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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히로 이야기

아들에게 받은 건 꽃이 아니라 추억이었다

by 동경 미짱 2023.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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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어머니 날이랑 아버지 날이 따로 존재한다 

한국처럼 5월 8일이 어버이날처럼 날짜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5월 두번째 일요일은 어머니 날이고 한 달 뒤인 6월의 세 번째 일요일은 아버지 날이다 

어제는 5월의 두 번째 일요일이었고 고로 어머니 날이었다

내 직업이란게 남 놀 때 일 하고 남 일할 때 노는 직업인지라 난 어머니 날인 어제는 출근이었다 

출근할 때는 비가 오지 않았는데 퇴근길엔 비가 오고 있었다 

어쩐다...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다 

회사에서  집이 워낙 가까워서 뛰어가면 5분각이지만...

그런데 히로에게서 라인이 와 있었다 

주차장에서 기다린다고 

아니 언제부터 울 아들 녀석이 이렇게 배려심이 많았었지?

차로는 1분도 안 되는 거리지만 비 오는 날 퇴근길에 아들 녀석의 마중을 받는 게 

기분이 꽤 괜찮네 ㅎㅎ

 

거실에 들어서니 식탁 중앙에 떡 하니 화분 하나가 있었다 

감이 딱 하니 왔다 

오늘 내가 남의 집 엄마를 위한 어머니 날 케이크를 몇 개나 만들었더라..

나도 어머니인데 남의 집 어머니 케이크나 만들고 있어야 하나 싶었는데 

케이크는 아니지만 대신 꽃을 받았다 ㅎㅎ

 

흔한 카네이션이 아닌 부켄베리아다 

보통 부켄베리아하면 선명한  짙은 빨간색이 대부분인데  흔하지 않은 흰색과 섞인 연한 핑크빛이다 

부켄베리아를 보면 난 울 할머니가 생각난다 

할머니와 부켄 베리아라..  그다지 매칭이 안되지만 나에겐 추억이 있는 꽃이다

https://michan1027.tistory.com/1541

 

난 이 꽃을 보면 할머니가 생각난다

코로나 때문에 한 동안 못 했던 가족 여행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다녀왔다 일본이라 하기엔 너무나도 먼 대만에서 더 가까운 섬인 오키나와의 나하에서 한참을 더 가야 하는 일본이라고 믿기지

michan1027.tistory.com

우연인긴 하겠지만 히로가 이 꽃을 골랐다는게 조금 기쁘다고 해야 할까 

어릴때부터 할머니 치맛자락 붙들고 할머니만 졸졸 따라다니던 아이였었다 

할머니를 무척이나 좋아했었고 할머니도 유독 나를 이뻐 하셨다 

히로 덕분에 돌아가신지 19년인 할머니를 추억하게 된다 

벌써 19년이구나 ..

히로를 한국에서 출산을 했었다 

난 산후 조리원이 아닌 친정집에서 몸 조리를 했었고 할머니랑 엄마가 히로를 씻기며 돌 보셨다 

히로의 떨어진 배꼽을 받은 것도 울 할머니다 

당연히 히로는 자기가 2살때 돌아가신 엄마의 할머니를 기억하지 못 하겠지만 ...

 

 

어머니 날 축하한다 어쩐다 말 한마디 없이 식탁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화분이지만 

happy mother`s day 라 선명히 쓰인 메시지가 이 꽃의 존재를 너무나도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자식이라곤 달랑 하나 히로뿐인데 

무뚝뚝한 사내 녀석 치고는 이런 기념일을 꽤 알뜰히 챙긴다 

꽃을 좋아하는 엄마에게 매년 꽃을 선물을 하곤 한다 

꽃을 좋아하는 엄마지만  생명이 짧은 꽃다발보다는 꽃 화분을 좋아한다는 걸 아는 히로는 

꽃다발이 아닌 화분을 선물하곤 하는데 몇 년 전에는 커다란 카네이션 화분을 받았는데 

아쉽게도 잘 키우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보내 버린 적도 있다

부켄베리아는 잘 키워 봐야지 ㅎㅎ

카네이션 화분처럼 잘 키우지 못하고 죽여 버린 것도 있지만 

이 장미처럼 잘 키우고 있는 아이도 있다 

아마도 이 장미는 히로가 초등학교 3 학년인가 4학년인가 그때 화분으로 받았던 아이인데 

마당 화단으로 옮겨 심어서 지금껏 잘 자라고 있다 

아마도 히로는 이 장미가 본인이 엄마에게 주었던 거란걸 기억 하지 못하겠지..

 

이건 또 다른 장미인데 이것도 히로에게 선물 받았던 것 같다 

히로에게 카네이션을 받은 건 지금까지 두세 번 정도인 것 같다 

아무리 어머니 날이지만 너무 어머니 날을 강조하는 것 같아서 카네이션은 왠지 싫단다 

그래서 카네이션이 아닌 다른 꽃들을 찾게 된다는데 히로가 꽃을 선택하는 기준은 단 하나다 

살 때 활짝 펴서 이쁜 걸로 

꽃을 좋아하는 엄마와 달리 히로는 꽃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이름이 뭔지 

얘가 다년초인지 일 년 초인지 아무것도 모른다 

그냥 보기에 화려하고 이쁜 걸로 고르는 것 같다 

몇 해전에는 이쁘게 활짝 핀 수국 화분을 받았었는데 왜 이걸 골랐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단순한 대답이 " 이뻐서 " 다 

이뻐서 히로에게 선택받은 올해의 꽃  " 부겐베리아 " 

마당의 장미처럼 잘 키워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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