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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본 시댁과 한국 친정

일본 시어머니와 한국 며느리의 선인장 이야기

by 동경 미짱 2020.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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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마당에 나갔다가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어머나 세상에 얘가 언제 폈다냐 ..


며칠전 꽃봉우리가 맺었던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이렇게 활짝 필 줄은 몰랐다 

 



순백처럼 하얀 선인장 꽃이 두 송이 피었다 

나는 초록이들을 참 좋아하고 우리집 구석구석에 

수많은 꽃들이 있다 

나름 초록이들을  잘 키우는 편이라 자부를 하는데 

내가 유일하기 못 키우는 아이가 있었으니 

그것은 가만 놔 둬도 저절로  잘 자란다는 

세상 키우기 쉽다는 선인장이다 

세상만만한게 선인장이라는데 나에게는 선인장은 영원한 숙제다 

사다놓으면 죽이고 사다놓으면 죽이고 ..

내가 선인장을 죽이는 이유는 딱 하나다 

항상 물러서 썩어서 죽는다 

차라리 무관심하게 그냥 내 버려두면 잘 자랄것을 

이뻐한다고 하는게 관심이 너무 커서다 

나의 과한 관심이 선인장에겐 독이란걸 알면서도 

무관심 ...그게 안 된다


그러다 몇년전 시댁에 가서 선인장 이야기가 나왔다 

시어머니댁에는 매년 선인장 꽃이 핀다고 하셔서 

내가 선인장 꽃 한번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더니 

마당 한켠에 있는 선인장 화분 하나를 내어 주셨었다


시어머님이 주신 선인장은 크기도 좀 크고 

또 이쁘게 생긴 녀석이 아니라 실내에 들여 놓기는 좀 맘이 안 내켰다 

내가 키우고 싶은것 작고 앙증맞고 아기자기 이쁜 미니 선인장이었으니까 ..

그래서 시댁에서 가져온 선인장은 그냥 마당 한구석에다 방치 

말 그대로 무관심 ..

물도 주지 않았다 

그냥 비가 오면 비를 맞고 겨울에도 실내에 들이지 않았다 

아무리 무관심이라도 그래도 선인장인데  눈은 안 맞혀야 할것 같아서 

겨울이면 처마 밑으로 옮겨다 두는게 내가 하는 전부였다 

동경의 겨울은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없을 정도로 따뜻하니 

눈만 맞히지 않으니 얼지 않고 잘 살아 주더라


그렇게 내 무관심 속에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고 

그렇게 자라던 아이가 매년 이맘때가 되면 꽃을 피운다 

바로 내가 그렇게도 보고 싶어하는 선인장 꽃을 ..

역시 선이장은 무관심이 최고의 관심인가 보다 



그렇게 올해도 폈다 

큼직하고 하얀 선인장 꽃 두 송이 



바로 시어머니에게 사진을 찍어 라인으로 

꽃이 폈다 보고를 했다


 대단하네 (이쁘네 ..) 

그런데 하루만에 끝나는게 아쉬워 ..


그렇다 단 하루의 아름다움 

왜 선인장꽃은 이렇게 이쁜데 단 하루만 피고 지는 걸까?

보고 보고 또 보고 싶은데 말이다 

어제 아침 내가 이 아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올해는 선인장 꽃을 보지 못하고 지나갈뻔 했다 



시어머니에게 사진을 보내고 한시간쯤 지났나 보다 

 자기야 쟤 부러졌어 

 뭐라고? 헐 ....


꽃을 지탱하던 꽃대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꽃

자기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똑하니 부러지고 말았다 

안그래도 단 하루의 생명인데 자기 무게를 이기지 못해 

단 몇시간만에 부러지고 말다니 ..

허무하다 ....


부러진 아이 살피다 보니 선인장에 작은꽃망울이 4개가 더 보인다 

아직 4개의 꽃을 더 볼수 있는 찬스가 있다는 말씀 ! 

단 ! 매일 아침 얘가 폈나 안 폈나 관찰은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단 하루만에 자고 마는 이 아이를 

못 볼수도 있으니까 ..


내가 시어머니에게 선인장 사진을 보내고 하루가 지난 오늘 아침 

시어머니에게서 라인이 왔다 


시댁에 있는 선인장이 오늘 아침 꽃을 피웠단다 

그것도 4개가 동시에 

사진을 보니 윗쪽 꽃과 꽃 사이에 또 하나의 꽃 망울이 보인다 

시댁은 내일도 선인장 꽃을 볼수 있을것 같다 

우리집 선인장 꽃은 순백의 하얀색 

시댁의 선인장은 연한 핑크빛이 도는 아이 

누가 누가 이쁠까?

내 눈에 두 아이가 다 이쁘다 


선인장은 시댁에서 시어머님에게서 받아 온 아이라 

매년 꽃이 피면 난 사진을 찍어 시어머니에게 보낸다 

사실은 집안에 들일만큼 이쁜 비쥬얼이 아니라 마당에서 

방치를 하다시피 키우는 아이지만 

그 사연을 모르는 시어머니는 내가 아주 정성들여 잘 키우고 

있다고 생각을 하신다 


솔직히 내가 다른 우리집 초록이들에 비하면 

선인장을  방치 하고 있긴 하지만 그 방치란게 

선인장을 잘 키우는 첫째 조건이니 잘 키우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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