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본에 처음 왔을때는 꽁꽁 닫혀 있을것만 같았던
한일 문화교류가 막 시작할떄쯤이었다
한일문화개방과 함께 겨울 연가가 히트를 치고
한 일 월드컵 개최를 눈 앞에 둔
한국과 일본과 사이좋게 지내기 시작 한 때
지금 생각해 보면 난 참 운이 좋았던 것같다
모르긴 해도 몇 년 먼저 일본에 왔다면
알게 모르게 차별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오늘은 아주 오래전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내가 일본에서 20년 가까이 살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 중에서 잊혀지지 않는 작은 소녀의 이야기를 ...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에 재한 관심이 한창 높았을때라
시민센타 공민관(한국에서라면 구청 문화센타같은 곳)
그리고 초등학교에 한국 관련 강의를 많이 다녔었다
그 당시 내가 살았던 시는 시의 정책중 하나가
국제교류었기 때문에 국제 교루 관련 사업이 활발했던 곳이다
지역 초등학교에 종종 한국관련 (문화 생활 요리 등등 ..)
강의를 다녔었다
2000년초
일본 초등학교에서 한국강사일을 할때 였다
그날을 초등학교 5학년 수업이었다
4시간에 걸친 수업이었기 때문에
수업 준비부터 끝나고 교장 선생님과 면담등등
하루 종일 학교에서 시간을 보냈던 날이었다
강당에서 5학년 전 학년이 모여서 하는 단체 수업
이날의 수업은 한국을 알리기 위한 문화 강의였다
4시간에 걸친 한국에 대한 종합 수업이었기 때문에
한복을 차려 입고 하는 수업이었다
강당에 걸려 있는 만국기
자세히 보면 한국 태극기가 없다
바로 옆 나라 제일 가까운 이웃 나라인데 말이지
만국기에 태극기가 없으니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태극기를 그려 칠판에 붙여 놓았다
그 당시엔 그랬다
한일 문화 개방이 되기전에 만들어진 만국기에는
한국의 태극기가 없었다
2002년 원드컵 공동 개최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그 이후에 만들어진 만국기에는 당당히 태극기가 펄럭인다
2000년 초등학생들은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수도가 어디인지
전혀 모르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애들은 일본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알고 있는데
일본애들이 한국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는게
그 당시 나에겐 충격이었다
어떻게 모를수가 있지??
저 학년이라면 모를까 초등 5학년이면
바로 이웃 나라인데 아는게 당연한게 아닌가?
초등 5학년이 한국이 어디있는지도 모를 정도라니 ....
수업 제일 처음에 하는게 한국이 어디 있는지 아느냐는 질문이다
아이들에게 한국이 어디인지 아는 사람 하고 물으면
침묵 ....
여러분들은 매일 적어도 하루에 한번은 한국 지도를
보고 있어요
TV를 보다보면 매일 내일의 날씨를 알려주는
일기예보를 하죠
그 일기 예보를 보면 일본 지도가 나오죠
바로 여기 일본 바로 옆 큐슈 윗쪽에 보이는
이 곳이 바로 한국이에요
일본에서 제일 가까운 이웃나라
일기 예보때 반드시 나오는 나라
바로 여기
그렇게 아이들에게 한국의 위치를 설명했었다
처음 한시간은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
그리고 나머지 두시간은 한국의 놀이 문화로
제기차기와 윷놀이를 소개하고
아이들과 직접 제기차기와 윷놀이를 하며
한국의 놀이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수업을 하였다
마지막 한시간은 아이들의 궁금증을 해결 해 주는
질문 시간
의외로 아이들이 윷놀이를 아주 좋아했다
윷놀이의 룰을 설명하는데 진짜 고생했지만
어찌 어찌 알아 들어 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점심도 아이들이랑 함께먹고
하루 종일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서인지
아이들과도 스스럼없이 나에게 다가와 주었다
수업이 거의 다 끝나 갈 무렵
얌전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나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아무말 못하고 부끄러운듯 내 주변을 맴돌기에
내가 허리를 굽혀 키를 낮춘후
무슨일이야? 라고 물으니
손으로 입을 살짝 가리고 나에게 귓속말로 속삭인다
다른 사람이 들을까 주위를 주리번 거리며
아주 작은 소리로...
김선생님.
우리 할아버지도 한국 사람이에요..
일본 초등학교의 만국기에 태극기가 없던 시절이다
아직 한일의 문화 개방이 되지 않았던 때
은근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이 심하던때
아이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을
누가 들을까 조용한 목소리로 귓속말로 나에게 소근 소근
한 5초 정도 난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자기의 비밀을 오늘 처음 본 한국인인 나에게
조용히 밝히는 5학년 여자아이에게
이 아이에게 난 무슨 말을 해 줄어야 할까 ?
난 우선 얼굴에 활짝 웃음을 지었다
아주 아주 활짝
그리고 나도 허리를 낮춰 아이의 귀에다 소근 소근
우와.... 진짜?
정말 대단한데...
그래서 이렇게 이뻤구나...
좋겠다
할아버지가 한국분이어서..
머뭇 머뭇 아주 조삼스럽던 작은 소녀
그때서야 아이가 얼굴에다 활짝 웃음을 띠었다
그리곤 이번엔 귓속말이 아닌 나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김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리곤 활짝 웃으며 친구들이 윷놀이를 하고 있는곳으로
뛰어가는 조그만 여자아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아마도 한국 선생님이 온다고 하니
며칠간 그 아이는 설레었지 싶다
할아버지 나라가 어떤 나라일까?
그리고 4시간을 함께하며 자기 할아버지가
한국인임을 나에게 말할 용기가 났을 그 아이...
2년간 일본 초등학교에서 한국강사를 하며
제일 기쁘고 흐뭇했던 날이었다
2000년 초반 아주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그리고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일본 사람들을
만나 왔지만
아직까지 그 작은 소녀가 잊혀지지 않는다
이후 2002년 월드컵이 있었고
겨울 연가라는 드라마가 히트를 치고 K - POP이
일본을 휩쓸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한국말을 배우고
한국 노래를 부르며 한국 음식을 먹는 일본이다
그 작았던 소녀 지금은 대학에 입학했을 나이다
지금은 그 아이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귓속말로 소근소근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할아버지가 한국인임을 말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할아버지의 나라인 한국말을 배워
유창하게 한국말을 하고 있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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