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발걸음도 가벼운 출근길 ( 사실은 재택근무라 남편은 집에 있는데 나 혼자 일 하러 가기 싫어서 발걸음이 무거운 출근길 ㅠㅠㅠ)
이른 아침이라 아직은 쾌청하다
출근길 ..
바삐 길을 재촉하다 문득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침 하늘이 이쁘다
가끔씩 하늘을 쳐다볼 때면 하늘이 이렇게 이뻤나 싶다
항상 변함없이 이쁜 하늘인데 하루에 한 번쯤 쳐다보며 살아야 하는데 땅에 돈이라도 떨어졌을까 봐 땅만 보며 아니 앞만 보고 걷는 삭막한 일상이다
날이 더우니 사람들이 케이크를 비롯 한 단 것을 별로 안 먹는 것 같다
한가하길래 반차를 내고 이른 퇴근을 했다
퇴근길 …
아! 덥다
무지막지하게 덥다
진짜 덥다
10분을 걷는데 숨이 턱턱 막힌다
바람이 있는데 이렇게 더울 수가 있을까 싶다
솔직히 이렇게 더운 날은 집에 가는 것보다 회사에서ㅠ일을 하는 게 더 시원하고 쾌적한 환경이지만 오늘은 우리 집 자기야가 재택근무인지라 하루 종일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있을 테니 더위 걱정은 無! ㅎㅎ
집에 와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오늘 시아버지가 건강 검진을 가신다는 게 기억이 났다
이렇게 날도 더운데 갑자기 걱정이 들기 시작 ( 또다시 시작되는 나의 착한 며느리 병 ㅠㅠ)
시어머니 계좌로 돈을 부쳤다
물론 우리 집 자기야에게는는 의논도 하지 않고 나의 판단으로..
그리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안부 인사드리고 코로나에 대한 상황 이야기하고 ( 울 회사도 자기야 회사도 코로나 확진자가 늘고 있다는 등등..) 기타 등등 잡다한 안부 인사를 하고
제일 중요한 내용
나 : 어머니 날이 너무 더워서 체력이 떨어질 텐데 오늘 돈을 조금 보냈으니 아버님이랑 장어라도 드시러 가세요
어머니 : 안 보내도 되는데 뭘 고맙게 시리 …(말은 그리 하시는데 좋아하 하시는게 느껴짐)
안 그래도 오늘 너희 아버지 병원에 검사받으러 갔는데 장어 먹으러 가자면 좋아라 하실 거야
장어가 워낙 비싸야지 한 사람에 만 엔은 하니까..
나 : 네 어머니 두 분이서 장어 드시고도 남을 테니까 장어 드신 후 멋진 카페 가서 달달한 디저트까지 드세요
어머니 : 그래 오늘은 장어 먹으러 가야겠네 ㅎㅎㅎ
시댁이 있는 나고야는 ひつまぶし( 히쯔마부시)라고 해서 장어 덮밥이 아주 유명하다
우리가 나고야에 갈 때마다 항상 먹는 메뉴 중 하나다
모든 가게가 그렇듯 점심보다는 저녁 메뉴가 더 비싼데 6, 7천엔 정도면 저녁 메뉴로도 먹을 수 있는데 일 인당 1만 엔이라면 꽤나 좋은 집에 가실 모양이다
울 시어머님은 그렇다
안 먹고 말지 한번 맘먹고 외식을 가면 아주 좋은 곳으로 가시는 스타일이시다
재료의 산지를 비롯한 품질을 피곤할 정도로 따지신다
한 번을 먹어도 제대로 비싸도 몸에 좋은 재료로 ….
나는 1만 엔짜리 장어 덮밥을 못 먹어도 시부모님은 드시고 힘내시게 해야지 하는 착한 며느리 코스프레하느라 오늘 돈 좀 썼다 ㅋㅋ
한국처럼 일본도 초복 중복.. 이런 게 있다
한국은 복날이 삼계탕을 먹는다면 일본은 복날엔 장어를 먹는다
장어가 일본에서는 스태미나 요리 NO1으로 친다
장어 전문점 가면 최하 5천엔 이상이고 마트에서 파는 장어도 국산은 작은 것도 3천엔 정도 하는데 그나마 국산은 잘 없다 마트에 파는 장어의 70%는 중국산인데 중국산도 1500엔 좀 크다 싶으면 1800엔 정도 한다 ( 지역마다 다를 수 있는데 울 동네 마트의 경우 임, 그리고 마트도 브랜드에 따라 조금 더 싼 마트가 있고 체인형 대형 마트는 좀 더 비싸다)
여름 고령의 시부모님에게 최고의 보양식은 단연 장어다
시어머니에게서 라인이 왔다
저녁에 바로 장어를 드시고 오셨다고 한다
맛있게 잘 드셨다고 ㅎㅎ
항상 고맙게 생각하신다고..
난 시부모님께 잘하고 싶고 잘 지내고 싶다
난 어릴 적 꿈이 형제 많은 집 맏며느리가 되고 싶었었다
어린 시 동생들이 형수님 형수님 하면 얼마나 귀여울까 싶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울 엄마 왈
” 가시나 미쳤다. 니는 절대 장남한테 시집 사지 마라 “
울 엄마가 딱 그랬다 형제 많은 집 맏 며느리!
엄마 시대의 시집 살이란 게 녹녹하지 않았을 테고 당연히 고생하셨다
하지만 울 엄마는 내가 생각했을 때 좋은 아주 좋은 맏며느리였던 것 같다
난 을 엄마가 좋은 며느리였음을 인정!
물론 옛날 어릴 적 철없을 때의 생각이다
지금은 당연히 울 엄마랑 생각이 같다 ㅋㅋ
제대로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감히 형제 많은 짐 맏며느리란 그런 말을 할 수가 있겠는가 ㅋㅋ
아무리 철없었을 때라고는 하지만 형제 많은 집 맏며느리가 되고 싶다고 하던 여자였는데 맏며느리 노릇은 제대로 못 하더라도 시부모님께 잘하고 싶고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지금은 동경과 나고야라는 꽤 먼 거리로 떨어져 살면서 며느리 노릇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고작해야 전화해서 목소리 들려 드리고 라인으로 안부 전하고 머니 머니 해도 머니가 최고라고 가끔 머니를 보내 드리는 걸로 며느리 노릇 다 하는 척하고 있다
제사가 있나 동서와 눈치 작전할 일 있나 한국 정서로 생각하면 며느리 노릇 거저 하고 있다
친정 엄마랑 전화 통화를 하면 울 친정 엄마가 항상 하는 레퍼토리
“ 시어른께 잘해 드려라 “
울 엄마는 내가 미덥지 못 한지 항상 시부모님께 잘 하하고 하는데
“ 엄마 걱정하던 말어. 내가 누군데.. 엄마 딸이잖아. “
처음 우리가 결혼이란 걸 한다고 했을 때 우리 집에서도 시댁에서도 달가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집에서도 사위를 이뻐하고
시댁에서도 며느리를 이뻐해 주신다
내가 가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 어머니 그때 우리 결혼 반대하셨잖아요”라고 하면 울 시어머님 미안 해 하시며
“ 그때는 내가 널 만나기 전이잖아 너에 대해서 몰랐지..”
그랬다
그때는 두 집 다 탐탐치 않아하셨는데 지금은 이뻐라 하시고 좋아라 하신다
앞으로도 이뻐라 하시고 좋아라 하시게끔 잘하고 또 잘 살아야지
언제까지나 이쁨 받는 며느리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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