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버릇처럼 마당을 내다 보았다
아직 날이 채 밝지 않은 이른 새벽
창 밖이 하얗다
설마 ... 에이 설마 눈은 아니겠지
어제 오후부터 비가 내렸었다
잠들기 전엔 아주 많은 비가 내렸었다
창밖에서 거센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 들었었다
그런데 내가 잠든사이 눈이 내렸나 보다
첫눈 ..
내리는 것도 못 보고 소복히 쌓인 첫눈을 대면했다
반나절 내린비로 땅이 많이 젖어 있었을텐데
이렇게 눈이 쌓일 정도면 꽤 많은 눈이 내렸었나 보다
창 밖 눈을 보니 기분탓인지 더 춥게 느껴지는 새벽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일이 워낙 많아 새벽 출근을 했다
회사로 가는 길에 있는 공원 ..
일을 마치고 보니 내 전화에 장문의 메세지가 와 있다
원래는 베커리의 포장 부문에서 일을 하는 유미짱이다
나 보다 한살 적은 유미짱은 5달째 케잌부에서 연수중이다
유미짱은 일주일에 서너번은 나에게 라인을 보내온다
라인의 내용은 항상 고맙다
오늘도 김상 덕분에 즐겁게 일 했다
일 잘 가르쳐 줘서 고맙다
항상 신경 써 줘서 고맙다 ....
김상이 너무 좋다
항상 좋은 말 달콤한 말만 한다
게다가 굉장히 저자세이다
내가 일에 대한 뭔 얘기를 하면" 예 예"
무조건 미안하고 무조건 고맙고
미안하다 고맙다는 하루에 몇 번 듣는지 모를 정도로
그녀의 입 버릇 처럼 항상 하는 말이다
처음엔 얘가 나에게 왜 이러나 ?
내가 무섭나? ...
케잌부에서의 연수를 편하게 할려고 나에게 아부를 하나
너무 저 자세에 달콤한 말만 하니 오히려 가까이 하기엔
조금 껄끄러운 그런 느낌
유미짱의 태도는 아부한다고 느낄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얘랑 친하게 친구 먹어야 하나 아님 거리를 둬야 하나 한동안
가름을 할수가 없었다
어느날 유미짱에 대한 나쁜 소문을 들었다
내 귀에 들린 소문엔 같은 베커리 직원중 두명과 불륜관계라는 소문이 ..
유미짱이 특정 남자직원 몇몇과 친하게 지 내는 건 사실이다
게다가 나에게 그 소문을 이야기 한 이가
40대 후반인 유미짱이 특히 친하게 지내는 20대 후반의 남 직원과
사이가 무척 나쁜 앙숙이다
나에게 이 소문을 전한 직원은 유미짱과 20대 후반의 그 남직원의
관계를 의심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말을 그대로 믿기는 조금 어려운 그런 상황
아무것도 모르고 유미짱이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게
안되 보이고 이건 아무래도 아닌것 같아서
어렵게 유미짱에게 말을 꺼냈다
유미짱에 대해 떠도는 말이 있던데...
내가 채 말을 다 꺼내기도 전에
아! 그거? 알고 있어요
알고 있어?
남들이 뭐라하건 신경 안써요
에이 그래도 그런말 듣고 어떻게 가만히 있어
남들이 뭐라 하건 나만 아니면 되죠 뭐 .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하세요
아무리 쿨 해도 그렇지 그런 소문이 돌고 있는 걸 알면서도
아예 신경을 안 쓴다고 하는 그녀 ..
그녀의 행동이 그녀의 생각이 솔직히 이해가 안되었다
이런 정도의 소문이라면 회사에 보고를 하고
소문을 낸 그녀에게 엄중 경고를 할수 있는 내용인데
아예 신경을 안 쓴다는 유미짱
유미짱에 대한 소문
유미짱의 너무 심한 저자세
그리고 나에게 하는 아부성 강한 과분한 칭찬과 고마움의 말들 ..
그런것들과 상관이 없이 난 그녀에게 꼼꼼히 일을 가르쳤고
근무가 끝나면 " 오늘도 수고했어 내일도 부탁해 "
정도의 따뜻한 인사말을 건네곤 했다 .
며칠전 그녀가 결근을 했었다
결근후 다음날 출근을 해서 만났을때
" 유미짱 괜찮아. 너무 무리하지 말고 몸 관리 잘해 .."
라고 인사를 건넸었다
그리고 오늘 유미짱에게서 장문의 메세지를 받았다
건강 걱정을 해줘서 고맙고 걱정을 끼쳐 미안하다고
사실은 2년전에 유방암에 걸렸었고 한쪽을 절개를 하고
치료를 했고 나았다 생각했는데 며칠전 다시 뭔가가 잡혀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는데 재발했다고 ..
연말에 다시 병원에 가서 다른곳으로 전이가 되지 않았는지
검사를 해야 한다고
전이가 되지 않았다면 1월 말에 수술을 할 예정인데
현재로썬 전이가 되지 않았기를 바랄뿐이라고 ..
최악의 경우 전이가 되었다면 생명에 연관될것 같다고 ..
베커리 직원 60여명중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상관 1명과
나를 포함 3명뿐인데
알게 되면 괜히 불쌍하게 생각하고
신경 써 주는게 내키지 않으니 나만 알고 있으라고 ..
........
유미짱의 메세지를 늦게 본 것도 있지만
그녀의 메세지에 대한 답을 보내지 못했다
너무 갑작스러웠던것도 있고 너무 심각한 일이라
간단히 뭐라고 답을 쓸수가 없었다
내일 출근을 하면 그녀를 만난다
이런 경우 무슨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그냥 그녀의 메세지를 읽지 않은듯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평소처럼 대하는게 가장 좋을것 같긴 한데 ..
어설픈 위로의 말은 그녀가 원치 않을테고
힘 내라는 응원의 말도 현재의 그녀의 상황에선
아무 의미가 없을것 같고
역시 아무말도 못 들은것 처럼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어제처럼 오늘처럼 그녀를 대하는게 제일 좋을것 같다
그녀가 왜 말도 안되는 중상모략같은 소문에 대해
무덤덤 하니 신경도 안 쓴다고 했는지 알것 같기도 하다
생명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그녀에게
그런 소문은 아무것도 아니었나 보다
남이야 뭐라 하건 말건 상관없다고 하던 그녀의 말이
이해가 될것 같다
왜 그렇게 저 자세이고 뭐든 고맙다 미안하다
입 버릇 처럼 말 했는지 알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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