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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상

설거지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깨끗합니다요

by 동경 미짱 2022.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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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틀 줄기차게 비가 내리더니 날이 많이 따뜻 해졌다
이젠 진짜 봄이란 게 느껴진다
올해는 유난히 봄이 늦게 찾아온다고 느껴지는 건 분명 기분 탓 만은 아니다
따뜻한가 보다 싶으면 갑자기 추워지고 추운가 하면 또 따뜻해지고 도대체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매일 아침 창문을 열고 피부로 온도 체크를 하고서야 무슨 옷을 입을지 결정하는 매일이었다
오늘은 너무나 따사로운 전형적인 봄날이었다
우리집 자기야는 오늘 출근을 하려고 하다가 전날 부서원 한 명이 코로나 확진에다 다른 한 명이 몸 상태가 불안하다는 보고를 받고 오늘도 재택근무를 택했다

오늘은 나는 비번 ( 어째 맨날 노는 것 같다 . 진짜 일 하는 여자 맞냐 싶지만 평일 논다는 건 이번 주말은 근무라는 ㅠㅠㅠ)이라 모꼬짱 데리고 병원에 갈 예정이었다
미리 예약을 하진 않았지만 당일 전화로 예약이 가능하니까

모꼬짱이 어디 아파서 병원 가는 건 아니고 매년 4 월에 광견병 예방 주사가 있어서다

하지만 날이 너무 좋으니까 이런 좋은 날 병원 가기 싫다는 생각이 살짝 아니 강하기 들었다
어차피 병원 예약 도 안된 상태니까 오늘이 아니라도 괜찮겠지 ….

오늘은 날이 좋으니까
산나물 뜯으러 가야지 ㅎㅎ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나의 비밀 창고로 향했다

동경외곽이 자연이 너무 많은 울 동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의 무대 배경이기도 한 다마지구多摩地区다
인간이 자연을 개발이란 명목하에자연을 파괴하던 그곳!
하지만 아직까지 자연이 많이 남아 있는 살기 좋은 곳이다  

숲 속에 넓은 평지
이곳이 바로 보물 창고다

물이 아주 맑다
이곳은 반딧불 연못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다
히로가 초등학생 때만 해도 이곳엔 정말 반딧불이 살고 있었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곳에서 반딧불을 직접 보았는데 그때 정말 감동스러웠다
아쉽게도 이 숲 바로 앞 까지 몇 년 전 애니메이션처럼 개발이란 명목 하에 주택지로 변하면서 지금은 이름은 아직도 반딧불 연못이지만 반딧불이 사라져 버렸다 ㅠㅠ
하지만 이곳만큼은 꼭 남겨 달라는 주민들의 반대로 개발지역에서 벗어났다

눈에 보이는 건 전부 원추리다
그늘이 진 곳은 아직 원추리가 식용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여리 여리 보들보들 하다

반딧불 연못으로 이어지는 작은 하천엔 물 냉이 (크레송) 이 가득

보라색 꽃 앞 쪽의 초록이들은 전부 원추리다

나무 그늘 아래에 머위가 가득
아무리 다마지 구라지만 동경 중심지인 신주쿠와 시부야에서 전철로 40분 거리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맑고 깨끗한 곳이다
미나리는 아직 눈에 띄지 않았다
간혹 몇 개 보이긴 했는데 아직 너무 어려서 수확하려면 한 2주 정도 더 기다려야 것 같다

1시간 정도의 산나물 채취로
양손 가득 자연산 산나물 득템이다

달래도 한 줌 뜯어 왔다
살이 통통하니 튼실하다

머위는 울 친정엄마가 살짝 데쳐 묵나물 만들어라고 해서 나는 엄마 말 잘 듣는 딸이니까 뜯어 왔다

나도 참 …
쉬는 날 그냥 쉬면 될 것을 왜 이리 사서 고생인지 …
근데 고생이 아니라 재미있다
솔직히 히로는 잘 먹지도 않는데 자기야 랑 나랑 둘이서 먹어 봐야 얼마나 먹는다고 이렇게 잔뜩 뜯어 올 필요도 없는데 쭈그리고 앉아서 나물 뜯는 게 재미있다
어릴 적 난 이런 나물 뜯는 일을 해 본 적이 없다
초등 때 내 친구들은 방과 후 쑥도 뜯으러 가고 하던데 울 엄마는 절대로 그런 걸 못 하게 했었다
울 엄마는 나 어릴 적 아주 귀하게 키우셨는데 50 넘어서 지금에서야 뒤늦게 나물 뜯으러 다닌다고 손톱 밑을 까맣게 물들이며 이러고 있다 울 엄마는 지금도 내가 전화로 머위도 뜯고 원추리도 뜯고 그런다고 하면 힘들기 왜 가냐며 가지 말라고 하신다
아마 울 엄마 나의 새까매진 손톱을 보면 기겁하실 거다 ( 머위를 뜯으니 손톱도 손가락도 까맣게 물이 들었다 )

뜯어 온 나물들 대충 씻어 두고
서둘러 점심 준비 돌입
오늘은 자기야도 히로도 나도 집에 있는 날
모처럼 평일 점심을 다 함께 먹는 날이다

갓 뽑아 온 달래에 오이랑 햇양파를 넣고 식초 넣고 마늘 넣고 새콤 달콤 무쳤다

안 맛있수가 없는 달래 무침
우리 집 자기야가 이 달래 무침에 맘에 든단다
당연하지?
누가 만들었는데 당연히 맛있지 ㅋㅋㅋ
그러나 울 아들은 한 입도 안 먹었다
왜냐하면 초록색 풀들은 아주 싫어하는 편식쟁이라서다

오전에 산나물 뜯느라 시간이 별로 없어 급히 만든 점심상
날이 너무 좋으니 마당에서 점심을 먹자는 우리 집 자기야
집 안에 콕 박혀 재택근무를 했으니 바깥바람이 쐬고 싶은 우리 집 자기야는 날씨 좋은 날이면 언제나 마당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한다
그래서 마당으로 옮겨 차린 점심

메인은 닭고기와 고등어
닭고기 구워 데리야끼 맛으로 조리고
지난 주말 저녁에 마당에서 바비큐를 하고 남은 숯불이 아까워서 냉장고에 있던 고등어를 숯불에 구워서 냉동해 두었었다
해동해서 다시 데웠는데 숯불 냄새가 베여서 향이 아주 좋았다
데리야끼 닭고기는 우리 집 두 남자의 메인으로 고등어는 고등어를 엄청 좋아하는 나의 메인으로 준비를 했는데 우리집 두 남자 숯불 냄새나는 고등어가 맛있다며 뺏어 먹는게 아닌가
근데 정말 맛 있다
다음에 바비큐 할 때 고등어 몇 마리 구워서 냉동해 두면 급할 때 요긴할 것 같다

그냥 깨끗하게 막어 치웠다
뒷정리할 것도 없을 정도로 ㅎㅎ
이렇게 깨끗하게 먹어 치우면 기분도 좋다
접시까지 먹어 치우지 않아서 다행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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