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는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한다
엄마가 한국사람인데 한국말도 안 가르치고 뭐했냐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나름 이유가 있었다
핑계아닌 핑계를 대자면
히로가 유치원때까진 집에서
한국말 일본말 섞어서 말했었다
히로의 첫 사회생활인
유치원에 가게 되고 친구들이랑 놀게 되면서
한국말 하길 거부 했었다
말 해도 친구들이 못 알아 들으니 말 하길 싫어했었고
심지어는 자기야랑 내가 한국말로 이야기 해도
잘 못 알아 들으니
"엄마 일본말로 해!"
라고 했었다
그떄 난 일본 초등학생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는 일을
6년 정도 하고 있을 때였었다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며
알게 된 사실 중 하나
성인이 아닌 초등학생이다보니
본인이 한국말을 배우고 싶어서 배우는 아이들이 아니라
대부분은 그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칠려고 억지로 학원에 보내는게 현실이었다
그러다 보니 한국어를 배우는 아이들의
목적의식도 흐렸고
그러다 보니 몇년을 공부해도
제자리 걸음 ...
어떤 아이는 억지로 배우다 보니
한국말이 싫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목적의식이 없으면 몇년을 배워도 소용이 없고
심지어는 한국말에 대한 거부감이라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그런 저런 이유로
유치원때 히로의 한국말 사용 거부에
나와 자기야는 과감한 선택을 했었다
싫다는거 억지로 시키다 오히려 아이가
한국말에 대한 거부감 생기는 것 보단
자기가 하고 싶을때 까지 그냥 두자라고 ...
우리 부부는 히로에게 억지로 강요 하기 보다
히로 스스로에게 맡기자는 걸로 결론을 내렸었다
이제 히로는 중학교 졸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젠 의무교육 끝 !
고등학생이 되면 모든 결정은
자기 책임이라 생각한다
그런 히로가 중학 졸업을 앞두고
드디어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자기가 가르쳐
내... 내가????
자기는 뭐 하고 ?
하긴 이상하긴 하다
한국어 강사 경력이 있는 한국 엄마는
뒷짐 지고 있고
서투른 일본인인 자기야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라니 ..
나도 다 잊어 버렸는데..
내가 공부 해야 할 판인데
내가 어떻게 가르쳐
자기가 공부 해서 가르치면
일석 이조고 좋네 뭐 .
????? !!!!!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집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자기가 가르쳐야지
내가 가르치다보면
혈압 올라서
히로랑 나랑 사이 나빠지게 된다니까 ..
ㅋㅋ 그건 맞는 말이네 . ㅋㅋㅋ
내 성격을 잘 아는 울 자기야
가정의 평화란 말에 급 인정하고 만다
연애시절 자기야가 나에게 한 말이 있다
자기는 평소엔 넘 다정하고 사랑이 넘치는데
한국말 가르칠땐 사람이 달라져
내가 그렇다
가르칠땐 사람이 급변해
호랑이 선생님이 되고만다
왜 그런말도 있잖아
남편이 아내에게 운전을 가르치다 보면
꼭 부부싸움을 한다고..
정말 공감 되는 말이다
한국어를 가르칠땐
호랑이 선생님이 된다고 하지만
내가 가르치던 아이들에겐 나도 자상한 선생님이었다
왜냐면
감정이 개입 되지 않으니까 ..
아무래도 자기 가족에겐
감정이 개입이 되니
점점 목소리는 커지고
급기야 우리집 가정의 평화가 깨어질게 물 보듯 뻔하다
( 자랑은 아니지만 내 성격상 분명 100% 확신한다 )
가정의 평화란 말에
자기야가 나서기로 했다
히로의 한국말 공부도 중요하지만
우리집 가정의 평화가 최우선이니까 ...
히로는 한국말 기본적인건 알아 듣는다
간단한 말도 하고
그런데 글은 전혀 모른다
안 가르쳤으니까
그래서 첫 수업은 자음 모음 외우기
가나다라마바사 ......
제일 어려운 부분이 ㅓ 와ㅣ ㅗ의 차이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ㅓ가 안 된다
첫 수업 결과 히로는
어. 버. 서 오 ..보 소 이렇게 하나씩
읽으라 하면 잘 구분을 못한다
어랑 오랑 뭐가 다르냐고 ..
그런데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이렇게 단어로 나열해 읽어보라 하니
그건 또 된다
이젠 시작이니 난 그냥 지켜 보기로 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말이지 ...
고등학교 입학을 하면 바빠지고
중학교때보다 더 시간이 없겠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씩
자기야랑 히로의 수업을 계속 해 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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