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한 동안 못 했던 가족 여행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다녀왔다
일본이라 하기엔 너무나도 먼 대만에서 더 가까운 섬인
오키나와의 나하에서 한참을 더 가야 하는 일본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따뜻한 섬
3월이긴 했지만 우리가 여행하는 내내 23도에서 25도
비도 한번 오지않은 좋은 날씨였다
따뜻한 남쪽 섬답게 어딜 보아도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가득
그중에서도 나의 시선을 가장 끈 꽃이 있었으니
사실 난 이 꽃 이름도 모른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뭐 검색하면 금방 알 수 있는 꽃 이름이지만
굳이 검색을 하고 싶지가 않다
왜냐하면 난 이 꽃의 이름보다도 그냥 내 눈에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이 꽃이 도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오래간만에 가족 여행을 다녀와서는 블로그 쓸 거리가 엄첨무지 많을 텐데
왜 여행의 첫 글이 꽃이어야 하는지...
이 섬 전체 어딜 가도 이 꽃들이 가득했다
야생이 아니라 주로 집의 입구나 벽을 타고 활짝 피어있었다
당연히 여행 내내 무수히 많이 본 꽃이다
우리 집은 아빠가 장남이어서 어릴 적 대가족으로 살았었다
할머니가 계셨고 막내 손녀인 나를 할머니는 무지 이뻐라 하셨다
많은 손자 손녀들 중에 내가 할머니를 재일 많이 닮았다
얼굴도 성격도 식성도 심지어는 몸매까지.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그래도 당신을 제일 많이 닮은
나를 제일 이뻐하지 않으셨을까 싶다
어쩌면 나를 제일 이뻐하셨다는 건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착각이라 해도 난 할머니에게
제일 이쁜 손녀였다는 그 착각 그대로 살련다 ㅎㅎ
세상에 수많은 꽃들 중에 왜 하필 이 꽃이 할머니를 생각나게 할까
그 당시 한국에서는 그리 흔치 않은 꽃이었을 텐데..
보통 할머니와 꽃이라 하면
봉숭아라던가 맨드라미, 뭐 그런 꽃이 생각나는 게 일반적일 텐데
할머니와는 너무나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붉고 화려한 화려한 꽃이 나에게는
할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나에게 있어서 "할머니와 꽃"이다
울 할머니는 교회에 다니셨다
할머니 환갑 때 교회에서 할머니 환갑 기념으로 선물해 준 꽃이 이 꽃이었다
그 당시 어렸던 나는 이 꽃은 처음 보는 꽃이었다
처음 보는 꽃이지만
" 참 이쁘다... 세상에 이런 꽃도 있구나..."
태어나서 처음 보는 이 꽃이 너무나 이뻤고 신기했었다
내가 중학교 입학 전이었던 건 같은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이 꽃을 선명하게 기억을 하고 있다
그때 누구에게 물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꽃 이름이 뭐냐고 물었는데
이름보다는 "하와이에서 피는 꽃이다"라는 대답을 들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렇게 수십 년이 흘렀지만 이 꽃을 보면 할머니 생각이 제일 먼저 난다
어린 내 기억에 이 꽃은 그만큼 강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지도 벌써 18년이 되어가는 것 같다
곧 할머니 기일이다
그래서인지 가족 여행을 온 따뜻한 남쪽 섬에서 여기저기 피어있는
이 붉은 꽃을 보는 내내 할머니 생각이 참으로 많이 났었다
난 할머니를 참 좋아했었다
지금도 할머니...라는 단어를 떠 올리면 괜히 뭉클해진다
내가 여행 중 유독 이 꽃 사진을 열심히 찍는 걸 본 남편이
" 그 꽃이 그렇게 이뻐?"라고 물었었다
나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아서 " 응 이뻐..."라고 짧게 답을 하고는
열심히 카메라에 사진으로 남겼다
너무 이쁘고 화려해서 할머니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꽃이지만
나에게 이 꽃은 할머니의 꽃이다
아마도 한국의 가족 그 누구도 이 꽃을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수십년 전 많고 많은 할머니 환갑 선물중 하나였던 꽃 화분을 기억하는 가족이 있을까?
어쩌면 이 꽃은 나만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만 기억하는 할머니의 추억이라니 더 소중하게 느껴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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