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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일상 /동경 변두리 울 동네

포기김치 맛을 알아버린 일본인들

by 동경 미짱 2021.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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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동네 마트에 갔다가 내 눈에 떡하니 들어온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김치코너!
뭐 요즘엔 워낙 일본에서 김치가 인기가 많다 보니
일본의 어떤 마트에 가도 김치코너는 꽤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에선 김치가 마트의 중심 상품중 하나가 된 건 꽤 오래전부터였다
단언컨대 일본에서 김치 팔지 않는 마트는 아마도 없을 거다

이번에 내가 간 마트는 특별히 큰 마트도 아니고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 마트다
그래서 내가 자주 가는 동네 마트
보통 김치코너를 보면 배추김치가 주류고 가끔 깍두기도 볼 수 있고 여름에는 오이김치(오이소박이)가 인기 김치 품목 중 하나이다
배추김치는 썰어서 담는 김치로 여러 회사에서 만들어 팔고 있은데 보통은 일본 내에서 만들어 파는 게 주류이고 ( 일본인이 만드는 김치도 있고 재일 동포가 만드는 게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규각이나 모란봉 같은 일본에서 유명한 야끼니쿠 체인 식당의 김치도 있다)
간혹 반갑게도 종가 김치를 파는 곳도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엔 일본에서는 라면 하면 당연히 신라면이고 그 외 만두 같은 냉동식품이나 육개장 같은 즉석식품은 비비고가 최고 인기이며
김치는 종가 김치가 제일 인지도가 높은 것 같다

말이 길어졌은데 워낙 대중적이라 놀랄 것도 없는 김치코너가 이 날따라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세상에나 드디어 드디어 울 동네 마트에
포기김치가 등장을 했다
“어머나 세상에 포기김치가 다 있네 “

근데 직접 썰어서 먹어야 하는 조금은 귀찮은 포기김치가 팔릴까 싶었다
울 동네는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그런 동네가 아니다
내가 울 동네 사람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일본은 마을 자치회가 워낙 잘되어 있어서 요즘 한국에선 이런 말을 쓰는지 잘 모르겠지만 통, 반 조직이 일본에서는 필수다
내가 알기론 우리 마을에서 한국인은 아마도 나 혼자인 걸로 알고 있다
한국 성을 포기하고 일본 성을 가진 재일교포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몇 년 전 마을 임원을 했기 때문에 주민들 명부를 볼 수 있었는데 한국 성을 가진 주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쨌든 마트의 김치는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들이 고객인데 포기김치가 과연 팔릴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었다

 

 

김치코너를 보면 다양한 문구가 쓰여 있다
어떤 김치엔 정말 맛있는 김치
어떤 김치엔 밥을 많이 먹게 되는 김치
어떤 김치엔 직접 만든 김치 (공장 제품이 아니란 말)
어떤 김치엔 마늘이 듬뿍 들어 간 김치
어떤 김치엔 장인의 손맛
참으로 다양한 문구로 김치를 선전하고 있다


일본 동네의 마트에서 본 포기김치가 정말로 반가웠지만 김치를 직접 담아 먹는 나로선 맛이 어떨지도 모르는데 사 먹을 이유는 없고 그냥 반가워만 하다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 다시 그 마트엘 갔다
어라! 포기김치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다 팔리고 없다
먹기 좋게 잘라서 소량으로 넣어서 파는 김치는 많이 남아 있는데
이틀 만에 텅텅 비어 있는 포기김치 코너를 보며
헐... 일본 사람들이 포기김치 맛을 아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김치 자르려면 귀찮아서라도 안 살거라 생각했었는데...
포기김치가 과연 팔릴까 했던 나의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일본 사람들도 포기 김치 맛을 아는구나...
이렇게 포기김치가 잘 팔리니 이젠 울 동네 마트에서도 언제나 포기김치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나저나 일본 마트에서 파는 포기김치 맛이 되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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