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먹고 살기/집에서 먹기

죽순밥 안 먹어 봤다고?

by 동경 미짱 2022. 4. 19.
반응형
728x170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너무나 먼 나라 일본
바로 옆 나라지만  식 문화가 비슷한 듯 꽤 다른 부분도 많은 것 같다
일본은 죽순을 엄청무지 먹는다
봄이 되면 ( 딱 지금이 제 철이다)
마트에선 금방 캔 듯한 솜털이 가득한 생 죽순을 팔기 시작한다
일본은 평소에도 죽순을 참 많이 먹는데 대부분 가공된 거고 생죽순을 먹을 수 있는 건 딱 요맘때뿐이다
그런데 이 생 죽순이란 게 그다지 싸지도 않을뿐더러 손질하는데 꽤 손이 많이 가서 죽순을 아주 좋아하지 않는 한 잘 사지 않게 된다
그래서 개부분 가공된 죽순을 사게 되지만 역시 식재료는 제철에 먹어야 제 맛인 것을

오늘 회사의 한국인 후배가 죽순을 가져왔다며 휴게실 냉장고에 둘 테니 가져가라고 …
그녀의 집은 우리 집에서 차로 15여분 거리에 사는데 그녀가 사는 동네 지자체에서는 매년 봄에 죽순 캐기 이벤트를 한다고 한다
일본은町内会라고 해서 마을 연합회에 가입을 하는데
( 아파트건  단독이건 월세가 아닌 자가의 경우 대부분 가입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울 동네의 경우 95% 가입을 하고 있다)
어제 1년 치 회비를 납부를 했는데 6000엔 (6만 원) 정도다
이 회비로 동네 마츠리의 예산으로 쓰기도 하고 지진이나 재만을 개비한 비상식량 같은 것도 사 두고 누군가 돌아가셨거나 뭐 그런 자잘한 마을 살림의 운영비로 쓰고 있다

그녀의 동네에선 그 회비로 마을 이벤트의 일환으로 죽순 캐기가 있다고 한다
예전엔 정해진 날이 동네 주민들이 모여서 친목도 도모해가며 죽순을 캤는데 코로나 이후론 단체가 아닌 각자 알아서 캐 가라고 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 줄려고  좀 많이 캐 왔단다

커다란 죽순이 두 개나 들었다
어제 “ 언니 내일 죽순 갖다 줄게”라고 해서
“ 그래 죽순밥 해 먹게 하나만 줘 “라고 했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큰 죽순이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죽순은 신선도가 생명이다
신선도에 따라 맛이 확 달라진다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바로 죽순 손질을 했다

죽순 껍질 벗기기
겹겹이 쌓인 죽순 껍질은 벗겨도 벗겨도 끝이 없다

겹겹히 쌓인 죽순 껍질을 벗기고 나니 껍질이 테이블 가득이다
죽순 껍질을 벗기는데 죽순의 향이 확 올라온다
이 죽순의 향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밤꽃 냄새 같기도 하고 약간 풋 냄새 같기도 하고
음 …. 설명이 어렵다
어쨌든 신선한 죽순에서만 맡을 수 있는 향이다

죽순은 독소가 있어서 독소 제거를 해 주어야 하는데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쌀을  도정할 때 나오는 누까 ぬか 를 넣고 푹 삶아서 독소를 제거를 한다
죽순 삶겠다고 누까를 사러 가기도 그렇고 그래서 가장 간단한 방법인 쌀뜨물로 삶아서 독소를 제거했다
죽순을 삶는  동안 후배에게 고맙다고 카톡을 보냈다

죽순을 그냥 비닐봉지나 종이 가방에 넣어서 주면 될 것을 커다란 가방에다가 넣어서 주길래 내가 농담 삼아 보낸 카톡이다
가방을 돌려주긴 해야겠고 이 커다란 가방을 그냥 빈 가방으로 돌려 주긴 뭐하고 뭘로 채워 넣어서 돌려줘야 하냐고 ㅋㅋㅋ

줄게 없는데 어쩐다냐 …
북해도 갔다 오면서 선물 사 들고 와야 할 듯 ㅎㅎ

죽순을 쌀뜨물에 넣고 푹 삶은 후 찬물에 담가서 아린 맛을 우려냈다

죽순 요리는 한국에선 대부분 볶아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은 죽순을 좋아하는 만큼 요리법도 정말 다양하다

볶아 먹고 비벼먹고 심지어는 죽순 사시미란게 있다
들어는 봤나? 죽순 사시미..
이름은 거창하니 죽순 사시미지만 별거 없다
삶은 죽순은  얇게 썰어 간장과 고추냉이 에 찍어 먹으면 그게 사시미다
물론 신선한 죽순이라 가능한 요리이긴 하다

난 많고 많은 죽순 요리 중에 으뜸으로 꼽는 건 죽순밥이다
밥에 찹쌀 조금 섞고 죽순이랑 아부라아게 ( 간을 하시 전의 유부) 당근이랑 버섯 등을 넣고  만든다
밥 물은 물에 간장과 다시마 그리고 미링, 술을 넣으면 끝!

죽순 손질이 귀찮아서 그렇지 손질된 죽순만 있다면 밥을 하는 건 정말 간단하다
재료 다 넣고 불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

재료를 워낙 많이 넣었더니 밥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완성된 죽순밥
솔직히 죽순밥은 반찬이 따로 필요 없다
한국에선 죽순밥을 지어 양념장에 비벼 먹는다고 하던데 ( 난 한국에선 죽순밥을 먹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그렇다고 들었다 )
일본의 죽순밥은 밥물에 간이 다 되어 있어서 그냥 반찬 없이 죽순밥으로만 먹어도 맛있다

죽순밥 이건 진짜 꼭 먹어 봐야 하는데 …

저녁에 엄마와 통화를 하면서 죽순밥 해  먹었다고 했더니 엄마는 역시나 죽순이 있으면 볶아 드신다고 했다
죽순밥이 얼마나 맛있는데 라로 했더니 죽순밥에 대해선 잘 모르는 울 엄마
엄마보다 내가 더 잘하는 밥이 있다니 ㅎㅎㅎ
울 엄마에게 이 죽순밥을 꼭 해서 드시기 하고 싶은데..
내년 봄에는 울 엄마 일본 오실 수 있으시려나 모르겠다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