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부터 울 집 와 계신 시어머니랑 둘이서만
고부간 데이트겸 런치
항상 먹는 집밥이 아닌 어머님이 좋아하실 만한 외식을 하고 싶은데
울 시어머님은 외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시는 오로지 집 밥을 사랑하시는 분이시다
종합병원 관리 영양사로 은퇴를 하시고
70중반이 되신 지금까지 열성적으로 영양관리에 관한 일을
놓지 않으시고 해 오시는 분이시니 오죽 하실까
예전의 울 시어머님이시라면 밖에서 외식을 하자면
라면을 먹어도 집에서 채소 듬뿍 넣고 직접 긇여 먹자 하시던 분이셨는데
어머님도 나이가 드시나 보다
외식 하러 나자자는 며느리 말에
두 말 없이 따라 나서신다
어머님 뭐 드시고 싶은거 있으세요?
아무거나 미짱 좋아하는거 먹지 뭐
난 생선이 좋지만 뭐라도 괜찮아
뭐 결론은 생선 드시고 싶다는 말씀이네
생선이라 ...
생선은 스시 외엔 그다지 외식으로 떠오르는게 없는데
잠깐 고민하다
어머님 생선하면 스시나 회 밖에 안 떠오르네요
항상 드시는 일식말고 양식 생선요리는 어때요?
내가 뭘 아나 아무거나 먹지 뭐 ..
자기야랑 히로랑 우리집 두 남자들 떼놓고
시어머니랑 며느리랑 둘이서만의 시간
생선 드시고 싶으시다는 어머님에겐 파에리야를
나는 새우든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를 ..
메인이 나오기전 스프로는 조갯살 듬뿍든 클램 차우더
그리고 새우랑 가리비 문어까지 든 전채 샐러드
울 시어머니 얼마나 마음에 드셔 하시는지 ...
어머님 친구분들이랑 외식을 하셔도 항상 일식 드시죠?
가끔 저랑은 양식 드시러 와요
일식이야 외식 보다 어머님이 만드시는게 더 맛있잖아요
(요건 90% 어머님 기준 UP 시켜 드리기 위한 아부성 발언임 !
난 이런 계산까지 하는 여우같은 며느리임 ㅋㅋ)
이 집 괜찮네 분위기도 좋고 조용하고
요즘은 친구들이랑 한달에 두번 외식을 하는데 항상 일식이지
내가 이런데 올 일이 있나
여기 너무 좋다
내가 파에리야를 언제 먹을일이 있나
울 시어머님 이 집이 아주 마음에 드시는지 사진까지 찍으셨다
사실 자기야랑 히로랑 남자 둘 떼놓고 어머님이랑
고부간에 외식 나온 이유는 이런 저런 이야기나 나눌까 싶어서다
사람이란게 분위기에 따라 기분도 바뀌는것 같다
집에서도 대화란 거 하면 되지만
밥 직접 하고 챙기고 먹고 치우고 뭐 그러다 보면
대화란걸 한다는게 그다지 쉽지가 않다
이렇게 분위기를 바꿔 밖에 나와서 조용한 음악이 분위기 있게 흘러 나오는 곳에서
남이 해 주는 맛있는 음식을 가만히 앉아 받아 먹다보면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이런 저런 사소한 얘기까지 다 하게 된다
남자들 빼고 여자 둘이서 그게 비록 고부간이라 할지라도
일본 시어머니에 한국 며느리 국적이 다르다 할지라도
70대 노인에 중년 아줌마라 할지라도 세대차이 그런거 없다
그냥 똑같은 여자다
시어머니랑 며느리가 마주 앉아 나눈 오늘의 이야기
각자의 신랑 흉보기다
어머님은 시아버지 흉 보기
너네 시아버지 은퇴 하고 집에 있으니 삼시세끼 밥차리기도 힘들고
집에 있으면 방해 되서 청소도 제대로 못 하겠어
글쎄 얼마전엔 내가 일 갔다가 급히 와서
허겁 지겁 저녁 준비하고 있는데 뒤에서 부시럭 부시럭 거리길래 봤더니
냉장고에서 밑반찬 꺼내서 혼자 밥을 먹기 시작하는거 있지
나는 급히 집에 와서 오자마자 밥한다고 난린데
아무 말 없이 뒤에서 뭐 하는 건지
저녁 준비하는 나는 도대체 뭐니?
시어머님의 남편 흉보기에
나도 내 남편 흉보기 스타트
어머님 아들은 안 그런줄 아세요
같은 반찬 3번 나오면 거들떠도 안 봐요
아무리 밑반찬 가짓수 많아도 메인 반찬없음 꼭 한마디 한다니까요
그거 다 어머님 책임인거 아시죠 ?
어머님이 워낙 어려서부터 잘 먹여 놔서 그런거에요
그니까 내 남편이나 니 남편이나 남자들은 왜 그러니?
내 말이요
어머님 손자는 어떻게요
뭐 먹을래 그러면 아무꺼나 라고 하고선
아무꺼나 내 놓으면 먹을게 없다고 또 얼마나 꿍시렁 대는지
꿍시렁 꿍시렁
내 남편은 시어머님 아들이건만 그런건 상관없다
이건 어머님 아들 흉보기가 아니라
그냥 여자들의 내 남편 흉보기일뿐
또 이럴땐 시어머님이랑 꿍짝 꿍짝 얼마나 죽이 잘 맞는지 모른다
울 시어머님은 아들 둘 키우는 엄마이자
일본에서는 가부장적인 걸로 유명한 큐슈남자인 남편에다가
병원 관리영양사로 평생을 워킹맘으로 바쁘게 살아 오신 분이시다
워킹맘이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시다
그래서 말씀이라도 내 걱정을 많이 해 주시는 편이다
당신 아들인 자기야에게도 집안일을 더 많이 도와라 하시고
나에게도 항상
" 힘들지? 고생이 많다?" 이리 말씀을 해 주신다
흔히들 말하는 시어머니 갑질이 없으시다
그러니 내가 어머님 기분 살살 맞춰가며 여우짓 할맛이 난다
자기야에게 라인을 보냈다
어머님 만족 !
코스트코에서 내가 다 계산했어
나 좋은 며느리지
자기야가 엄지 척 !
난 또 이렇게 내가 한 일 생색을 잘 내는 마누라다
은근히 생색을 내는게 아니라 대 놓고 생색 내는 마누라다
어머님이랑 런치 오기전에 코스트코에 들렸었다
울 어머님이랑 어머님 친구분들 코스트코 빵이랑 치츠 케익을 너무 좋아하신다
그래서 우리집에 오시면 항상 코스트코에 들려
빵이랑 케익을 사서 친구분들에게 보내신다
오늘도 코스트코에서 이것 저것 많이도 사셨는데
어머님이 돈을 내신다며 나를 밀어 내시는데
나는 더 센 힘으로 어머님 밀어 내고 계산을 하고
택배로 친구분들 4분에게 보내고 그리고 런치에 온거 였다
어머님 친구분들에게 또 며느리 자랑할거리 생기셨다
어머님 친구분들에게 며느리인 내가 선물을 보내는 것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한국인 며느리가 이렇게 여우짓을 하니
울 어머님 좋아하신다
어머님이 좋아 하시는 나도 좋다
어머님 런치를 마치고 식후 디저트랑 커피를 마시며
마지막으로 하신말씀
이런게 가족이지 ..
이런게 사람 사는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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