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친한 언니는 아니었다
고작 얼굴 두어번 본게 전부다
고향이 나랑 같고 나 처럼 일본으로 시집왔고
꽤 부유한 시댁이었고 잘 먹고 잘 살았던 언니다
그렇다고 생각을 했다
아들 넷을 낳고 그 중 셋을 한국 대학으로 유학을 보냈다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언니가 먼 길을 떠났다고 한다
아직 50대 젊고 젊은 나이인데 ....
무슨이유인지 우울증을 앓았었다고 한다
집 근처에 한국 김밥을 파는 가게가 있다고 한다
남편에게 그 김밥이 먹고 싶으니 사 달라고 했다고 한다
남편이 사 온 김밥을 먹고 잠깐 바람 쐬고 오겠다며 집을 나섰다고 한다
그 밤 집에 돌아 오지 않았다고 한다
밤새 걱정을 하던 남편이 경찰서에 신고를 하니
인상 착의가 비숫한 사람이 있다고 ..
동경 23구 중심가에 살던 언니가 그 밤에
왜 요코하마까지 갔는지 .
왜 요코하마의 바다에서 발견이 되었는지 ...
밤에 바다에서 찾기가 어려웠을텐데
그나마 다행인게 어떤 대학생에 의해 발견이 되었다
그렇게 언니는 남편의 품으로 돌아왔다
장례식 ...
나야 얼굴 한두번 본 언니였지만 그 언니와
굉장히 친했던 언니 (내 블로그에 자주 등장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땅부자집 며느리인 한국 언니다
아마 내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들은 아 ! 그 언니 ! 라고
아실거다) 와 함께 다녀왔다
땅부자집 며느리 그 언니는 시어머니랑 함께 살고 있다
장례식을 간다고 하니
"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가족장으로 한다는데
사람들 안 부른다고 하던데 ,....."
가지 말라고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 않지만 가지 말라는 압력 !
평소같으면 시어머니 말을 너무나 잘 듣는 착한 며느리인데
타국에서 먼 길 떠나는 언니의 마지막 배웅을
꼭 해야겠어서 시어머니 말을 못 들은척 무시하고 나왔다고 한다
장례식에 가지 말라는 시어머니에게 차마 사실대로 말을 못하고
지병으로 먼 길을 떠났다고 거짓말을 하고 나왔다고 한다
아들 셋은 한국에 있고
친정 식구들 또한 한국에 있고
코로나 때문에 너무나 쓸쓸한 길이 될 것 같아서
안 갈수가 없어서 ....
역시나 한국에서는 아무도 오지 아니 못 왔다
아들 셋도 친정 식구들도 참석하지 않은 언니의 마지막 가는길 ...
세 아들들은 영상으로 엄마의 장례식을 지켜 보았다
남편은 많이 울었다
아내를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코멘트를 하면서 ...
잘 사는 줄 알았다
든든한 아들 넷에 돈 많은 시댁에
아들 셋이나 한국으로 유학까지 보내고
부러운 삶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뭐가 그 언니를 그렇게 힘들게 했을까?
며느리도 보고 손자 손녀들 재롱도 보고
앞으로 재미난 일들이 많고 많을텐데
50대 후반 ...
먼 길을 떠나기엔 너무 젊은데 왜 그리 서둘렀을까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의외로 우울증을 앓는 한국 언니들이 많은 것 같다
표면적으로 남 부러울것 없어 보이지만
타인이 알지 못하는 고민 거리가 있는걸까
아님 내 가족 내 나라를 떠나
타국 생활하는게 너무 힘들었을까 ?
타국에서 먼 길을 떠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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