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장마가 다시 온듯 비가 왔다 갔다 하더니
이번 주말은 날이 넘 좋다
덥다 덥다 했는데 어느새 더위가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여름내 시끄러웠던 매미 울음소리 대신
풀벌레 소리가 들려온다
날이 추워지면 울 가족의 즐거움 중의 하나인
마당에서 고기 구워 먹고 음악듣으며 수다를 떠는
이름하여 마당놀이도 하지 못하게 되니
마당 놀이 할 수 있을때 열심히 하자며
이번 주말도 자기야는 마당에다 숯불을 피웠다
언제나 처럼 푸짐하니 고기 구워 먹고 후식겸 해서
가을이니까 짜짠 하고 등장한 것은
가을하면 역시 밤이제
며칠전 한국 언니야에게서 받은 밤
언니야 집 뒷마당에서 주워 온 밤이다
언니야 동네는 변두리인 울 동네랑 달리 땅값이 꽤 비싼 동네다
동경에 살면서 뒷마당에 밤나무가 있는 집 맏며느리인 한국 언니야
작년에도 올해도 이맘 때가 되면 어김없이 언니야집 뒷마당 밤은
울 집으로 ...
땅부자집 맏며느리랑 친구하니 떨어지는 콩고물이 꽤 된다
담번에 언니야 만날땐 모과 달라고 해야지
언니 집에서 그냥 굴러 다니는 모과다
언니야 집 대문 밖에다가 놓아두고 " 필요하신분 그냥 가져 가세요 "라는
팻말을 붙여 놓는다
그러면 사람들이 오다 가다 모과를 몇개씩 들고 간다
언니야 집 모과로 울 시아버님 드릴 모과주나 담아야겠다
주제랑 상관없이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져 버렸네
얼른 이야기를 제 자리로 돌려서 ...
굽다가 밤이 폭발 하지 않게 그리고 껍질 까기 쉽게 가볍게 칼집을 내어 주고
밤을 구웠다
제대로 가을 분위기가 난다
숯불에 굽는 밤
그리고
호일에 돌돌 말아
숯불에 툭하고 던져 둔 저것은 ..
군고구마 익어 가는 냄새가 넘 구수하다
1차로 고기를 구워 먹은 다음이라
배가 빵빵한데
사실은 더 이상 아무것도 못 먹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런데 말이지
우리 가족에겐 쓸데 없는 걱정이라는 ...
먹고 죽은 귀신은 땟깔도 좋다고 무조건 먹고 본다
앗 뜨거 앗 뜨거하면서 손을 호호 불어 가면서
까는 군 밤과 군 고구마
먹는 맛도 맛이지만 숯불에 굽는 맛
그리고 앗 뜨거 앗 뜨거 하면서 밤이랑 고구마랑 까는 맛
이 맛 또한 일품이다
근데 우리집 두남자 얼마나 엄살쟁이인지
뜨거워서 손도 못댄다고 하니
어쩔수 없이 군고구마 껍질 까고 군밤 까는건 다 내 몫이다
이 비주얼 보소 !
아무리 배가 불러도
이걸 어떻게 안 먹을수가 있냔 말이지
자기야가 타 준 커피 한잔이랑 먹는 가을 밤의 군밤 군고구마 대박이다
밤이 깊어 가니 약간 쌀쌀하다
가을밤 마당놀이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건 모닥불 지피기
타오르는 불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차분해진다
세상 걱정 근심 다 잊어 버리는 것 같다
석류가 익어 가고 있는 우리집 작은 마당에서
음악을 들으며 군고구마랑 군밤을 구워 먹으며
모닥불도 피우고 ...
역시나 좋구나 가을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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