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점점 변해간다

일본 남자랑 결혼하고 산지 올해로 19년째이다 

울 부부의 첫부부싸움은 결혼후 한국에서 1년쯤 살다 일본으로 와서 였다 

한국 살림을 다 두고 와서 

 일본에서 모든 살림을 다시 준비할때였다 

울  자기야  일본으로 와서 갓 입사를 해서 

아직 경제적으로 어려울때였다 

절약 절약 또 절약을 하면서 살림을 장만하는데 

다른건 다 양보해도 냉장고만큼은 내가 양보가 안되었다 

김치도 만들어 넣어야 하고 한국에서 가져오는 이런 저런 식재료를 

넣어 두려면 역시 냉장고는 커야 한다는 내 의견 

둘이 살면서 매일 매일 마트가서 장 보면 되지 

왜 냉장고가 커야 하는 자기와의 의견 차이 

결국 살림을 사는건 나니까 내 의견대로 큰 냉장고를 사기로 했는데 

19년전 그때만 해도 일본은 큰 냉장고가 잘 없었다 

나는 냉장고 성능이랑 언제 배달 되는지 등등 

물어 볼게 산 더미인데 그때는 내가 일본어를 잘 못 할때라 

자기야에게 이것 저것 물어 보라 부탁을 했건만 

소심한 이 남자  점원에게 그걸 못 물어 보는게 아닌가 ?

빨리 물어보라는 나.. 

그걸 못 물어보는 소심하고 부끄럼 많았던 남자

 점원이 바쁜거 같은데 뭘 물어 보냐 그냥 사면 되지 하는 자기야 

그렇게 첫 부부싸움을 냉장고 때문에 한바탕 했었다 

내가 이런 남자를 맏고 평생을 살아냐 하나 싶어서 ..

지금이야 내비게이션이 있어서 아무 문제가 안되지만 

그때는 어딜갈려다 길을 모를때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 보라는 나 

그걸 못 물어보는 자기야였다 

그랬는데 너무나 소심하고 용기가 없었던 울 자기야가 

변했다 

히로가 초등학교때  치아  교정을 하는 히로 치과에 가야 하는날 

내가 근무인지라 자기야에게 

히로의 교정치과 가는걸 부탁했었다 

교정치과에 다녀온 자기야가 하는말 원장이랑 한판 붙고 왔단다

  자기 왜 그래. 좀  참지...

자기 그러고 오면 다음에 나 갈때 불편해서 어떡해 

치료중 병원 옮길수도 없고 

먼저 낸 보증금 돌려 주지도 않는단 말야 

내용인즉 이랬다 

교정중인 히로 아직 완전히 영구치가 자 자리 잡은게 아니라 

영구치 자라는것을 보면서 조금씩 치아와 치아 사이를 연결해 가고 있는 중이다 

윗 치아는 다 연결이 되었고 (여기까진 문제 없었고..)

아랫치아 연결 중인데 치아와 치아를 연결하는 장치

그게 자꾸 떨어진다 

두달새 벌써 세번이나 떨어졌다 

그떄마다 스케쥴 조정하며 그 먼거리를 달려가야했다 

시간 낭비에 돈낭비에 몸은 피곤하고...

  

히로가 다니는 병원은  집에서 차로 40분 정도 가야 하는 꽤 거리가 멀다 

잘 한다 입소문이 난 병원인데다가   워낙 손님이 많다 

일을 하고 있는 나의 시간과 히로의 시간을 맞추고

병원의 예약 스케줄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환자측 사정으로 예약 캔슬을 하면 캔슬요금까지 받는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자기야가 병원측에 왜 자꾸 장치가 떨어지냐 

안 떨어지게 잘 좀 해 줄수 없나라고 했다고 한다 

그 한마디에 원장이 대뜸 

히로가 앞에 있는데 히로를 가르키며 

우리는 아무 문제가 없다. 지금까지 이 일을 해 오면서 이런 일은 없었다

이 아이가 문제다 

이 아이가 문제다 !  그것도 히로 앞에서 히로를 가르키며.. 

 이 대목에서 자기야 열 받았다 

자기야 히로에게 좀  나가 있으라 하고 히로가 나가자

본격적으로 자기야와  원장과의 한판이 시작 되었단다 

결국은 그 바쁜 원장 선생님 다음 손님기다리게 하고 

면담실로 가서 1시간 독대를 했다고 한다 

히로가 다니는 교정 치과는 실력 좋기로  꽤 유명한 병원이다 

그래서 비싼 돈 내고 여러가지 불편한점 감수하며 다니는 것이다 

원장님도 이렇게 까지 강하게  나오는 손님은  처음이었나 보다 

자기야가 치료에 대한 지적을 하자 자존심이 상했나 보다 

그래서 자기들은 잘못 없고 이 아이가 문제라 했고 

거기에 지지 않고 따지고 드니 결국 원장 입에서 나온 소리는 

지금까지 히로 담당했던  담당자가 지난달 그만 두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는데 연락해서 알아 보겠다

그리고 이런것을 말해 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말해 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여러가지 알려 달라 

그리곤 돌아나오는 자기야에게 칫솔 세개를 감사하다고 건네 주더란다 

칫솔을 받아들고 집으로 와 왜 분란 만드냐고 핀잔 주는 나에게 

할 말 다 하고 와서 기분 좋다며 밝게 웃으며 

자기 잘했지하면서 나에게 자랑하는 자기야!

그렇게 십수년을 살다보니 이제는 모든게 달라졌다 

자기야는 대학 졸업후 미국에 2년 한국에 1년

 (말 그대로 학생 신분과 백수 신분의 생활이었다)

그리곤 스물다섯 이른 나이에  나와 결혼해서 첫 사회생활 

모든게 자신감 없었던 자기야였다 

지금은 회사에서니 집에서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반면 이것 저것 따지기 좋아하고 한국에서 꽤 괜찮은 회사

 비서실 근무하며 눈은 높을대로 높고 콧대가 하늘을 

찌르던 나는 모든걸 조용조용 트러블 안 일으키고 살아가는 

일본이란 환경 속에서 점점 소심해져가기만 한다 

지금은 자기야가 이것 저것 따지고 묻고 

난 그런 자기야를  뭐 그런걸 묻냐고 말리는  편이다 

오늘도 또 그런 비슷한 일이 있었다 

 자기 왜 그래? 

전엔 안 그랬는데 요즘 점점 싸움닭이 되어 가는것 같아 

좋은 게 좋은거라고 좀 참아 

 아니 언제라도 된다고 하고선 

내가 일요일로 하자니까 일요일은 안된다고 하잖아 

그래서 왜 안되냐 아무때나 된다고 했잖느냐고 한거지 ..

납득이 안되는건 물어 봐야지 

 아니 물어 보는게 내가 뭐라 하는게 아니라

좀 더 부드럽게 물어 보라고..

부부는 살면서 닮아간다고...

닮아가는게 아니라 환경에 따라 변해 가는것 같다 

결혼초 아무것도 없었던 자기야는  소심했고 

많은걸 가졌던 난 자신감 충만 

그리고 지금 회사에선 집에서나 점점 자신감 충만해지는 자기야와 

일본에서  살아가면서 점점 일본 여자 처럼 

소심하게 변해 가는 내가 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