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어느 여름날
땅 부잣집 며느리인 선배에게서 매실을 받았었다
선배의 집 마당은 워낙 넓어서 별의별 나무가 다 있는데 매실나무도 몇 그루가 있는데 매년 엄청 열리는 매실을 가져다주곤 하는데 그러면 난 매실청을 담가서 희석해서 음료로도 마시고 요리에도 넣고 했었다
그러다 코로나 때문에 만나지 못한게 2년이 훌쩍 넘었다
마지막으로 매실을 받은게 2019년이었나 보다
그때 매실청을 담았었는데 내가 매실청을 담갔다는
걸 잊어버리고 있었다
일본 주택은 부엌 바닥에 수납 장소가 있는데 마루 바닥 아래라서 시원한 장소라 매실청 같은걸 보관하기엔 적합한 곳인데 마루 바닥 수납고에 고이고이 모셔 두고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어제 열어 보고 발견한 3년 전에 담근 매실청 …
정신을 어디다 주고 사는지..
자기가 매실청 담근 것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 불량 주부 인정 ㅠㅠㅠㅠ)
물론 3 면 동안 바닥 수납고를 안 열어 본 건 아니다
가끔 열어 보곤 했었지만 제일 아래쪽에 꼭 꼭 숨겨둔 매실청을 보지 못했었다
며칠 전 코로나 때문에 2년 넘게 만나지 못했던 선배를 만나서 회포를 풀었었다
그때 선배가 올해도 매실 수확할 때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했고 선배가 매실 이야기를 해서 “ 아 그러고 보니 매 매실청 만들었지 …” 그렇게 매실청을 기억해 낸 것이었다
선배에 관한 관련 글 https://michan1027.tistory.com/1923
그리고 오늘 3년 묵힌 매실을 건졌다
3년을 묵혔더니 매실 과육이 아주 아주 부드럽다
당연한 건가
매실을 건져 내면서 3년이나 묵혔는데 탁해졌을까 걱정했는데 웬걸 아주 맑게 깨끗했다
내가 알기로는 매실청은 유통 기한이 없다고 알고 있는데 그래도 맛이 어떨까 궁금해서 바로 시음을 했다
3 년 묵힌 그 맛은 매실청이다 ㅎㅎ
탄산에 매실청을 넣고 꿀도 조금 넣었다
얼음도 동동 띄우고
새콤 달콤 맛있다
일단 매실청 자체는 아무 문제없음!이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거 하나!
매실청은 유통 기한이 없다 하고 게다가 이렇게 맑고 깨끗하니 물론 맛 또한 문제가 없으니 통과
하지만 문제는 내가 매실을 건지지 않고 3년을 묵혔다는 거다
매실 씨에는 독성이 있어서 담근 후 몇 달 후 매실은 건져 내고 숙성을 시켜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매실을 건지지 않고 3년을 묵혔다는 게 걱정이다
3년쯤 묵혔으면 독성도 없어졌으려나 …
음료로 마시지 않고 요리용으로 끓여서 먹으면 괜찮으려나 ….
괜찮겠지
몸에 좋다고 하니 매실청을 만들어 마시는 건데 독을 먹는 거 아닌가?
아이 몰라.. 뭐 죽기야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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