니 집 냄새가 이랬었어 

아주 오래전 일인데 

내 코가 그 냄새를 기억 하고 있다는게 너무 신기 해


내가 좋아하는 사람  ..

언니가 너무 좋아하니 나도 덩달아 너무 좋다 




꽃창포는 다 져서 한송이도 볼 수 없었지만 

이쁜 수국을 원 없이 보았고 

연꽃이  곧 꽃을 피울듯 했다 


 나 연꽃이 이렇게 많은 것을 실제로 본 적이 없어 

이거 다 피면 너무 이쁠것 같아 


 그럼 언니  연꽃 필때쯤  다시 올까?


 좋지 .. 근데 연꽃 언제쯤 펴 ?


 몰라  언제쯤 피는지 검색 해 보지 뭐 

곧 필것 같은데 그치 ?


내가 참  좋아하는 언니랑 

공원에서 자연과 함께 보낸 시간이 너무 좋고 행복 했다 


내가 이 언니를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이유 


이 언니는 내가 일본에서 만난 언니가 아니다 

한국에서 그것도 나의 가장 빛나던 20대 초반 청춘을 함께 보낸 선배다

26년전  같은 숙소에서 한 지붕 아래에서 한 솥밥 먹고 살았던 

그런 인연이 깊은 선배다 

그런데 뭔 인연이 그리 질긴지 같이 물 건너와 

일본 그것도 같은 동경 아래에서 살고 있다 

일본에 와서 더 친해졌지만 ..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일단  나랑 달리 너무 너무 착하다  

어쩜 저렇게 까지 착할수 있을까 이해가 안 될 정도로 그래서 좋다 

나랑 달라서 ..

어찌 보면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너무 착하고 순진해서 ..


각자의 삶이 바빠 같은 동경 하늘 아래 살면서도 

자주 만날수 없지만 

나의 20대 초반 그 시절 그 모습을 아는 언니랑 

이렇게라도  가끔 만나  보내는 시간이 나에겐 너무나도 좋고 

소중한 시간이다 


그래서 오늘 난 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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