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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엄마에게 전화하는 철부지 막내딸

by 동경 미짱 2022.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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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중심부 신주쿠까지 전철 타는 시간 최단 시간 40분( 출퇴근 시간은 급행이 운행되고 있어서 급행을 타면 40분 걸리고 평균은 45분 정도 걸린다).
정도인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동경 변두리 중의 변두리 울 동네는 동경답지 않게 인공적으로 만든 공원이 아닌 동산이나 숲을 공원화한 커다란 공원이 열 손가락이 부족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자연 친화적인 동네다

우리 집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작은 동산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토끼풀과 서양 민들레가
한 폭의 그림처럼 이쁘다

한국에서 도시 출신인 데다가 20대 중반이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와서 나이만 먹었지 모르는 것투성이다
한국에서야 학교 다니고 직장 다니느라 내 손으로 밥도 해 먹지 않고 살다가 일본에 왔으니 철부지 20대 그대로 나이만 먹었다

그래도 내 스스로 참 대견스럽다 생각을 한다
살림이 뭔지도 모르고 살다가 밥도 하고 김치도 담그고
먹고살고 있으니 …
내가 처음 일본에 왔을 때만 해도 뭘 하나 하려면 엄마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이건 어떻게 하냐 저건 어떻게 하냐 물어보며 하나하나 배웠었는데 요즘은 인터넷이 워낙 잘 되어있어서 스마트 폰 하나면 모든 게 검색이 되는 세상!
얼마나 편한 세상인지..

그래도 가끔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 엄마 이건 어떻게 해? “라고 물어보면 울 엄마는 얼마나 열심히 나에게 가르쳐주시는지..
딸이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니 아주 신이 나시는 것 같다

울 동네 공원에서 자라는 개 복숭아
매일 출퇴근 시간에 지나다니는 곳인데
매년 너무 이쁜 복숭아꽃이 피어서 복숭아가 열리려나 기대를 했는데 내가 아는 복숭아가 아닌 매실처럼 작은 복숭아였다. 이렇게 작은 복숭아는 본 적이 없었다
분명 복숭아꽃이었는데 이 복숭아는 식용이 아닌 관상용 복숭아 구나 했었다
그러다 올해 처음으로 궁금해졌다
도대체 이렇게 작은 복숭아의 정체는 뭘까?
그래서 검색을 해 봤더니 개 복숭아라는 거고 이게 그렇게 몸이 좋다는 걸 알았다
과일으로는 먹지 않지만
효소로도 담고 담금 술도 한다는데 내 나이 50 넘어서야 처음 알게 된 개 복숭아다

검색을 해 봤더니 6,7 월이 수확 시기라는데 비교적 따뜻한 동경 이어서일까 벌써 빨갛게 익어 가고 있는 게 수확을 해도 될 것 같다
따? 말어?
그런데 어떤 분이 댓글로 “따”를 살포시 추천해 주시기에 용기를 얻어 따 왔다

잔털이 엄청 많아서 몇 번이나 빡 빡 문질러 씻고 물기를 빼고

꼭지도 따고 설탕에 재웠다
예전 같으면 아예 할 생각도 안 했었는데 요즘은 이런 걸 만드는 게 재미있다
이건 나이가 들어간다는 거?


오늘도  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물론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배운 대로 담근 후였지만 안 담근 척
“ 엄마 울 동네 개 복숭아 있어서 따 왔거든 …”으로 시작하니 개 복숭아 그게 얼마나 몸이 좋은데부터 시작해서 딸 때 털 때문에 깔끄럽다고 장갑 끼고 따라
담글 때 흰 설탕 말고 황설탕으로 담가라
너무 많이 따 오지 말고 ( 딸내미가 개 복숭아 딴다고 시커멓게 탈 까 봐 걱정하는 엄마 ) 먹을 만큼만 따라 ….
엄마가 나에게 담그는 법을 알려 주는 동안 울 아빠도 옆에서 훈수를 두시고 …
그렇게 개 복숭아 하나로 한참을 엄마랑 아빠랑 통화를 했다
내 나이 벌써 50 넘은 아줌마지만 엄마 아빠에게는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딸인 건 내가 일본 오기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딱서니 막내딸이 밥이나 제대로 해 먹고사나 걱정이고
“ 뭐하로 자꾸 그런 거 만들라 카노? 니 고생한다 아이가 … 마이 하지 말고 먹을 만큼 쪼금만 해라 “
늘 변함없는 딸 걱정이다

낮에 흰 설탕으로 개 복숭아를 재웠는데 울 엄마는 황설탕이 더 좋다고 황설탕으로 재워라 하신다
미리 전화로 물어보고 할걸 그랬나 …
아님 아직 개 복숭아 많이 많이 달려 있는데  한번 더 따다가 황설탕에 재울까

얼마나 먹겠다고 자꾸 담그려고 하는지 …

나 ; 엄마 오디도 많이 있는데  
엄마 ; 오디 그거 얼마나 좋은데..
아빠 ; 여는 오디 그거 비싸데이 오디가 얼마나 달고 맛있는데
엄마 : 손에 물드니까 장갑 끼고 따라

딸 고생한다고 하지 말라고 하시더니 몸에 좋다고 따다가 먹으라신다
매일 지나다니던 길 그게 오디인 줄을 몰랐다
그게 뽕나무란 걸 알고 나니 여기저기 뽕나무가 얼마나 많이 보이는지
울 동네가 뽕나무가 이렇게 많았나 싶다

오디 따러 가면 또 엄마에게 전화해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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