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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너무 부담스러운 너

by 동경 미짱 2021.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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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쯤 작고 앙증맞은 선인장 하나를 샀었다
아니 하나가 아니다
우리 집에 몇 년 전부터 하나둘씩 키우기 시작한 선인장이 어느새 꽤 많아졌다

거실에만 미니 선인장이 7개쯤 있나 보다
그리고 마당에도 두어개 정도 있다
마당에서 있는 선인장은 시댁에서 가져온 아이인데 매년 너무 이쁜 선인장 꽃을 피운다
거실의 선인장은 장소가 장소인만큼 미니 화분에 작은 선인장을 키우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인 이 아이가 우리집에 온 건 3년 전쯤 10센티 정도의 작고 앙증맞은 게 이뻤다
홈센타 원예코너에 갔다가 첫눈에 반해서 데려 온 아이다
https://michan1027.tistory.com/1288

일본 시어머니와 한국 며느리의 선인장 이야기

어제 아침 마당에 나갔다가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어머나 세상에 얘가 언제 폈다냐 .. 며칠전 꽃봉우리가 맺었던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이렇게 활짝 필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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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ichan1027.tistory.com/956

매년 이맘때면 해야 하는 나의 숙제

2주전 시어머니에게서 메일이 왔었다 "선인장 꽃이 피었습니다 꽃봉우리도 많이 있어요 그쪽은 어떻나요?" 시댁에 선인장 꽃이 피었다고 사진을 보내 오셨다 매년 이맘때면 어머니는 선인장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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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 1년을 키우다보니 이 아이가 미니가 아니었다
얼마나 잘 크는지 말 그대로 쑥 쑥 컸다
너무 자라는 아이의 몸집에 비해 화분이 작아 보여서 몇 번 화분을 바꿔 주기도 했었다
이름하여 분갈이
10센치쯤 되던 미니 선인장이 6개월 동안 60센티로 훌쩍 자랐다
그리고 올 봄에는 70센티쯤 자랐었다
70센티의 키가 문제가 아니라 키에 따라 커져 가는 화분의 크기가 커지니 ㅂ
더 이상 실내에 두기에 부담스러워서 올봄에 더 큰 화분으로 분갈이를 해 주고 마당으로 옮겼다

10센티의 귀엽고 앙증맞았던 선인장이 이렇게 훌쩍 커버렸다
이 선인장의 이름은 모른다
선인장이 딱딱하지 않고 만지면 물렁하다
그러다 보니 애가 키만 훌쩍 컸지 그 키에 자기가 감당을 못해서 혼자서 지탱을 못한다
그래서 지주대를 세워서 키우고 있다

선인장인데 선인장 다운 딱딱한 가시도 없다
자세히 보면 작고 부드러운 가시가 있을 뿐 …

커다란 화분에 심어 햇살 잘 비치는 남쪽 마당에 내다 뒀더니 실내에서 키울 때보다 더 잘 컸다
오늘 얼마나 자랐나 재 보니 94센치
아이고 잘 자랐네 …
식물을 키우다 보면 이렇게 쑥쑥 잘 자라는 걸 보면 대견스럽기도 하고 키우는 보람도 느끼고 그래서 좋은데 그런데 솔직히 이 아이는 곤란하다
쑥쑥 잘 자라면 좋지 뭐가 곤란하냐하면
선인장이 단단하면 그다지 춥지 않는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거의 없는 영상의 비교적 따뜻한 동경의 겨울을 밖에서도 얼지 않고 키울 수 있는데 이 애는 만지면 물렁 물렁하다
만졌을 때의 촉감이 알로에보다 조금 더 부드럽다
잘라 보지는 않았지만 분명 선인장 속에 물기가 많을 것 같다
물기가 많은 선인장이 얼지않고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자라기만 잘 자랐지 지지대를 세워 주지 않으면 자기 몸도 주체하지 못하고 꺾이고 쓰러지는 아이라 이번 겨울 밖에서 잘 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아니 내 느낌상 겨울을 나지 못할거라는 예감이 90%다
분명 얼어서 내년 봄에는 이 아이를 보지 못할 것 같다

분명 10센치 정도의 작고 귀엽고 앙증맞은 아이였는데 …

너무 큰 화분으로 옮겨 심어서 실내에 다시 들이기도 애매하다
게다가 올 봄부터 밖에서 키워서 혹시나 화분의 흙 안에 벌레나 개미가 살고 있을 수도 있어서 그냥 실내로 들이기도 곤란하다
내가 상상했던 작고 귀여운 미니 선인장이 아니라 나를배신하고 나의 기대를 뒤로하고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훌쩍 자라 버렸지만
그래도 3년을 키웠는데 이 아이를 나 몰라라 할수도 없고 심히 고민이 된다
실내로 들여 놓을수 없다면 눈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처마 밑으로 옮기고 비닐하우스처럼 덮어주면 될 것 같기도 한데 ….
올해는 그렇게 넘긴다고 해도 1년에 30센치씩 훌쩍 커 버리는 이 아이가 내년엔 또 얼마나 자랄지
또 그 내년엔 …
하늘 높은줄 모르고 쑥 쑥 크는 이 아이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솔직히 좀 부담스럽다 ㅠㅠ

어렵게 이 아이의 사진을 한장 찾아냈다
이 사진도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보다 꽤 자랐을 때다
처음엔 이렇게 작고 앙증맞았는데 …
역시 변해버린 이 아닌 넘 부담스럽다
앞으로 얼마나 더 변해갈지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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