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에서의 일상 /동경 변두리 울 동네

동경 변두리 울 동네 주민들 새해 처음으로 하는 일

by 동경 미짱 2018. 1. 2.
반응형
728x170


1월 1일 새해가 밝았네요 

미짱의 나 여기에에 방문해 주신 모든분들께 새해 인사 드립니다



친한 사람 조금 덜 친한 사람  

일년에 한번도 전화 통화 하지 않았던 그냥 아는 사람들에게까지 

인사차 보내는 일본의 연하장 

우리집 올해 연하장이다 

자기여랑 나 히로 그리고 모꼬도 울 가족이니까 모꼬짱 사진까지 


너무 성의가 없다 싶지만 디스토리 사진으로 보내는 

대신 연하장을 보냅니다 




 우리집은 1월 1일 카운트 다운이 끝나자 마자 자기야랑 히로랑 

심지어 모꼬짱까지 대동하고 뚜껍게 몇겹씩 옷을 껴 입고 집을 나선다

올해도 변함없이 카운트 다운 끝나자 마자 집을 나서는 울 가족들 ..


목적지는 우리집에서 걸어서 1분도 안걸리는 곳 

집에서 100미터 정도의 거리에 있는 신사 



카운트 다운 끝나자 마자 나섰는데도 줄이 쫘악

우리집이야 신사에서  워낙 가깝다지만 멀리서는 도보 10분 

아니 15분 거리도 있을텐데 다 들 참 부지런도 하시지 ..

 

동경 변두리 울 동내 주민들이 카운트 다운 끝나자 마자 

동네로 신사로 신사로 몰려 드는 이유

물론 마을을 지키는 신에게 새해 첫 인사를 하는 신사 참배가 그 이유겠지만 

신사 참배는 해가 바뀌자 마자 해야 하는 게 아니다 

새해 아침에 해도 되고 낮에 해도 되고 

그 다음날 해도 되는게 신사 참배인데 왜 울 동네 주민들은 

어두컴컴하고 추운 1월 1일 0시에 신사로  몰려 들까 

그 제일 중요한 이유는 마을 주민들과 서로 새해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다 

1월 1일 0시에 신사에 가면 한번에   마을 주민들을 다 만날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아무리 변두리라지만 동경에서 

아니 동경이 아닌 더 시골로 가도 이렇게 까지 마을 주민들이 

교류를 하는  곳이 아주 흔한것은 아닌데 

울 동네는 그런면에서 참 사람 사는 맛이 나는 동네다 




마을 임원들이 며칠전부터 신사 마당 한쪽 땅을 깊게 파서 

장작불을 태울수 있도록 해 둔다 

추운 겨울 날씨 주민들이 이곳에 옹기 종기 모여 

조금이라도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


길게 줄을 서서 참배의 순서가 오기 까지 아는 동네 주민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덕담도 하고 ...

그러고 있으면 부인회에서 아마사케라해서 

직역을 하면 단술 조금은 달달한 쌀로 만든 술을 나눠 준다 

따뜻한 아마사케 한잔에 몸을 녹이라고 ...,







참배가 끝나고 나면  따뜻한 돈지루랑 

후꾸부꾸로(복 주머니) 라고 해서 선물 보따리 하나씩을 나누어 준다 

마을 자치회에서 며칠전부터 준비한 작은 선물이다 

내가 어린이회 임원을 할때를 보면 

어른용 복주머니 400여개를 

그리고 어린이 용으로 따로 150개의 복 주머니를 준비했었었다 

그 말은 적어도 550명의 마을 주민들이 

1월 1일 0시에 신사에 와서 서로 교류를 한다는 말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신 울 시어머님이 그러신다 

" 요즘 세상에 이런 곳 잘 없다고 ..."

맞다 일본이 다 이러고 사는건 아니다

울 동네가 좋게 말해 특별하고 나쁘게 말해 좀 유별나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런 유별남이 참 좋다 

옆 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현대 사회에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정이란게 뭔지 실감케 하는 울 동네다 


정말 우연히  아무 연고도 없는 이 곳에 어쩌다 우연히

동경 중심가 보다 땅값이 싸다는 이유로 

변두리 이 동네에 집을 사게 되고 정착을 하게 되었었다 

정말 이런 동네에 살게 된건 나의 인생에 있어서 크나큰 복이 아닌가 싶다



부인회에서 전날부터 끓였을 돈지루 

토란 우엉 연근 당근 무우 등등 각종 뿌리 채소를 넣고 

돼지고기 넣고 된장으로 팔팔 끓여 낸 일본의 대표적 가정식이다 

돼지고기를 자기야에게 다 건져주고 나는 채소랑 국물만  홀짝 홀짝 

가끔 집에서 돈지루를  만들어 먹지만

1월 1일 울동네 신사에서 먹는 돈지루보다 맛있는 돈지루를 먹어 본적이 없다

부인회 사랑과 정성 때문인지 

아님 400명 분이 넘는 많은 양을 가마솥에다 팔팔 끓여서인지 

아님 동네 주민들이 다 함께 모여서 먹어서인지 정말 맛있다


참배도 마쳤고 돈지루도 먹고 복주머니 선물 까지 받았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인사 하기 



장작불을 중심으로 우선 동네 어르신께 하기 

동네 원로이자 마쯔리의 제일 책임자이신 할아버지 발견 

새해 인사 드리고 울 동네서 유일하게 히로랑 같은 고교에 진학한 

마에다 군의 할아버지 발견 

마에다 군 할아버지는 마을 원로로 예전 내가 마을 임원을 할때 

함께 마을 일을 해서 잘 아는 분이시다 

히로랑 손자분이 같은 학교에 다닌다며 인사 드렸더니 

몰랐다 하시며 더 반갑게 인사를 해 주신다


울 동네  원로인 마에지마 할아버지  올해 89세라 하신다 

인사를 드리니 

 " 여전히 이뻐 . 그 미모는 어디 안가네 ."

1월 1일부터 심쿵 

역시나 역시나 마에지마 할아버지 여자 마음을 너무 잘 아신다니까 

89세 나이지만 키가 훤출  인물도 좋으시고 

게다가 땅부자이시고 게다가 여자 마음까지 이렇게 쥐고 흔드시니 

젊으셨으때 꽤 많은 인기가 있으셨으리라는건 당연한 사실 

마에지마 할아버지 며느리와는 잘 아는 친구라 댁에 가끔 놀러 가기도 했었고 

남편들이랑 아이들 끼리도 서로 잘 아는 사이인지라 

나에게 이런 농담도  하신다


농담이거나 말거나 이쁘다 하시니 그것도 정초부터 

이쁘다 소리 듣고나니 기분은 좋다 


일본은 한국의 예전에 있던 통 동 반이란게 지금도 있다 

이사와서 히로가 3살때  아무것도 모른채 우리집은 반장을 했었다 

순서로 돌아가며 하는것이라 뺄래애 뺄수도 없이 했던 반장이다 

그때 마을  임원들이랑 통 동 반장들이 버스 한대 대절해 

당일 치기 여행을 갔었는데 그때 함께 간 인연으로 알고 지내는 우찌다 아주머니

나랑 히로를 만날때마다 많이 컸네 

그때 3살이었나 4살이었나 그때 소바 만들기 체험 같이 했었잖아 

그렇게 과거 이야기를 만날때 마다 하신다

오늘도 역시나 인사를 드렸더니 또 그때

기억도 가물 가물한 소바 만들기 체험이야길 하시며 

벌써 고 1이야?이렇게 컸어? 하신다 

도대체 버스 여행 소바 만들기 이야기는 언제까지 하실려는지 ..ㅎㅎ


이웃 사촌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오래간만에 보는 아이들 목소리는 컬컬한 남자 어른 목소리 

이젠 그 옛날 아이들이 아니다 

그 지역 중학교에 진학하는것과 달리 

고등학교는 성적따라 뿔뿔이 멀리 멀리 각각 

고등학교 진학고가 달라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히로 친구녀석들  

이젠 애 취급하기엔 너무 키들이 훌쩍 커 버렸다 

" 짜식들 너희들이 컸다 이거지 

아무리 그래도 나에겐 니들은 영원한 코 흘리개 애들이란다 ㅋㅋ"


나쯔군 엄마랑  겐군 엄마랑 아빠 그리고 

다른 친구들 엄마랑 아빠랑 오래간만에 만나 나누는 새해인사 

1월 1일 0시에  추운데 귀찮은데 잠이 오는데 

그래도 울 동네 주민들이 신사로 몰려  이유이다 


이렇게 새해 첫인사를 신사에서 동네 주민들이랑 

새해 인사랑 덕담을 나누며 한 해를 시작했다 




울 식구 3명이니까 복 주머니도 3개 

매년 준비하는 부인회랑 마을 임원들이 바뀌니까

복주머니 내용도 바뀐다



올해는 타올이랑 티슈랑 입욕제 


내가 일본 오기전 20년전 한국에 살때도 느껴 보지 못한 

이웃간의 교류 동네 주민들과의 교류 

이곳 일본 변두리이긴 하나 동경에 와서 이렇게 만끽할줄은 몰랐다 


일본 산다고 다 이렇게 살지는 않겠지만 

울 동네는   이렇게 산다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다 

한국인으로써 일본에 살며 이렇게 사람 사는것 처럼 사니 말이다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