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물건을 사기 위해서 오픈런이란 걸 해 보았다
간혹 매스컴을 통해 유명 브랜드의 신상을 사기 위해 길게 오픈런을 하는 사진과 기사를
보곤 했는데 도대체 얼마나 갖고 싶으면 저렇게 오픈런을 할까/
나로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라 생각을 했다
오픈런이란 건 도대체 어떤 세상 사람들이 하는 걸까...
그런데 나도 오늘 아침 오픈런이란 걸 해 보았다
살다 살다 내가 오픈런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오픈런이라 해서 전날 저녁부터 줄을 선건 아니고 느지막하니 9시 50분쯤
내가 향한 곳은 집에서 1분 거리에 있는 무인 채소 판매장이다
어? 왜 저렇게 사람들이 많지?
뭔 상황이지?
설마 채소 판매장에 줄을 선건 아니겠지
다가가면서 마주한 현실은 설마가 그 설마가 현실이라는 거..
무인 채소 판매장은 10시에 오픈을 하는데 지금 시간은 10분 전인 9시 50분!
평소에는 오픈전에 서너 명 정도 줄을 서서 기다리기는 하는데
오늘은 20여 명이 줄을 서서 10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름하여 채소 판매장 오픈런이다
아침에 수확한 싱싱항 채소를 단돈 100엔에 싸게 파니까 마트 가격의 3분의 1 가격에 팔고 있으니
나처럼 집이 가까운 사람은 도보로
어떤 이는 자전거로 어떤이는 오토바이로 어떤이는 차를 타고 채소를 사러 오픈런을 하고 있다
일본 사람들은 참 대단하다
무인 판매장이라 주인장이 있어서 통제를 하는 것도 아닌데
작은 판매장에 10여 명이 들어가니 다음번 사람들은 먼저 들어간 사람들이 물건을 고르고 나올 때까지
대기를 하는 질서 정연함
그렇게 두 그룹이 휩쓸고 지나간 후 나는 3번째 그룹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한 사람이 저렇게 많이 사니까 3번째 그룹인 내 차례까지
물건이 남아 있을까 살짝 걱정이 되었는데 내가 사고 싶었는 모로헤이야랑 양파랑 감자랑
토마토는 하나도 남지 않았고
파랑 오이랑 가지랑 여주 이렇게 4가지는 살 수가 있었다
단 10분 만에 북적북적 오픈런을 하던 사람들은 사라지고
물건도 아주 조금만 남았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내 앞에 있는 아줌마와 그 앞에 있는 아줌마의 대화 내용
아줌마 1 : 오늘은 사람들이 진짜 많네요
아줌마 2 : 요즘 채소값이 다시 오르니까 마트에는 너무 비싸
그렇다
일본 마트의 채소값이 살짝 내리나 싶더니 요즘 날이 더워서 농사가 잘 안 되는 건지
다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아침에 수확한 신선한 채소들을 싸게 살 수 있으니 이까짓 오픈런쯤이야...
그나저나 난 토마토랑 모로헤이야가 사고 싶다
내일도 채소 판매장에 오픈런을 해서라도 특히 모로헤이야는 꼭 사고 싶은데
도대체 몇 분 전에 나가면 앞 줄에 설 수 있을까?
고민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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