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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닝/만들기

하면 되더라

by 동경 미짱 2018.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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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으로 부터 한보따리 받았다 

받아 온 것들을 집에 가져다 내려 놨더니 울집 여수 모꼬짱이 

무슨 냄새라도 맡았는지 킁킁거린다 

모꼬 니꺼 아니야 저리 가 

그런데 오늘은 지인으로부터 무엇을 한보따리 받았을까?



지인집 마당에서 직접 키운 

아니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시어머니까 직접 키운 유자 

그리고 귤 



나를 만난다고 아침 먹고 뒷마당으로 나가 

사어머니가 정성스에 키운 유자를 직접 언니가  따 왔다고 한다 

유자 잎까지 그래로 달린 싱싱한 유자


우리집에도  한그루의 유자 나무가 있다 

그런데  우리집 올 해 유자 농사는  흉작 중에도 대 흉작이다 

봄에 유자 꽃이 아주 많이 달렸었다 

많이 달린 유자꽃을 보며 올해도 풍작이겠구나 싶었다 

 많이 많이 달린 유자 꽃들에게 영양분을 듬뿍 줄까하고 

홈센타에서 유기농 영양분을 사다가 듬뿍 뿌려 주었다 

그런데 그게 너무 과했었나 보다 

잘 자라던 유자 나무 30%정도가 마르기 시작하더니 

주렁 주렁 하얀 눈꽃처럼 작고 앙증맞은  유자 꽃들이 

뚝 뚝 떨어져 버리더니 결국 남은건  달랑 3개!

그나마 다행인게 말라 가던 가지를 급히 잘라주었더니 

유자나무가 기적처럼 회생을 했다는거다 


욕심이 너무 과해  듬뿍  준 유기농 영양분이 독이 되었었다 

달랑 3개 달린 유자를 보고 아쉬웠는데 

언니가 준 싱싱한 유자 한 보따리에 울집 유자흉작의 아쉬움을 달랠수 있었다 



귤도 잎이 그대로 달려있다 

새콤 달콤한 귤 냄새에 또 다시 다가와 킁킁거리는 울 모꼬짱 



유자가 크기도 큰데  양도 좀  많다 

귤이야 하나 둘 까 먹다보면 금방 없어지겠지만 유자는 ...  

언니가 일부러 싱싱한 것을 주고 싶다고 

아침부터 직접 따 왔는데 하루라도 그냥 두기엔 언니에게 미안해서 

저녁에 바로 유자 손질에 돌입


내가  싱싱한 유자로 만드는 것은 유자청이다 

사실 언니에게 유자를 받을때 

 언니 유자가 너무 많아요

 많긴 뭐가 많아 . 목욕할때 욕조에 넣어 봐 

우리집에서 욕조에다 넣는데 향이 얼마나 좋은데 ..


헐 .. 이 싱싱한 유자를 욕조에 넣고 목욕을 ...

아깝게시리 내가 귀부인 마나님도 아니고

 이 싱싱한 유자를 어떻게 욕조에다가 ..


역시 난 유자청을 만들기로 했다

당연히 유자청은 만들어 본 적이 없다 

태어나서 처음 만들어 보는 유자청 이다 



반으로 잘라 포크로 씨를 발라내고 

껍질은 채 썰고 과즙은 믹서로 곱게 갈아 주었다 



보통 유자청은 유자랑 같은 비율로 설탕이 듬뿍 들어가지만 

난 설탕은 하나도 안넣고  대신 꿀을  듬뿍 넣고 만들었다 

말 그대로 꿀 유자청을 만들었다 



열탕으로 소독한 유리병에  넣어보니 한병 가득 나왔다 

꿀을 듬뿍 넣고 만든 꿀 유자청으로 

올 겨울엔 새콤 달콤한 꿀 유자차를 마실수 있다고 생각하니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가끔 내가 지금 한국에 살고 있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마도 유자청 같은건 만들지 않을것 같다 

아니 만들지 않을것 같다가 아니라 만들 생각조차도 안 했을것 같다 

오늘처럼 이렇게 유자를 받으면 친정 엄마에게 

갖다주면 엄마에게 만들어 달라고 하지 않았을까?

한번도 해 보지 않았던 것들을  타국에 살면서 해 내는 나 자신이 

가끔 대견스럽기도 하다 


울 친정엄마는 내가 처음에 일본 왔을때 

애지 중지 집안 일을 일절 안시키고 키운 막내딸이 

밥이라도 해 먹고 사는지 걱정할 정도로 일본에 오기 전의 난 

아무것도 안 해 봤고 또 못 했었는데 

막상 일본에 오게 되니  친정 엄마도 없고 주변에 누가 도와 줄 사람도 없으니 

어쩔수 없이 내가 할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고 

그러다 보니 이젠 별의 별걸 다 한다 


그러다 알게 된게 

 못 한다가 아니라 안 하는거라는것 

누구나 할려고만 하면 다 된다는것  


한국에서 밥 한번 안 해 보고 살았던 내가

삼시세끼는 물론  

남편과 아이 도시락까지 만들며  모과청 석류청 유자청 

별의 별 청을 다 담그며 잘 살고 있는걸 보면 ..

일본 와서 살아보며 느낀점 

하면 되더라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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