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참으로 선선하다
여름이 저만치 가고 가을로 접어 든 듯하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다
토요일 저녁 울 자기야가 부침개가 먹고 싶다고 한다
그것도 날씨가 선선하니 집 안에서가 아니라
마당에서 구워 먹자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요즘 내가 너무 오랫동안 부침개를 굽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구운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날 정도다
부침개가 뭐라고 우리집 두 남자가 그리도 좋아 하는 부침개 하나
못 구워 주다니 ...
부추만 사다가 이걸 한국에서는 냉파라고 한다고 하던가 ?
냉장고 뒤져서 있는 재료 없는 재료 싹싹
찾아다가 부침개란 걸 오랬만에 부쳤다
결혼 하기전 요리라곤 해 본작 없던 미짱이
일본와 살면서 이런 저런 시도를 해서 찾아낸
일본 사는 불량주부 미짱식 부침개 만들기
밀가루 반죽에다가 감자를 갈아 넣는다
감자를 갈아 넣으니 밀가루로만 만들때 보다 더 찰지고
맛 있는것 같아서다
밀가루에 감자 갈아넣고 계란 두어개 깨어 넣고
부추랑 양파랑 당근
그리고 고구마가 하나 있길래 고구마도 채 썰어 넣었다
그리고 냉동실에서 잠자고 있던 오징어 썰어 넣으면 끝
오래간만에 정말로 오래간만에 부침개 구웠으니
울 이웃 사촌들에게도 나눠 줘야지 싶다
일단 6장 구워냈다
바로 이웃 집 가즈언니네 두 장
한 집 건너 옆집 유미 언니네도 두장
그리고 맞은편 아유 동생네도 두장
이렇게 여섯장을 구웠다
울 이웃 사촌들은 이 세상에서 내가 만든
부침개가 제일 맛있는 줄 안다
이 동네로 이사 온게 15년전이다
한류다 한국 음식이 유행하기 직전이라
그다지 한국 음식을 맛 본 적 없는
우리 이웃 사촌들에게는 내가 부쳐준 부침개가
태어나서 처음 먹어 본 부침개였다는데 ..
그래서 내 부침개에 입 맛이 들어 버려서
내가 만드는 부침개가 제일 맛있는 줄 안다
( 이 부분은 쬐께 미안 하지 않을 수 없다
진짜 맛있는 부침개를 못 먹어 보고 불량주부 미짱 부침개가
오리지날인줄 아는 울 이웃 사촌들에게 ...)
울 이웃 사촌들은 부침개 간장을 넘 좋아한다
난 고춧 가루를 좀 듬뿍 넣는 편이다
약간 매울 법도 한데 이 간장 맛에 폭 빠져 버린 울 이웃 사촌들이다
가즈언니네 유미 언니네
아유 동생네에 각 2장씩 그리고 빼 놓을수 없는
부침개 간장 까지 따로 덜어서
히로에게 배달을 보냈다
배달을 보내자 마자 라인이 불이 난다
고맙다고 잘 먹겠다고 너무 좋다고
하트 뽕뽕은 덤으로 ...
내가 넘 오래간만에 부침개 배달을 보내긴 했다
이웃 사촌들에게 배달을 마치고
울 가족은 마당으로 가 판을 벌렸다
난 부침개 굽고
부침개만으로 좀 부족하다고
자기야는 그 사이에 숯불을 피워 닭고치를 굽고
울 가족은 진짜 위대한 ( 胃大한) 가족이다
얼마나 위가 거대한지
부침개 4장이랑 닭고치 자그만치 50개를
먹어 치웠다
가을처럼 시원한 바람에
풀벌레 소리
뭐 행복이 별건가?
비록 분위기 있는 멋진 레스토랑이 아니라
작은 우리집 마당이지만
비록 비싸고 맛난 좋은 음식이 아니라
부침개 몇장에 닭고치 뿐이지만
달랑 셋 뿐인 울 가족 옹기 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 꽃 피우며 배 부르면 그게 행복이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삭막한 요즘이라지만
동경 변두리에 조용히 살면서 이웃사촌들이랑
부침개 몇 장 나눠 먹을수 있으면
그게 행복이지 싶다
먹다 남은 닭고치 탐내며
눈을 못 떼는 우리집 여수 모꼬짱 덕분에
한바탕 웃고나니 오늘은 이세상에서
내가 제일 행복한것 같다
위대한 가족에게 행복이란 이런 소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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