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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모꼬짱과 하늘이

나 할머니가 되는건가?

by 동경 미짱 2022.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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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눈 온다고 난리였던 동경
새벽부터 눈이 온다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막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새벽에 비로 시작을 했는지 땅은 많이 젖어 있고 그래서인지 눈이 금방 쌓이지는 않았다
하루 종일 눈이 내리긴 했지만 비를 머금은 무거운 눈은 그리 많이 쌓이진 않았다
2 센티 정도 쌓였을까?
지금도 내리고 있지만 내리는 듯 마는 듯하다

하루 종일 내린 눈이지만 늦은 오후
창 밖을 내다보니 쌓인 눈은 걱정했던 것 과는 달리 별거 아니었다
눈 소식은 여기까지 하고

아침에 정말 깜짝 놀랄만한 일이 우리 집에 일어났다
밖에 눈이 오니 춥다고 덧문까지( 일본의 단독 주택에는 큰 창문마다 새시 같은 덧 문이 있다 그 시작은 태풍 이 올 때 바람으로부터 창문이 깨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는데 지금은 방범용인 역할이 더 큰 것 같다. ) 꽁꽁 닫고 스토브를 켜 놓은 따뜻한 거실에서 모닝커피 한잔 하고 있을 때였다

거실 옆에 있는 방에서 우리 집 자기야의 다급히 나를 부르는 게 아닌가


자기야 : 자기야 빨리 와 봐. 하늘이가 알을 낳았어
: 뭔 소리야 하늘이가 알을 낳을 리가 없잖아

아침부터 웬 헛소리인가 했다
사랑앵무인 하늘이 …
암수 구별이 어렵긴 하지만 아마도 암컷일 거라 생각했다
성격이 까칠하고 앙탈 진 게 어째 나를 닮은 것 같다
그래서 암컷이겠지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우리 집은 암수 커플로 쌍으로 키우는 게 아니라 하늘이 한 마리만 키우고 있다
한 마리만 있는데 알을 낳을 수 있나?
믿기지는 않았지만 아침부터 우리 집 자기야가 호들갑을 떠니 하늘이 새 장이 있는 방으로 가 보았다

헐 ….
진짜다
작고 하얀 알이 분명히 두 개가 있다
뭔 일 이래?
한 마리인데도 알을 낳아?
게다가 도대체 언제 낳은 거지?
의문 투성이지만 하늘이 둥지에 누가 와서 몰래 알을 낳고 가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 이건 100% 하늘이가 낳은 게 맞는데
그래도 그렇지?

자기가 낳지 않았다는 듯 시치미 뚝 떼고 있는 하늘이 …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은 있다더니 “ 내가 뭘? “ 딱 그 표정이다
진짜 진짜 헐이다
알을 낳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었고 어제도 평소랑 다름없었다
내가 무심한 건지 배가 부르다는 느낌도 못 받았고
힘들어하는 모습도 없었고 평소처럼 잘 먹고 재질 재잘 떠들고 그랬었다
정말 상상도 못 했었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다시 보아도 진짜 알이다
막 낳은 건지
아직 조금 온기가 남아 있는 듯 손바닥에 아주 미온의 온기가 전해져 온다
무심한 주인장 때문에 혼자 산란을 했을 하늘이에게 미안한 맘이 ㅠㅠㅠ


우리 집 자기야에게 몸을 푼 하늘이에게 미역국이라도 끓여 줘야 하냐며 농담을 건넸더니 사과라도 주라 해서
손 위에 올려 두고 사과를 줬더니 기분 탓인지 평소보다 더 잘 먹는 것 같다
알을 낳는다고 체력 소모를 많이 했나 싶은 게 짠 하다


한참을 사과를 먹고 밖에서 놀다가 그래도 산란한 몸인데 싶어 새 장에 넣고 쉬게 해 주었다
평소라면 새장에서 꺼내 놓으면 이리저리 날아다닐 텐데 오늘은 날아다니기보다는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게 산란해서 피곤한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심한 주인장은 울 하늘이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 반 반성하는 마음 반으로 보낸 하루였다

푹 쉬라고 새 장이 넣어 두고 담요로 덮어 두었다가 한참후 새 장을 들여다보니 본능일까
알을 품고 앉아있다
알려 주지도 않았는데 알을 품고 앉은 하늘이를 보니 모성이란 게 이런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하루 종일 기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고
이 복잡한 감정이 뭔지 잘 설명이 안 된다

하늘이가 알을 낳았으니 나 할머니가 되는 건가?
에이 설마 …
수컷 없이 낳은 알이니 무정란이겠지 …
근데 하늘이의 산란으로 어째 하루 종일 나 자신도 그 정체를 정확히 모르겠는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의 하루였다

어쩐다 저 알을 …

눈 내리는 날 우리 집은 경사 ( 음 … 이게 경사인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조금 놀라긴 했지만 어쨌든 경사 ㅋㅋ)가 났다

                                             경! 축! 하늘이의  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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