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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의 기다림

by 동경 미짱 2020.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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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전쯤이었나보다 

히로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나 4학년이었나

학교에서 돌아온 히로손에 쥐어진 작은 돌맹이같은 갈색의 씨앗 

(퍼 온 사진 )


 엄마 이거 오늘 급식시간에 나온 과일인데 비파씨야

엄마 비파알아?

오늘 처음 먹어 봤는데 넘 달고 맛있어서 

심을려고 씨를 가져왔어


 울 집 마당 좁아서 심을자리 없는데 ..


 엄마 심자 응? 이거 진짜 맛있었단 말이야 


비파라 ..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과일 나무인데 어느정도 클텐데 

우리집 마당에 꽤 크게 자랄 과일 나무 심을 자리가 남아있지않는데 

하지만 히로가 워낙 조르는 바람에 화분에다가 심기로 하고 

히로와 함께 비파씨를 심은게 9년전쯤일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싹이 나고 나무가 자라고 

그렇게 9년이었다 

9년간 화분에 심은것 치고는 잘 자라는것 같기는 한데

열매는 고사하고 단 한번도 꽃도 피우지 않는 쓸모없는 나무

비파나무 ...

그렇다고 관상용으로 키우기엔 잎이 이쁜것도 아니고 

역시 우리집 쓸모없는 나무 제 1순위는

씨부터 발아시켜 키우고 있는  9년산 비파나무다 


그런데 올 1월 차가운 겨울바람이 쌩쌩 불어대는 1월에 

꽃 비스무리한게 핀것을 발견했다 



솜털이 송송한 꽃이라고 하기엔 너무 평범한 

하지만 이건 분명 비파꽃

처음 알았다 

비파꽃이 추운 겨울에 핀다는 것을 ..

9년만에 꽃을 피운 비파를 보고 

히로도 나도 무척 흥분을 했었고 또 기대를 했었다 

꽃이 폈으니 혹시 열매도 맺을지 몰라라고 ..





비파꽃 참으로 오랫동안 피어있었던것 같다 

한달이상  솜털송송한 꽃으로 있더니 어느날 보니 

열매 비스무리 한게 달렸다 



그리고 5월 

비파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하나, 둘 , 셋 

세어보니 모두 6개의 열매가 열려있다 


비파 

난 한국에서는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열매다 

일본에 와서 처음 먹어봤는데 

껍질까고 속에 든 꽤 큰 씨를 빼고나면 먹을수 있는 과육이 

얼마 되지도 않는데

일본에서는 비파는 꽤 비싼 과일에 속한다 


(퍼 온 사진)


\

크지도 않는 한입 크기의 작은 비파 6개정도 넣어서 7천원에서 

만원 사이의 가격 

백화점도 아니고  동네 마트 가격치고는 꽤 비싼 과일이다 

인터넷 판매로 1키로에 3만이 훌쩍 넘는다 


잘 익은 비파는 달짝지근 맛있긴 하지만 

한입 크기 6개를 만원이란 가격에 사 먹을 정도는 아닌것 같은데 

왜 비파는 비쌀까?

정확한 정보인지 모르겠지만 몇년전 친구들이랑 여행을 갔다가 

비파농장에 간적이 있다 

그때 농장주인에게 들은말이 살살 만지라고 ..

비파는 아무리 조심스레 만져도 금방 물러지고 상해서 

보관이 어렵다고 했다

유콩기간이 짧은 과일이라고 ...

그래서 비싼거였구나 ...


히로가 초등학교 시절 가져온 씨앗을 심고 

꽃도 한번  안피는 아이를 뽑아 버릴까 말까 고민하며 기다리기를 9년 

9년만에 처음으로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이제는 그 열매가 잘 익기를 기다리는 매일매일이다 

결실을 맺기 위한 기다림 ...

참으로 긴 기다림이었다 


히로는 9년만에 피는 비파의 꽃을 보고 

매일 매일 커가는 열매를 보면서 초등학교 급식시간때 

처음 먹었던 그 비파맛을 떠 올린것 같다 

나도 아직 앳된 모습의 초등 히로가 비파씨를 소중히 

가져 왔던 그날의 히로가 생각난다 

아주 신이 나서 학교에서 비파를 먹었다고 자랑을 했었는데 ...


그때의 히로가 가끔은 그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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