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식구들이 돌아간지 벌써 열흘 가까이 지났지만
그 휴유증이 길다
친정 식구들이 6일간 만들고 간 공백이 너무 큰건지
아님 나이 탓인지 ....
자도 자도 잠이 오고 자도 자도 피곤이 가시지 않는다
의욕도 없고 ...
오늘은 자기야는 거래처 접대있어서 늦다하고
히로는 학교에서 자습하고 온다고 늦다하고
혼자로 먹는 저녁밥
냉장고 속 엄마가 만들어 두고 간 밑반찬들로
뻥 뚤린 가슴이란 허기진 배를 채워야 겠다
울 아버지가 양파를 건조기로 말려서
꼬들 꼬들하니 양파 김치 아닌가 양파무침인가를 만들어 오셨다
내가 제일 많이 먹는 채소가 양파다
양파를 넘 좋아해서인지 울 아버지표 건조 양파김치
이게 내 입에 딱 맞다
조금씩 조금씩 많이도 챙겨 오셨었다
친정 식구들이 일본 우리집에 와 있는 동안
밖에서 외식할때 외에 집에서 밥을 먹을땐
당연히 김치가 제일 인기가 좋았다
한국 사람은 세계 어디를 가도 김치만 있음
밥 한그릇 뚝딱이라는데 우리 식구라고 다를게 없었다
밖에서 아무리 맛난거 사 먹여도
집에서 김치랑 먹는 집밥을 더 맛있게 먹으니 말이다
난 일본에서 김치를 배추김치도 만들어 먹고
오이 소박이도 만들어 먹고 간혹 부추김치도 만들어 먹는데
깍두기를 비롯한 무우 김치를 만들지 못한다
처음 일본에 왔을때 깍두기를 만들었는데
완전 대 실패였다
맛도 맛이지만 사각사각 무우의 아삭함이 하나도 없고
물컹 물컹 마치 삶은 무우를 먹는 식감
그렇게 나의 첫 깍두기는 죄다 내다 버렸었다
그리고 한참을 지난후 무우 김치가 먹고 싶어서 다시 한번 도전
역시나 똑 같은 이유로 실패 역시나 죄다 버렸었다
그 이후로 무우로 만드는 김치는 포기했었다
일본 무우는 단단한 한국 무우랑 달리 무르고 물기가 넘 많고
무우 절이는 굵은 소금도 없고
그래서 그런거야
일본에선 무우 김치 만들수 없어
그렇게 나 스스로 단정을 지어 버렸다
그러니 엄마가 한국에서 만들어 온 무우 김치가 제일 반가웠다
그런데 울 엄마 진짜 쬐끔만 가지고 오셨다
나 혼자 먹어도 1주일만이면 먹어 치울정도로 진짜 쬐끔만 ..
그래서 난 아껴 먹는데
너무나 좋아하고 먹고 싶어도 아껴 아껴 한끼에 한개씩
아껴 아껴 먹는데
눈치없는 울 오빠랑 언니는 왜 무우 김치만 먹는지
오빠 난 아껴서 세개 먹을거 하나 먹는데
오빠 너무 많이 먹는거 아냐
가져 온거 다 먹고 갈 기세네..
꿍시렁 꿍시렁
나 두개 밖에 안 먹었다
뭐 세개 먹는거 내가 봤는데
꿍시렁 꿍시렁
언니도 그만 먹어
꼴랑 무우 김치 하나를 두고 밥상에서 토닥 토닥하니
울 엄마 " 무우 사 온나 담가 줄께 "
그래서 무우를 사 왔다
일본 무우는 물러서 그리고 절임 소금도 없고
아무리 엄마라도 엄마가 가져온 조선 무우로 만든
그 무우김치 맛을 내기는 어려울텐데 하는
의심을 가득 품고 무우를 3개나 사 왔다
울 아버지가 칼을 잡았다
무우는 아빠가 썰고
울 엄마는 그 사이 찹쌀 풀도 끓이고
막내딸 좋아하는 생땅콩으로 땅꽁 조림도 만들고
엄마가 한국으로 가신후 열어본 무우 김치통
이럴수가 ....
절임 소금도 없이 일본의 잔소금으로 절이고
물기 많고 무른 일본 무우로 만들었는데
왜 물컹 거리지 않고 사각사각 하니 맛나지??
일본에서 20년 가까이 살면서 절대로 일본 무우로
무우 김치를 담글수 없다 단정 지었었는데
이럴수가 엄마가 한국에서 가져온 무우김치랑 똑 같은 맛이다
제일 큰 문제였던 삶은 무우 같은 물컹 물컹한 식감이 어디로 갔지
사각 사각 아삭 아삭 이 식감은 뭐지 ?
도대체 울 엄마 무우에게 무슨 마법을 건거지?
엄마의 밑찬들이랑 무우 김치로
친정 식구들이 뻥 뚫어 놓고 간 내 빈 가슴을 채울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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