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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밖에서 먹기

아니 한국말을 왜 이렇게 잘 해요?

by 동경 미짱 2023.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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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나는 쉰다 

우리 집 자기야도 쉰다 

나는 직업상 주말보다는 평일날 쉬는 날이  많다 

일치감치 네 근무 시프트가 나온 걸 아는 우리 집 자기야가 월요일인데 유급휴가를 냈다

왜? 뭔일있어? 라고 했더니 그냥이란다 

그렇게 남들은 출근 전쟁이 한참일 월요일

우리는 평화롭고 조용한 아침을 맞았다 

모닝커피를 하면서 드라이브 겸 점심은 나가서 먹자고 하는데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잔뜩 찌푸려 있었다 

모꼬짱이랑 함께 갈 수 있는 호수가 댐이 있는 그곳 

40분 정도면 갈 수 있으니 그리 멀지도 않고 가볍게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아서  정한 곳이다 

우리 집 자기야는 모꼬도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이 있는지 미리 알아보라고 했지만 

나 : 자기가 거긴 널린게 식당이야 정 없으면 빵이라도 사서 공원에서 먹으면 되지 

자기야 : 그럴까 ?

 

뭘 먹겠다는 목적을 두고 가는 게 아니니까 먹는 것에 크게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다 

무조건 나가고 보는 거지...

천연 호수와 인공댐이 같이 있는 이곳은 꽤 아니 아주  넓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주말이면 공연도 하고 여러 가지 이벤트도 많이 해서 꽤 붐비는 곳인데 월요일이라서인지 한산 그 자체 

게다가 평소라면 주차비를 받는데 오늘은 무료라고 큼직 막하니 적혀 있었다 

하긴 커다란 주차장이 3곳이나 있는데 차는 다 해서 고작 10대 정도 있었다 

주차비 징수하는 아저씨 인력비도 안 나올 정도니...

이곳은 교토에 있는 철학의 길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곳이다 

 

소바집을 비롯해서  많은 가게들이 있는데 오늘은 역시나 대부분 문을 닫았고 

문을 연 집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였다 

구경거리가 없는 건 아쉽지만 사람들로 복작이지 않아서 평일의 외출을 나는 좋아한다 

문을 연 집 발견! 

문제는 모꼬짱이 들어갈 수 있냐 없냐인데...

 

 

가게 앞에 귀여운 돼지 한 마리가 환한 웃음으로 반겨 주고 있는데 

이 집은 돼지고기가 맛있단다 

게다가 모 꼬짱 입장 오케이 ㅎㅎ

오른쪽 본 건물은 입장 불가이고 왼쪽에 별관은 오케이 

운 좋게 단번에 반려견 오케인 가게를 발견했다 

메뉴나 맛은 중요하지 않았기에 만족스러웠다 

별관은 6개의 테이블이 있는 꽤 큰 공간이었는데 손님은 우리 둘 뿐! 

메뉴판을 받고 우리 집 자기야랑  한국말로 이야기를 하는데 메뉴판을 주고 돌아서던 아주머니가

휙 돌아서더니 

아줌마 : 한국분이세요?

나 : (나도 너무 반가워서)  네. 한국분이세요?

아줌마 : 아니에요 일본 사람이에요. 한국말 배우고 있어요

 

메뉴 정하면 다시 오겠다 하고 아주머니는 퇴장!

다시 등장한 아주머니 

10월에 한국에 간다며 살짜기 자랑을 하시며 이번이 아주머니의 첫 한국 방문이라고 했다

너무 한국말을 자연스럽게 하셔서 교포이거나 꽤 자주 한국을 들락날락 하셨겠구나 했는데 

이번에 한국 첫 방문이라니 깜놀! 

혼자서 한국말을 공부하셨다는데 어휘력이나 이런 걸 접어 두고 일단 한국에 가 본 적 없이

혼자 공부한 일본인들의 특유의 어색한 발음이 아니라 너무 자연스러웠다 

어머 한국분이세요? 안녕하세요 라는 한마디에 나 또한

한국분이냐고 물을 정도였으니... 

 

 

음... 아마도 50대 중 후반 

나는 식사 중 아주머니는 근무 중이니  더 이상 호구 조사는 못해서 언제부터 얼마나 오랫동안 

한국어를 공부했는지 물어보지 못했지만 

아주머니의 노력과 정성에 그저 그저 감탄만 할 뿐...

내가 아는 다른 일본 아줌마 이야기인데 

아들 둘 다 키우고 독립시킨 후 50대 후반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셨다는데 

60대부터 혼자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했고 60대 후반인 지금은 외국인들과  자연스레 소통을 하신다 

배움에는 늦음이 없다는데  난 뭐  하는 거지?

 

계획도 없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우연히 정한 장소에 

우연히 들린 가게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말 잘하시는 일본 아주머니...

갑자기 난 지금 생활에 만족하며 너무 안주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작심삼일이라고 며칠 지나면 다시 희미해져 갈게 뻔하지만 

가끔 이런 자극을 받고 이걸 계기로 잠시나마 나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그것 또한 괜찮치 않을까 싶다 

작심삼일이 지난 후 잠시 쉬다 다시 작심삼일 또다시 작심삼일...

그렇게 무한히 반복을 하다 보면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 있을지도...

 

가게를 나오며 일본 아주머니에게 

나 : 한국 잘 다녀오세요 즐거운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아주머니 : 네 고맙습니다. 너무 기대돼요 ㅎㅎ

 

나랑 얘기하는 내내 한국 사람과 한국말로 이야기하는 것 때문인지 

아니면 10월에 한국에 간다는 그 기쁨 때문인지 내내 환한 미소로 말 그대로 입에 귀에 걸린듯한 

아주머니의 얼굴이 하루가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내가 한국 사람으로 착각을  했던 아주머니 한국 여행에서 좋은 추억 많이 많이 만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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