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어떻게 일본에서 손에 넣은 한국의
늙은 호박
사실 늙은 호박으로 뭔가를 만들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먹어만 봤지 ….
일본에 살면서 늙은 호박을 구할수 없으니 늙은 호박의 존재를 완전히 잊고 살았었는데 회사의 한국인 후배 덕분에 일본에서 커다란 늙은 호박이 내 손에 들어왔다
늙은 호박으로 뭘 만들까 생각해 보니 제일 먼저 떠 오르는 건 호박죽이다
하지만 호박죽은 단호박으로 비슷하니 만들수 있어서 일본에서도 가끔 만들어 먹고 살았으니 그리 그리운 음식은 아니고 또 뭐가 있으려나 생각해 봤더니 호박 부침개가 떠 올랐다
울 할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달달한 호박 부침개 … 노오란 색이 참으로 고왔던 기억이 난다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지만 먹어만 봤지 만들어 본 적없다
요즘 세상에 인터넷 검색만 하면 레시피가 좌르르 쏟아지겠지만 울 엄마에게 전화해서 엄마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일본 사는 막내 딸의 SOS에 예상했던 대로 울 엄마가 신이 나서 나에게 레시피를 전수해 주셨다
일단 호박을 손질을 해야 하는데 해 봤어야 알지 ㅠㅠㅠ
작은 단호박을 자르는데도 너무 힘이 드는데 이 커다란 호박을 어찌 잘라냐 하나 …
각오를 단단히 하고 칼을 들었다
단호박과는 달리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았다
칼이 쑤욱 하고 들어 가는 게 손질이 어렵지
않았다
채칼로 썬다고들 하던데 난 내 옛 기억에 울 할머니가 숟가락으로 호박을 끓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나도 채칼이 아닌 숟가락으로 호박을 그리는 방법을 택했다
호박 하나에서 씨가 이렇게나 많이 나왔다
호박이 부드러워 숟가락으로 긇는게 어렵지
않았다
엄마 말대로 소금과 감미료로 간을 해 뒀더니 호박에서 물이 꽤 많이 나왔다
울 엄마가 알려준 레시피는 설탕을 넣으면 구울 때 타기 쉬우니 설탕 대신 감미료가 좋다고 했다
호박에서 물이 많이 나와서 물을 넣지 않았다
음 … 너무 물이 많은것 같다
반죽이 완성되자마자 바로 한장을 구웠다
기름 많이 두르고 바삭 바삭 고소하니
한국 떠나산지 20년 훌쩍 넘었다
그 20년 기간동안 먹어 보지 못한 호박 부침개
내가 처음으로 만든 호박 부침개의
맛은 달달하니 맛 있다
그런데 할머니의 호박 부침개를 마지막으로 먹어 본게 워낙 오래전 일이라 그 맛이 가물 가물한데
내 기억속 호박 부침개보다 물기가 넘 많은것 같다
넘 촉촉하다
달달한 맛은 맞는것 같은데 식감이 아닌것 같다
이것 보단 더 바삭 했던것 같은데 ..
그래서 반죽이
너무 질어서 그런것 같아서 반죽에다 찹쌀가루를 추가로 더 넣고 약간 걸쭉하게 다시 반죽을 했다
찹쌀가루를 넣고 약간 되게 다시 반죽을 해서 구웠더니 내 기억 속의 호박 부침개의 식감이 살아났다
호박 부침개 달달하니 맛 있다
내 기억속의 할머니의 늙은 호박 부침개의 맛이 솔직히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달달하니 맛 있었다는 기억밖에 …
오늘 내가 만든 호박 부침개가 달달하니 맛 있으니까
이 맛이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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