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에서의 일상 /동경 변두리 울 동네

한순간의 선택이 준 일본에서의 나의 삶

by 동경 미짱 2017. 9. 10.
반응형
728x170

며칠전 퇴근길 집에 와 보니  현관앞에 

살짜기 놓여진 디즈니랜드 쇼핑 비닐 봉지 

이게 도대체 뭔가?



울 집 여수 모꼬짱도 궁금한가 보다 

킁킁킁 냄새를 맡기 시작 



조금은 화려한 디즈니랜드 쇼핑 비닐 봉지를 열어 보니 

가지가 한가득이다 

누구냐?

울 집 현관앞에 가지를 버린 사람은 도대체 누구냐?

옆집 가즈꼬 언니야는 아닌게 확실한게 

가즈꼬 언니야라면 라인으로 메세지를 남길텐데 

메세지가 없는 걸 보니  아마도 울집 땅부자 농사꾼 

이시이 할아버지인가보다


재작년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혼자로 힘없이 농사를 지으시고 계신다 

요즘  할아버지는 이른 아침 밭에 나왔다 가시는지 

좀체 만날수가 없었는데

얼마전 모꼬 산책겸 나갔다가 정말 오래간만에 

이시이 할아버지를 만났었다 

잠깐 인사를 드렸였는데  가지 한가득 울 집으로 투척하셨다 


내가 사는 곳은 동경 변두리 동네인지라

게다가 몇년전 내가 마을 어린이회 임원을 하며 

마을 어르신들이랑 안면이 있는지라 

오다 가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드리곤 한다 





첫날에   가지를 찜기로 쪄서  물기를 쪽 짠후 

다진마늘 넗고 파 쏭쏭 썰어 넣고 

갖은 양념으로 조물 조물 버무려 가지 나물을 만들어 

맛나게 잘 먹었다


그나저나 가지가 넘 많다 

매일 매일 가지나물을 먹을순 없으니까 이틀을 가지 방치 


애써 농사 지은신걸 주셨는데 그대로 뒀다 

썩혀 버릴수도 없고 결국 두 팔 걷어부쳤다



불량주부인 울 집에 건조기가 있으릴 만무하고 

캠프를 즐기는 우리집에 있는건 

캠프장에서  쓸려고 사 둔 콜맨 건조망이 있는지라 

가지를 얇게 썰어 말리기로 했다 


사실 가지를 말려 본적이 없다

당연하지 불량주부인 내가 가지를 말려 본 적이 있을리 없다 

이시이 할아버지가 울 집 현관에 

가지를 한보따리 투척 하지 않으셨으면 아마도 난 

평생 가지 말려 볼 일이 없었을 것이다 



(퍼 온 사진)


인터넷 검색을 해 봤더니 

옷걸이를 이용해서 가지 말리는 법이 있긴 한데 

이렇게 흉내 내 볼까 하다가 

내 방식대로 콜맨 건조망으로 결정 !




이시이 할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곰팡이 안피게 하루에  두어번 뒤척여 가며 

잘 말려야지 ...


울 동네는 인정면으로는 시골 깡촌같다 

동경은 동경인데 변두리이다 보니 

대대로 이 마을에 살던 동네 토박이 어르신들이랑 

새 집을 지어 이사 들어온 젊은 외지인들이랑 

균형이 잘 맞게 형성되어진 마을이다 


모꼬짱이랑 산책한다고  마을을 돌아 다니다 

인사만 잘하면 

무우도 하나 얻고 양배추도 하나씩 얻어 오곤 한다 


몇년전엔 모꼬짱 데리고 자기야랑 히로랑 

나랑 가족 전원이 마을 산책을 나갔다가 

어떤 할아버지가 높다란 사다리 타고 감나무에 올라가 계시길래

처음 뵙는 분이지만 

우리집에서 가깝고 또 모꼬 산책 코스로 

자주 지나다니는 집이기에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드렸더니 감나무에

감을 가지채 꺽어 주셨다 

지금은 그 할아버지와도 오며 가며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다 


어쩌다가 땅 보러 왔다 첫눈에 맘에 들어 

아무 연고도 없는  동경 변두리 시골 동네에

 집을 사기로 결정한 한순간의 결정이

얼마나 잘 한 결정인지 이 동네 살면 살수록 느껴진다 


한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모 냉장고 광고 카피가 떠 오른다 

한순간의 선택이 일본에서의 나의 삶을 좌우했다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