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주이지만 술 안주가 아닌 술안주

늦은 오후 자기야 랑 함께 스포츠센터에 운동을 하러 갔다
우리집 자기야는 오늘도 아침부터 테니스를 장장 5시간이나 하고 왔는데 마누라가 운동 가겠다니 같이 가겠다며 따라나서는 바람에 스포츠 센터에 가서 운동을 하고 왔다 도대체 우리 집 자기야는 오늘 몇 시간을 운동을 한건 …
운동을 마치니 저녁 8시
운동까지 하고 왔으니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면 얼마나 좋았을까마는
운동은 운동이고 절대 끼니를 거르지 않는 우리집 자기야의 “ 오늘 저녁은 뭐 먹을 건데? “
그니까 시간이 저녁 8 시인데 뭘 만들어서 먹냐고 내가 묻고 싶다 ㅠㅠㅠㅠ
시간도 시간이고 밥 대신 집에서 간단히 한잔 하기로 했다

냉장고속 재료로 만든 간단히 한잔 하기 위한 안주
일하는 여자인지라 우리 집 냉장고엔 장을 보지 않아도 뭔가를 뚝 딱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항상 채워 두는 편이다
고백하자면 그러다 유통 기한을 넘겨서 쓰레기통으로 버리는 일이 가끔 있는 불량 주부다

냉동 다코아끼를 에어프라이어에 돌렸다
다코야끼는 겉 바삭 속 촉촉이 생명인지라 렌지에 돌리는 것보다 에어프라이어로 돌리는 게 더 맛있다
내가 아무리 일 하는 여자고 불량 주부이지만 사서 냉동 보관을 하는건 많아도 가공된 냉동식품은 거의 사지 않는다
그런 내가 사다 두는 냉동 식품은 바로 다코야끼와 만두이다

우리 집 마당에는 아직 미니 토마토가 익어 가고 있다
마당에서 금방 따 온 미니 토마토랑 바질을 그리고 아보카도에 올리브 오일이랑 후추랑 소금을 넣어주면 우리 집 자기야가 너무 좋아한다
모차렐라 치즈라 있었으면 100점 만점인데 조금 아쉽다

조금 춥긴 하지만 마당에다가 차렸다
양배추 샐러드
두부 샐러드
쏘세지와 삶은 달걀
그리고 얼마 전 만들어서 냉동 해 두었던 떡을 구웠다
냉장고에 있을법한 흔한 재료들이지만 이렇게 한 접시에 담아 내니 쬐께 있어 보인다

첫 시작은 나는 와인 한잔
자기야는 맥주로 건배

나는 알코올이랑 친한 사람이 아니라 가끔 한잔씩 할땐 술 한잔에 안주 엄청이다
안주를 먹기 위해 술을 마시는 타입이다
그래서 가끔 이자카야에 가면 돈이 엄청 나온다
왜냐하면 양은 조금이지만 비싼 안주를 밥 먹듯이 먹기 때문이다
작은 양의 안주로 배를 채울려니 이것 저것 많이 시켜야 한다

한잔하며 안주를 먹는 동안 감자도 에어프라어에 돌렸다
안주가 부족할거란걸 알았기에

와인 한잔 마시며 그 많던 안주가 ㅋㅋㅋㅋ
술을 마시자는건지 안주를 먹자는 건지 ㅋㅋㅋ
나 : 충분하지?
자기야 : 위스키 한잔 더 하고 싶은데..
나 : 안주 추가해 줄께 .이 중에 몇 개만 골라 봐
자기야 : 다코야끼랑 소시지랑 떡
나 : 오케이 기다려

안주 추가 주문을 받았다
떡은 첫 주문보다 2배나 많은 양이다
직접 쪄서 만든 떡을 냉동 해 뒀다 구워 먹으니 훨씬 더 맛있는 것 같다

자기야는 위스키 한잔 더

이번 3일간 나는 회사에서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술 한잔을 마시며 자기야에게 미주알고주알 3 일간 있었던 스트레스의 원인을 말했다
한잔의 와인 탓인지 아니면 자기야에게 미주알고주알 다 일러바치며 말로 풀어선지 스트레스 해소!
난 왜 이리 쉬운 여자인지 말입니다 ㅋㅋ
이렇게 말할 상대가 있고 그 말을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

오늘의 회식 장소는 우리 집 마당이었다
해가 진 11월의 마당은 추웠지만 그래도 탁 트인 마당에서 하늘의 별과 달을 보는 시간이 양보가 안되어서 아직도 마당에서 놀고 있다
두꺼운 옷에 무릎덮개까지 하고 스토브를 꺼내 와서
마당에서 하는 한잔 끝내준다

결국 남은 안주는 요게 전부다
술을 마시자는 건지 안주는 먹자는 건지 …
근데 저녁에 왜 스포츠 센터 가서 힘들게 운동을 하고 온 거냐고 물으신다면 나나 자기야나 먹기 위해 운동을 하는 거라 망설임 없이 답을 한다
울 부부는 맛 난 거 먹으러 레스토랑이랑 카페 찾아다니는 게 취미이고 먹는걸 절대 포기할 수가 없는 부부인지라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이 아니라 먹기 위해 운동을 다닌다
그래도 오늘은 늦은 시간이 넘 많이 먹었다
먹고 나서 쬐께 후회했다는 건 안 비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