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부 경력이 몇 년 차더라..
이젠 손가락을 접으며 계산을 해 봐야 나오는 연륜이다
얼추 25년 차 주부인가...
어쨌든 꽤 연륜이 있는 연륜만 보면 베테랑 주부일 거라 생각을 하게 되지만
나란 여자 결혼 전엔 요리란 걸 해 본 적이 없는 여자다
김치? 당연히 먹어만 봤지 단 한 번도 만들어 보지 않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 졸업 후 혼자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느라 살림이란 걸 해 보지를 않았다
혼자 살면서 밥도 안 해 먹었냐고 물으신다면
거의 안 해 먹고살았다
아침은 건너뛰는 게 대부분이었고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그리고 저녁엔 거의 회식이란
명목하에 회삿 돈으로 먹던 시절이었다
어쩌다 쉬는 주말에 한 번도 끼니를 챙겨 먹었지만 전기밥솥에다가 밥만 하고 반찬은 시장에서 사다 먹었으니
나란 여자 요리와의 인연 없이 살다가 어쩌다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고
결혼을 해 보니 어라? 이 남자 일본 사람이네...
그렇게 남편을 따라 일본으로 들어와 살림이란 걸 살게 되었는데
요리란 것엔 연이 없이 살긴 했지만 약간의 소질은 있었는지
일본 와서 처음으로 김치란걸 만들어 보며 어찌어찌 주부 흉내를 내며 산지 25년 가까이 되는 것 같다
젊었을 땐 관심도 없었던 것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들이나 산에서 나물을 뜯는 것이다
한국에 살 때 내 나이또래라면 한 번쯤은 해 봤을 쑥을 캔다거나 하는 걸 난 한 번도 해 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일본에 살면서 그것도 나이가 들면서 요즘은 나물 캐러 다니는 게 하나의 취미가 되어 버렸다
먹는 것보다 나물을 발견하고 뜯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당연히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한 생소한 것들도 많다
서론이 너무 긴 거 아닌가? ㅋㅋㅋ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지난번 원추리를 욕심내서 엄청 많이 뜯어 왔었다
여기저기 원추리를 나눠 주고도 많이 남아서 어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검색을 해 보니
원추리로 김치를 만든다는 걸 알았다
나물은 오래 보관할 수 없지만 김치는 보관도 가능하니까 김치를 만들었다
요즘엔 검색만 하면 만드는 방법이 쭈욱 나오니 걱정은 접어 두고
하라는 대로 하다 보니 원추리 김치가 되었다
뭐 간단하네 ㅎㅎ
머위도 몇 번 따 왔다
부드러운 새 순은 데쳐서 된장에 조물 조물 무쳐서 맛있게 먹었었다
그리고 몇 번을 더 머위를 따 왔다
꽤 많이 자란 머위..
어쩐다나 고민을 접어 두고 일단 검색!
뭐시라? 머위로고 김치를 담근다고?
그럼 당연히 만들어야지
머위를 살짝 데쳐 줄기의 껍질을 벗겨내고 ( 이 과정이 제일 귀찮은 일이다 )
시키는 대로 하니까 머위 김치가 만들어지네 ㅋㅋㅋ
머위 김치는 깻잎 김치처럼 간장 베이스로 만든다
깻잎처럼 두서너 장 깔고 양념 얹고를 반복하면 된다
원추리 김치는 작년에 처음 만들어서 먹어 봤었지만 머위 김치는 정말 태어나서
처음 먹어 본다
깻잎 과는 달리 약간 씀스름함이 있지만 이 씀스름함이 꽤 괜찮다
그리고 얼마 전 친구네 대나무 밭에서 커다란 죽순을 서너 개 캐 왔었다
물론 공짜로..
마재 고항이라 해서 죽순 영양밥을 두세 번 만들어 먹었는데도 죽순이 꽤 많이 남았다
근데 이 죽순이 생각보다 쉽게 상한다
물론 냉동해 뒀다 조금씩 먹으면 되지만 우리 집 냉동실엔 뭐가 그리 많이 들었는지 꽤 많은 양의 죽순을
넣을 공간이 안 되어서 또 잠시 고민
이럴 땐 역시 검색이다
죽순 요리를 검색해 보니 어라? 죽순으로도 김치를 담가?
처음 들어 보는 당연히 먹어 본 적도 없는 죽순 김치를 만들었다
하라는 대로 하니 죽순 김치가 만들어졌다
난생처음 듣는 원추리 김치, 머위 김치, 죽순 김치..
세상에는 별의별 김치가 다 있다
죽순 김치는 이 3가지 김치 중에 우리 집 자기야가 진짜 맛있다고 한 김치다
죽순으로도 김치가 되냐는 자기야의 물음에
" 그니까.. 그게 되네..."
우리 집 자기야 진짜 이 죽순 김치를 너무 좋아한다
머위 김치
난 이 머위 김치가 맘에 든다
약간의 씁쓰름한 맛이 애들은 싫어할 어른의 맛이다
난생처음 알았고 난생 처음 만들어 봤고 난생 처음 먹어 본 죽순이랑 머위 김치
반백년을 살고서 난생처음ㅎㅎ
원추리 김치는 작년에도 만들어 먹었었고
이 3가지 김치중 제일 먼저 만들었기 때문에 시큼 하니 꽤 익었다
배추김치라면 난 당연히 익은 김치 파다
그런데 원추리 김치는 만든 지 얼마 안 된 새 김치가 맛있는 것 같다 (이건 개인 취향이니까..)
맛도 맛이지만 만들었을 데 남아 있던 사각 거리는 식감이 익으면서 없어져서다
역시 식감은 중요하니까
정말 김치란 음식은 무궁 무진한곳 같다
모든 재료를 김치화 시킬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우리 집엔 지금 배추김치가 없다
얼마 전 시큼하게 익은 김치를 탈탈 털어 김치찌개를 만들어 먹은 후
배추김치를 만들지 않았었다
하지만 우리 집엔 배추김치는 없지만 이 김치, 저 김치, 요 김치가 밥 상을 채워 주고 있다
냉장고에 들어 있는 이 김치 저 김치 요 김치를 보니 어째 든든하다
이게 바로 김치의 힘인 듯!
'먹고 살기 > 집에서 먹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미 한 마리로 만든 내 맘대로 요리 (1) | 2023.06.09 |
---|---|
마당에서 키운 상추와 미나리로 삼겹살 파티 (2) | 2023.05.26 |
울 엄마의 손맛 ! 고디국 (1) | 2023.04.29 |
워킹맘의 나 홀로 아침 밥 (4) | 2023.04.20 |
우리집에서 나만 아는 삼겹살과 미나리의 환상 궁합 (0) | 2023.04.10 |
어쩌다 보니 일본에서 원추리 김치 전도사가 되었다 (1) | 2023.03.29 |
세상 징그럽게 생겼는데 맛은 좋은 거북 손 (3) | 2023.03.26 |
집에서 쑥떡 만들기는 튼튼한 팔뚝만 있으면 된다 (1) | 2023.03.23 |
파티시에 엄마가 급하게 차린 아들 생일상 (2) | 2023.03.21 |
이걸 보고 안 비빌수가 없지 (3) | 2023.03.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