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외출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다무라 할아버지 집이랑 밭이 있다
다무라 할아버지는 히로가 초등학교 6학년때
내가 마을 자치회 어린이회 임원을 하면서
알게 된 마을 원로중 한분이시다
1년간 마을 마을 일을 하면서 가끔 얼굴을 보게되고
서로 이름 정도는 알고 지내는 이웃중 한분이다
다무라 할아버지는 밭 한쪽에다 밭에서 수확한
채소들을 싼 가격에 무인 판매를 하신다
울타리가 없어서 길에서도 할아버지 밭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오른쪽 모과 나무 밑에 모과가 잔뜩 떨어져 있다
가까운 시일내에 무인 판매대에 내어 놓고
무료로 가져 가라고 화이트 보드에 써 놓으실것 같다
오른쪽 살짝 보이는 지붕이 할아버지 집이고
집 옆으로 널찍한 밭이 있다
각종 채소랑 감나무, 모과 나무, 귤 나무, 석류나무 등등
여러가지 과일 나무들도 있다
이른 아침에 여러가지 채소를 내어 놓는데
늦은 오후가 되면 다 팔리고 없다
밭에서 아침에 바로 딴 신선한 채소인데다가
마트보다 싼 가격에 내어 놓으니
동네 사람들이 오며 가며 지나가다 한두개씩 사 가기 때문이다
왼쪽에 있는 돈통에 각자 알아서 돈을 넣고 물건을 가져 가는
무인 판매대이다
아직 까지 한번도 돈통을 잃어 버렸다거나
돈을 안 넣고 물건을 가져 가 버린다거나 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다들 양심적으로 돈을 넣고 채소들을 가져 간다
마침 다무라 할아버지가 무인 판매대 주변 정리를 하시느라 나와 계셨다
참으로 오랫만에 뵙는다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감이 5개 넣어서 100엔 (천원)에 팔길래
돈통에다 100엔을 넣고
감 하나 가져 갈께요
2개 가져가
그래도 되나요?
뭐 어때.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하나 더 가져 가라시니
냉큼 감봉지를 하나 더 집어 들었다
평소엔 무인 판매대인데 오늘 처럼 가끔 마주치며
이렇게 덤으로 더 집어 주시곤 하신다
게다가 팔다가 남은 한개 남은 작은 무우도 가져 가라고 하시며 주셨다
100엔에 감 10개랑 작은 무우 하나까지 해서
양손 가득이었다
다른건 뭐 필요 한거 없어 ?
뭐가 있는데요
다 있어 배추 무우 시금치 ...
필요한거 있음 전화하면 무인 판매대에 내다 놓을께
네 그럴께요
무우 몇개 사고 싶네요
울 동네는 동경 중심지인 신주쿠나 시브야에서
1시간 정도의 외곽이다
아무리 변두리라 해도 그래도 동경都인데
이상하리 만큼 동네 할아버지들이 참 정적이다
일본하면 개인주의라는 느낌이 강한데 울 동네 할아버지들은
3, 40년전 시골 마을 할아버지들 같다
다무라 할아버지도 그렇고
지난 여름 내내 공짜로 몇 번이나 가서
블루베리 잔뜩 따 왔던 마에지마 할아버지도 그렇고
겨울내내 시금치를 사다 먹는 이시이 할아버지도 그렇고 ...
그러고 보니 내가 우리 동네 땅부자 할아버지들을 많이 알고 있는것 같다
땅부자란 말은 대대로 이 동네 사는 토박이란 말이고
이 동네 토박이란말은 자치회 원로 임원이란 말이고..
내가 울 동네 땅부자 할아버지들을 많이 아는 이유는
히로가 초등학교때 그러니까 6년전에
자치회 임원을 하면서 할아버지들이랑 친하게 지냈던
그 인연이 시작이었던것 같다
그 후로 오다 가다 만날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드리니
할아버지들도 이것 저것 챙겨 주시는것 같다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 한마디의 힘이 참 큰것 같다
아무 연고도 없는 동경 변두리 이 곳에
어쩌다 부동산 소개로 집 보러 왔다가 한 눈에 반해
그 자리에서 이 집을 사기로 도장을 꽉 찍어 버렸던
그 한순간의 선택이 나의 일본에서의 삶을 이렇게 만족 스럽게 할 줄은
그때는 몰랐는데 ...
아주 아주 오래전 한국의 한 광고에서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 합니다" 라고 하더니
난 순간의 선택이 일본에서의 내 삶 전부를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 하다
동경 변두리 울 동네 .... 참 좋다
작은 무우 하나와 감으로 인해 오늘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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