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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일상 /사람들..

직장후배 엄마에게 받은 짧은편지

by 동경 미짱 2020.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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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후배 유미꼬상과 친하게 지내게 된건 불과 반년도 안된다 

                     하는 일이 연관이 없으니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내는 사이였다 

유미꼬상이 입사한지 9년째다 

9년동안  내가 알고 있는 유미꼬상은

나보다 한살 어리고 히로랑 같은 나이의 딸이 있고 

나는 아들 하나 유미꼬상은 딸 하나

그런 공통점이 있어서 가끔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였다 

내가 유미꼬상에 대해 알고 있는건 이게 전부였다 


그러다 6개월전부터  연수겸 케이크부로 이동

같이 근무한지 6개월째이다 

같이 근무를 하다보니 유미꼬상에 대해서 자연스레 조금씩 알게  되었다 

알고보니 사연이 많은 유미꼬상이다 

나는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일이 좀 서툴고 못해도  열심히 하는 사람을 평가하는 편이다 

유미꼬상이 그런 사람이다 

일은 좀 서툴지만  아주 아주 열심히 하는 사람  

열심히 하는 것에 비해  아쉽게도 그 결과가 잘 안나오는 사람이다 

열심히 하는 유미꼬상이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꼼꼼하게 몇번이고 같은걸 반복해서 일을 가르쳐 주고

 다른 직원들이 알려 주지 않는 작은 것들까지 다 알려 주는 편이다 


직원들 중에는 요령이 없는 유미꼬상에게 고압적인 명령투로 

일을 시키는 직원도 있고 근무중 단 한마디도 말을 걸지 않는 직원도 있다고 한다 

물론 근무시간에 수다는 필요없지만 

업무에 관한 것도 말을 안해주며 은근 괴롭히는 직원이 있다 


자연스레 유미꼬상은 나를 따르고 

매니저에게 다른 사람들은 일을 잘 가르쳐 주지 않는데 

미짱은 친절하게 잘 가르쳐 주니 근무 시프트를 

미짱이랑 같이 해 달라고 부탁을 했었나 보다 

그래서 근무날이 거의 나랑 같은 날이다 


며칠전 유미꼬상이 나에게 다까나 (갓) 를 먹느냐고 물어 보더라 

당연히 먹는다고 했더니 

오늘 유미꼬상 엄마가 담궜다는 다까나(갓) 절임을 가지고 왔다 



유미꼬상네 텃밭에서 유미꼬상 아버지가 키웠다는 

말린 고추랑 



일본식 갓 절임이 들어있었다 

일본식 갓절임은 소금에 절인것인데 

한국 김치도 햇김치가 있고 묵은지가 있듯 갓 절임도 그렇다 

오늘 받은 유미꼬상 엄마가 절인 갓 절임은 묵은절임이었다 

짠 맛이 강해서 물에 담궈 소금기를 뺀후 

볶아도 되고 참기름이랑 깨를 넣고 조물조물 무쳐도 맛있다 

갓 절임은 오니기리(삼각김밥)의 속으로도 인기가 많은 편이다 



갓절임과 함께 유미꼬상 엄마가 나에게 쓴 짧은 편지가 

함께 들어 있었다 

유미꼬상이 엄마를 닮았나 보다 

유미꼬상 엄마의 글이 아주 끝내준다 

딸인 유미꼬가 신세를 지고 있다고 고맙다고 하는 

일본인들이 흔히 하는 인사치레 말이다 

유미꼬상 엄마를 한번도 만난적도 없고 한데 아무리 인사치레 글이지만 

직접 짧은 편지까지 받았다 

별로 유미꼬상에게 해 준것도 없는데 ...


그런데 유미꼬상의 사정을 잘 아는 나로썬 유미꼬상 엄마의 

마음을 알것 같다 

유미꼬상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요즘 많이 힘들다 

유미꼬상 엄마가  요즘 많이 힘든 딸이

회사 근무라도 맘 편히 하라고 한번도 만난적도 없는 나에게 

갓절임을 그리고 짧은 편지를 쓰신게 아닌가 싶다 

유미꼬상의 사연을 일일이 나열할수는 없지만 

유미꼬상이 유미꼬상 엄마의  아픈손이다 

그 사연을 알기에 어찌보면 일본인들이 흔히 하는 형식적인 

인사 편지지만 유미꼬상 엄마의 짧은 편지의 

무거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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