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다면 긴 일본 생활이 어느새 24년째를 맞이 했다
나의 경우 일본이 좋아 일본에 와서 일본 사람을 만나 결혼해서 일본에 사는 경우가 아닌 한국에서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보니 그 남자가 일본인이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본에 들어와서 사는 경우다
25년 전 그때만 해도 한국은 한국 남자와 결혼하는 외국 여자에게는 동거 비자가 발급이 되는데 한국 여자와 결혼하는 외국 남자에겐 동거 비자가 발급이 되지 않았다
한국에 살고 싶었지만 결혼한 외국인 남편이 비자가 안 나오니 어쩔수 없이 일본으로 와서 살게 된 케이스다
아마도 그때우리집 자기야의 동거 비자만 나왔어도 난 절대 일본에 와서 살지는 않았을 거다
내가 일본에 온지 3년인가 4 년 후쯤에 한국 남자와 결혼한 외국 남성에게도 동거 비자가 나오게 되었는데 아마 그때 3, 4 년 한국에서 버텼다면 아마도 난 지금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살고 있었을 것이다
내 팔자가 한국에서 살 팔자가 아니었나 보다 ㅠㅠㅠ
그렇게 오고 싶어서 온 일본이 아닌 억지로 온 일본인지라 불안한 맘으로 시작한 일본 생활에서 만난 일본인중 한 명이 그 당시 50대였던 다케노우찌상이었다 (지금은 70대)
난 다른건 몰라도 인덕만큼은 타고난 것 같다
너무 좋으신 일본인들을 만나 ( 나쁜 사람도 많을 텐데 말이지 …) 차별받는다 무시당한다 생각 한번 하지 않고 24년을 이렇게 잘 살고 있으니 …
내가 만난 많은 일본인들중 단연 다케노 우찌씨가 제일 고맙고 감사한 존재다
그분을 만나지 4년째 쯤 되고서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거리가 꽤 멀어져서 1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인데
히로를
임신 했을때 친정 엄마가 한국에 있으니 챙겨 주지 못할 거라며 과일이다 뭐다 정말로 많이 챙겨 주셨고
히로가 태어 났을때
그리고 한살 생일. 두 살 세 살
매년 히로의 생일 선물을 챙겨 보내 주셨다
히로가 막 기어 다닐때쯤 이사를 왔는데 아이 데리고 이사하기 힘들 거라며 우리 집 까지 오셔서 이사가 끝날 때까지 히로를 봐주셨고 믿을 수 없겠지만 이사 선물로 소파까지 사 주셨다
생판 남인데
이사 선물로 쇼파를 사준다는 게 말이 되나?
난 지금도 왜 내가 그 분에게 그런 일방적인 사랑을 받았는지 아니 받을 수 있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난 진짜 뭔 복이 많아 이런 분을 만났는지 …)
그리고 매년 히로의 생일때마다 선물을 보내 주셨고
초등 입학식 졸업식
중등 입학식 졸업식
고등 입학식과 졸업식을 다 챙겨 주셨다
중학교 입학할때는 히로 교복 맞추는데 보태라며 자그마치 3만 엔이나 보내주셨다
친할머니보다 더 챙겨 주셔서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피 한방을 섞이지 않는 생판 남인데
그것도 한국 사람인데 왜? 라고 내가 묻고 싶을 정도다
아마도 전생에 나의 엄마였거나 아님 내가 전생에 그분 목숨이라도 구해 준 은인인가 그래서 그 빚을 갚으시는 건가라고 생각할 정도다
분명 나에게 일어 나고 있는 일이지만 이 인연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지 나도 모르겠다
말 그대로 무조건 주신다
무조건 적인 사랑이란게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내가 부담스러워 하며 주저하면 “ 받아도 된다 내 맘이다 “라고 하시며 내가 거절을 못 하게 그리고 그렇게 주시는 게 내게 실례가 되지 않을까 아주 조심스러워하셔서 내가 거절할 수도 없게 만드신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린 3월 19일 토요일
히로의 스무번째 생일 전날이다
저녁에 택배가 왔다
보낸 사람은 당연히 다케노 우찌상
올해도 히로의 생일을 잊지
않으시고 어김없이 선물을 보내 주셨다
히로의 스무번째 생일 선물!
넥타이!
손글씨로 직접 쓰신 히로의 생일 축하 카드
그리고 나에게도 메시지가 있었다
미짱 사랑하는 남편이랑 함께라고는 하지만 낯선 나라 낯선 곳에서 잘해 왔다고
히로도 성인이 되고 훌륭해! 박수!
아 …. 감동 ㅠㅠㅠㅠㅠㅠ
진짜 내가 전생에 이 분이게 뭔 짓을 한 건지
히로에게 생일 선물로 넥타이를
그리고 울 가족에게 쵸코렛을 보내 주셨다
https://michan1027.tistory.com/860
택배를 받자마자 그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다케노우찌상에게 카톡을 보낼 땐 다른 사람에게 보낼 때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너무 감사하면서도 너무 어려운 분이라 예의 바르게
틀린 글은 없나 보고 또 보고 확인을 하고 보내게 된다
일본분이지만 아무 혈연관계도 이해 관계도 없이 순수한 사람과 사람으로 만난 인연인데 마치
친정 엄마처럼 히로가 태어나기 전 부터이니 자그마치 21년 동안 변함없이 꾸준히 챙겨 주신다
한국에서도 그랬고 일본에 와서도 그랬고 50 평생 살아오면서 진짜 난 인복 하나만큼은 있는 것 같다고 늘 생각했는데 다케노 우찌상은 나의 인복 중에 끝판왕이다
전생에 내가 그분의 생명의 은인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생엔 무조건적으로 너무 받기만 해서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 다음 생에선 반대로 내가 그분에게 다 갚아야 하는 건 아닌지..
뭐 갚아야 한다면 당연히 기쁜
맘으로 갚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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