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먹은 냉면에 살짜기 올려진 이것은

올해도 딱 이틀밖에 안 남았다 

올해는 내가 뭐 했나 싶다 

많은 일이 있었던것도 같고 아무일도 없이 멍하니 

있다보니 일년이 다 간것 같기도 하고 ...

크리스마스 시즌이었기에  내 직업상 12월 한달 정말 정신없이 보냈다 

오늘에서야 겨우 한숨 돌리고 

오전엔 늦잠이란걸 자며 집에서 좀 뒹굴다가 

오후엔 자기야랑 둘이서 스포프 센타가서 운동 좀 했다 

운동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울 자기야 배고프다고 난리다 

만들기도 귀찮고 나가기도 귀찮은데 

울 자기야랑 히로의 강력한 주장이 고기가 먹고 싶으시단다 

여름내내 매 주말마다 마당에서 숯불피워 

바베큐란걸 한다고 매주 고기를 구워 먹던 두 남자가 

요즘 고기를 좀 못 먹긴했다 

난 고기 별론데 .....

두 남자 성화에 못이겨 집을 나섰다 

집 근처에 있는 아울렛 몰 안에 있는 야끼니꾸야 (고깃집)

전에  쇼핑 나왔다가  낮에 런치 먹으러 서너번 와 본 고기집인데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청결하고 

김치랑 잡채나 나물 등 반찬이 그럭 저럭 맛이 있었던 집이다 

특히 일본 남자치고 김치맛에 쫌 까탈 스러운 울 자기야가 

이 고깃집 김치는 꽤 입맛에 맞다고 했던 집이다 

지난번 왔을때 난 돌솥 비빔밥을 먹고 

자기야는 순두부찌개를 먹었는데 

역시나 맛이 괜찮았다 

낮엔 엄청 사람들로 붐비는 아울렛인데 밤이 되니 넘 한산하다 

우리가 간 고깃집도 낮에는 대기표를 받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집이라  밤에도  그럴거라 생각하고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하고 갔는데 

웬걸 테이블 절반정도가 비어있다 

금요일이라 망년회 등등으로 다들 술 마시러 갔나 

아니 장소적인 문제도 있을것 같다 

낮에 사람이 넘쳐나지만 8시만 되면 일치감치 문을 닫는 

일본 아울렛 몰의 특성상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 버렸지 않나 싶기도 하다

 

히로랑 자기야랑 얼마나 먹어대는지 

특히나 요즘 히로의 식욕이 장난이 아니다 

한창 먹을 나이이긴 하지만 히로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하기 까지 하다 

고기 맘껏 먹고 나서 마지막으로  자기야는 돌솥 비빔밥을 

히로는 국밥을 그리고 난 냉면을 ..

사실 난 냉면을 아주 좋아하지는 않는다 

어쩌다 먹게 되면 먹지만 일부러 냉면 먹고 싶어서 

냉면집을 찾아가지는 않는 정도...

그리고 굳이 골라라 하면 물 냉면보다는 비빔냉면파다 

 

그런데 오늘은  배불리 고기를 먹고 나서인지 

시원하고 깔끔한 냉면이 땡기는게 아닌가 

그래서 시켰다 냉면을 ...

돌솥 비빔밥도 맛있고  순두부도 맛있고

무엇보다 잡채랑 김치도 먹을만 했길래 은근 

냉면에  대한 기대도 되고 ..

 

하하하...

냉면위에 이거 

이 아이 정체는 혹시 사과?

내가 아무리 냉면을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고 

냉면을 많이 먹어 본 사람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한국 여자인데 냉면에 사과 올린건 처음 보는 것 같다 

냉면은 배가 아니었던가?

내가 과일중에 제일 좋아하는것중  첫째 둘째를 다투는게 

사과인데 아무리 내가 사과를 좋아하긴 하지만 

냉면위의 사과는 처음 보는데 ....

그래 내가 워낙 사과를 좋아하니까 뭐 일단 인정 !

다음엔 맛을 보자 

하하하

얼음 동동 시원한 냉면을 기대했다 

얇게 저민 사과와 함께 듬뿍 올려진 김치를 보고 설마 했는데 

역시나 이건 김칫국물에 말아 놓은 냉면이다 

그래도 다른건 다 맛있었는데 이 냉면은 

아니 냉면이라 이름을 붙이면 안 될것 같은 이 김칫국면을 

울 자기야에게 한 입 먹어 보라 주었다 

 뭐 다 잘 할 순 없으니까 이해 해야지뭐 

한국 사람이 하는 가게도 아닌데..

그래도 두번 다시 이 집에서 냉면 시키지 말자 

 뭐 나야 두번 다시 안 시키면 그 뿐이지만 그래도 아쉽다 

한국의 진짜 맛난 냉면을 못 먹어 본 일본 사람들이 

혹 이 집에서 처음으로 냉면을 먹어 본다면 

냉면이 이런건 줄 알거 아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