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코로나, 눈 그리고 벚꽃

토요일인 어제 저녁에 갑자기 엄청나게 비가 쏟아졌다 

사실은 며칠전부터 눈이 내릴거란 예보가 있긴했지만 

올 겨울에 동경은 눈다운 눈이 한번도 내리지 않았던 

너무나 따뜻한 겨울이었었다

두번정도 눈발이 날리긴 했지만 말그대로 눈발이 

날리다 만 정도였었다 

그런데 3월 지금 동경은 벚꽃이 한창인데 

 4월을 겨우 이틀을 남겨두고 눈이 온다고 

설마 ..

설마가 역시나로 바뀌며 엄청 쏟아지는 비 

문을 꼭 꼭 잘 닫았지만 빗 소리가 엄청 나게 들렸었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 7시쯤에 일어났다 

창밖을 보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하늘도 구름으로 가득하다 

하루종일 비가 내릴것 같은 느낌 !

어차피 동경은 이번 주말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외출을 자제 하라고 하는데 

비가 오니 집 안에서 조용히 보내야 할까보다 

1층으로 내려와 빨래 돌리고 부엌에서 아침 준비한다고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한시간이 훌쩍 지났다 

8시쯤 빨래를 널려고 뒷 마당쪽 문을 여니 

어머나 헐 ! 이게 뭔일 ??

분명 한시간 전까지만 해도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한시간만에 눈이 저렇게 쌓여있다 

어머나 뭔 일이래

우리집 마당에 지금 튜울립이 꽃봉우릴 맺었는데

그리고 딸기도  하얀 꽃을 피웠는데 

얘네들이 지금 저  차가운 눈 밑에 ...

어머 웬일이래 

펑펑펑 눈은 멈출줄 모르고 오전내내 내렸다 

차 위에 쌓인 눈을 보니 10센치 

아니 10센치는 훌쩍 넘을것 같다 

4월을 목전에 두고 이게 웬일이래

눈이 온다는 예보는 있었지만 

설마 설마 하면서 다육이들도 마당에 그대로 다 두었는데 

완전 눈으로 덮여 버렸다 

이걸 어쩐대 

현관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눈이 소복히 쌓였다 

보라빛 크리스마스 로즈가 눈의 무게를 못이기고 

잔뜩 고개를 숙이고 있다 

아이고 저 다육이는 어쩐다니 

얼마나 추울까나 ...

믿기지 않을 만큼 많은 눈이 내렸다 

덕분에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외출을 자제 해 달라던 동경도지사 말대로 

강제로 집안에서 꼼짝하지 않고 지낸 일요일 하루였다 

2일전인 금요일 

히로랑 둘이서 외출을 했었다

일이 있어서 나간 외출길 

넓은 도로를 두고  길이 좁아서 평소엔 잘 다니지 않는 

좁은 길로 일부러 갔었다 

그 이유는 ...

그 좁은 길은  바로 벚꽃이 많은 길이기 때문이다 

신호도 하나 없는 좁은 길이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따로 벚꽃 구경을 갈 수 있을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기는 섭섭하고 

어차피 일이 있어 나선길 좁은 길이긴 하지만 

벚꽃이 만발한 그 길로 일부러 갔었다

차 안에서라도 볼까 싶어서 

차가 많아 다니지 않는 길이라 

창문을 열고 천천히 달리며  짧은 시간이지만 벚꽃 구경을 했었다 

나는 천천히 차를 운전하고 

히로는 조수석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

4월을 겨우 2일 남겨두고 내린 많은 눈 

마당에 막 피어날 튜율립을 비롯한 많은 꽃들을 생각하면 

아니 왜 지금 눈이 오냐며 살짝 원망스럽고 

이 눈이 반갑지는 않지만 

어찌 생각해 보면 이 눈이 참 고맙기도 하다 

아마도 일요일 아침 부터 이렇게 눈이 오지 않았다면 

많은 사람들이 벚꽃놀이로 거리로 사람들이 엄청 많이 

쏟아져 나왔을것 같다 

일본인들은 하나미 花見 라고 해서 

벚꽃나무 밑에 옹기 종기 모여 앉아 벚꽃을 보며 

도시락을 까 먹으며 음주가무를 즐기는 걸  너무나도 좋아한다 

하나미 花見는 일본인이라면  

봄이면 반드시 즐겨야 하는 중대한 이벤트중 하나이다 

아무리 외출을 자제하라고 해도 

이번주가 바로 하나미 花見 하기에 제일 좋은 

벚꽃 만개의 시기이니 조용히 넘어가지 않았을터 

어쩌면 이 눈이  코로나의 엄청난 확산을 

조금이라도 막아 주는 참 고마운 눈이 아니었을까 싶다 

코로나... 

그리고 눈 그리고 벚꽃 ..

참 어울리지 않는 묘한 조화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