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난주 했던 하코네 여행에서 난 인생 첫 차박이란 걸 했다
차박이라는 거 붐이 지난 한물 갔다면 간 여행 스타일이지만 한 번은 꼭 해 보고 싶었다
실제로 해 보면 별것 아닐지 모르겠지만 못 해 봤기에 안젠가는 한번은 꼭 해 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
10월에 했던 3박 4일 동북 지역 여행때도 그리고 11월 초순의 2박 3일 후지산 여행때도
그리고 지난주 2박 3일의 하코네 여행에서도 여행 내내
내가 있던 곳 주변의 차박 성지를 검색 해 보곤 했었다
그러면서 알게 된게 일본은 차박을 하기에 정말 좋은 나라란 걸 알았다
차박을 어떤 이는 홈리스같은 생활이라고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일본은 어디를 가도 온천이 있다
싼 곳은 500엔 보통은 800엔 정도 아주 좋은 곳도 1300엔 정도면 물 좋고 시설 좋은 온천이 널렸다
그러니 차박을 하면서도 온천에서 피로를 풀며 몸도 마음도 리셋을 할 수가 있는 환경이니
차박이 홈리스같은 생활이란건 차박 스타일에 따라서는 아니지 않을까
지난주에 내가 인생 처음으로 경험한 차박!
그 첫 차박 장소는 바로 하코네箱根였다
하코네에 있는 후지산이 보이는 커다란 호수인 아시노코 호수 (芦ノ湖)
하코네의 관광 코스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이곳에서 호수를 가로지르는 해적선을 탈 수 있는 선착장이 있다
내가 첫 차박을 하는 곳은 바로 이 해적선을 타는 승선장의 주차장이다
하코네 신사까지 도보로 5분 정도의 정말 최고의 명당자리다
해적선 승선장을 바라보며 왼쪽에 커다란 주차장이 있는데 (항상 차랑 사람이 많아서 만차로 빈자리 찾기가 어려운 곳)
그 반대쪽인 하코네 신사 쪽에 10여대가 주차할 수 있는 작은 주차장이 있다
(이곳은 사람들이 잘 몰라서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차를 세운곳에서 보이는 해적선 (진짜 명당자리임)
밤이 되니 차는 다 빠져 나가고 평일이어서인지 나처럼 차박 하는 차는 4대뿐
차 안에 바라본 밤의 해적선
호수 바로 앞 1미터 거리에 차를 세웠기에 철석 철석 물결 소리가 밤새 들려왔다
첫 차박인데 차 안에서 음식까지 해 먹을수는 없고 그래서 저녁은
하코네에서 새로운 명물로 떠오른 빨간 우동 메뉴명이 "俺のうどん赤 오레노 우동 아까"를 먹었다
색은 빨간게 되게 매울 것 같은데 하나도 안 맵다
면은 쫄깃 쫄깃하고 국물은 생선이 베이스인 듯.. 맛있다
이곳은 빨간 우동도 유명하지만 이 떡이 더 유명하다
이 떡을 먹을려고 오는 사람들도 많다
우동 한 그릇 해치우고 떡까지 먹었냐고 물으신다면 아줌마의 위대한 위를 무시하지 말지어다..
라고 말 하고 싶다 ㅋㅋㅋ
하코네는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널린 게 온천이다
저녁을 먹고 일단 온천에 가서 때 빼고 광 내고 그리고 본격적인 나의 첫 경험 차박 시작!
히로가 어릴 때에는 매년 캠핑을 다녔었다
모든 게 장비빨이라고 텐트를 비롯해서 모든 캠핑도구는 다 갖춰져 있다
텐트 치는 캠핑도 젊었을 때나 낭만이지 나이가 드니까 텐트 치는 게 귀찮아서
캠프를 가면 텐트가 아닌 방갈로를 빌리는 캠프를 하게 되었지만...
웬만한 캠핑 도구를 다 갖추고 있으니 차박에 필요한 것을 따로 준비할 필요도 없었다
집에 있는 걸로 차박 준비는 끝!
저녁도 배 불리 먹었겠다 온천도 했겠다
그러나 차 안에서 할 일이 없다
밖에서 들려오는 호수의 찰랑 거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스마트 폰을 보기는 싫었다
미리 챙겨간 책을 보며 나 홀로 차박을 만끽했다
조용히 책을 좀 읽을 까 했더니 방해꾼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모꼬짱 !
이 사진을 보면 모꼬짱은 조용히 자고 있는데 왜 모꼬짱 핑계를 대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모꼬짱의 코 고는 소리 ㅠㅠㅠㅠ
13살 노견인지라 여행이 힘들었는지 코를 엄청나고 골며 꿈나라로..
그것도 내 배 위에 올라앉아서 드르렁 드드렁....
도저히 시끄러워서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는.....
그래서 그냥 잤다 ㅎㅎㅎ
첫 차박이었지만 잠자리도 바뀌고 아무래도 집보다는 불편해서 잠을 잘 잘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찰랑찰랑 호수 소리를 들으며 정말 잘 잤다
오히려 차라는 작은 공간이 아늑하게 느껴졌다
나란 여자 원래 잠자리 바뀌면 잠을 잘 못 자는 여자인데
(자칭 예민한 여자라고 하지만 그렇지도 않은 듯 ..솔직히 나도 나 자신을 잘 모르겠다)
거짓말 처럼 잘 잤다
일어나자마자 따뜻한 모닝커피 한잔을 내려 마셨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해적선..
이른 아침인지라 간혹 산책하는 사람이 한둘 있을 뿐 아직은 조용하다
커피 한잔 마시고 정신을 차린 후 이른 아침이라 아직 문을 연 가게도 없고 갈 곳도 없어서
전날 저녁 모꼬짱의 시끄러운 코골이 때문에 읽지 못한 책을 꺼내 들었다
아침부터 모꼬짱은 내 무릎을 점령하고
조금 책을 읽을까 했더니
이번엔 모꼬짱이 내 팔을 열심히 핥아대는 통에 책을 읽는 데 집중 을 할 수가 없다
눈으로는 글을 보고 있는데 머리에 하나도 안 들어오는 상황!
결국 또다시 책을 내려놓아야만 했다
울 모꼬짱 진상 중에 진상 ㅋㅋ
책 읽기를 포기하고 모꼬짱이랑 아침 산책 겸 호숫가를 거닐었다
물을 무서워하는 모꼬는 호수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첫 차박의 소감!
척 차박의 장소가 너무 좋았다
온천도 했고 맛 난 것도 먹었고 모꼬짱이랑 함께라 무섭지도 않았다
저 작고 작은 아이가 내가 항상 보호하고 지켜 주어야 할 아이가
차박을 하면서 정말 든든하고 의지가 되었다
다음에 제대로 된 차박을 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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