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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일상 /일본에서 일하기

출장 ... 가야할까 ...

by 동경 미짱 2021.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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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즈음 상사의 호출을 받았다
7월에 3주간 나고야 출장을 갈 수 있겠느냐는
갑작스러운 요청에 멘붕

며칠의 출장이라면 모를까 3주씩이나 꼭 가정 있는 사람이 가야 하는 건지 싶어서 이번 출장은 기간도 길고 하니 미혼인 사람들 중에 보내면 어떨까 제안을 해 보았다
돌아온 답은 오픈 준비와 함께 신입 사원 교육을 겸 해야 하는 일이니 아무나 보내지 말고 미치꼬상이나 나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보내라고 본사에서 콕 찝어서 내려왔단다
5월에 이미 미치꼬상은 4주간 북해도 출장를 다녀왔다 그러니 이번엔 내가 갔으면 좋겠다며 하지만 강제성이 있은 게 아니니까 거절해도 된다고...
지금까지 출장의 대부분을 미치꼬상이 갔었다
스무 살 이른 결혼으로 아이 셋이 다 성인이고 함께 동거하는 시부모님이랑 사이가 안 좋아서 한 지붕 아래서 밥도 따로 해 먹고사는 미치꼬상에겐 장기 출장이 스트레스로부터의 해방구가 되기도 해서 항상 출장은 자원을 해서 가곤 했는데 당연히 이번에도 본인이 가도 된다며 나섰지만 상사 입장에선 한 번도 출장을 가지 않았던 내가 가길 은근히 바라는 눈치였다
물론 강제성이 아니니 싫으면 안 가도 된다는 말을 붙이며.....
바로 가지 않겠다 답을 하면 끝날 일이었는데 본사에서 미치꼬랑 나를 콕 찝어서 이야기가 내려왔다니
그 자리에서 바로 거절할 수가 없었다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가득했던 나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장기출장이니 가족이랑 의논해 보겠다 하고 퇴근


가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괜히 심란해서 뒷마당으로 나가 작은 연못 앞에 쪼그리고 앉아 물고기를
멍하니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고 있으면서도 머리가 복잡하다

저녁에 우리 집 두 남자에게 의견을 물으니
3주간이 길긴 하지만 나 보고 알아서 하란다 ㅠㅠ
어? 이렇게 간단히 답을 내리다니 하루 종일 고민한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내가 출장을 고민한 이유는 가족들이 그 이유증 하나였는데 이렇게 간단히 해결이라니..
한편 조금 섭섭한 맘이 살짝 들었다
나 없이는 안 된다고 반대까진 아니더라도 난처한 척이라도 해 주지 내가 뭘 걱정한 건지 모르겠다

출장 고민의 또 다른 이유
이번 출장지는 본사에서도 기대를 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엄청 무지 바쁠게 뻔하다
비교적 바쁘지 않다고 했던 한 달 전 북해도에서도 미치꼬상에게 들으니 매일매일 4시간 잔업은 기본이었다고 한다
하루 12시간을 묵묵히 내 할 일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신입들 교육시켜가며 몸 혹사 머리 혹사를 해야 한다
하루 12시간을 이 나이에??
게다가 나는 보기엔 둔감해 보이는데 잠자리 바뀌면 쉬이 잠이 들지 못하는 지랄 같은 성격이다
그런 내가 3주간의 호텔 생활이라니....

또 한 가지 나의 사소한 걱정거리
왜 하필 무더운 7월이냐고?
우리 집엔 집 안에만 해도 크고 작은 화분이 20개 이상 있다
집 밖에도 물을 줘야 하는 화분은 30개 이상이나 있다
마당에 직접 땅에 심어진 식물들이야 어찌어찌 살아가겠지만 집 안팎에 있는 수많은 화분을 어찌할까 하는 문제다
우리 집 두 남자는 빨래나 화장실 청소 같은 집 안일은 곧 잘하는데 식물에겐 도통 관심이 없다
특히 우리집 자기야는 예전부터 전과가 꽤 있다
내가 지극 정성으로 키워 놓은 식물을 물 잘 주라고 부탁에 부탁을 하고 한국에 열흘 정도 다녀오면 싹 다 죽여
놓는 신기한 재주를 가졌다
그러곤 하는 말이 내가 부탁을 하니 특별히 신경 써서 물을 잘 줬는데 왜 죽었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대답...
그러니까 물만 주면 되는데 그걸 왜 다 죽이냐고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내가 지금껏 정성껏 키워 아끼고 아끼는 이 화분들이 몇 개는 죽어 나가는 게 눈에 보인다

그리고 7월이면 마당에 심어 둔 오이랑 고추 상추...
그리고 블루베리 라즈베리 블랙베리 등등
한창 수확을 해야 할 텐데 우리 집 두 남자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출장을 가면 올해 우리집 마당 농사는 시작도 해 보기 전에 망하는 거다

출장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에 별의별 시답잖은 이유를 다 끄집어 내고 고민 고민 고민...

출장을 거절하면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울 회사는 일단 본인이 결정할 결정권을 준다
게다가 난 승진 의사가 없다
오히려 난 1년 전부터 정사원을 그만두고 파트타임으로 쉬엄쉬엄 일을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물론 뉘 집 개가 짖냐는 식으로 완전히 무시당하고 있지만....
인사상 불이익이 있다고 하더라고 파트타임이 되고 싶은 나로선 아무 문제가 없다
이번 주 안에 답을 달라고 하는데 고민 고민 고민이다
3주간이라...... (아.. 길다)
4시간 잔업 확정이라....( 아..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피곤하다)
그리고 말이 3주이지 출장을 가 보면 연장을 하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다
신입 사원 교육이 그렇게 간단한 것도 아니고 신입사원의 성장이 느린데 내가 쏙 빠져나오면
일이 안 되겠다 싶으면 일 이주 정도는 연장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이 연장 또한 내가 거절은 가능하다
하지만 책임감에서라도 내가 가르친 애들이 일을 못해서 연장이 필요한데 3주간의 기간이 끝났다고 나 몰라라하고
돌아올 수는 없는 일이다
중년 아지매 체력적으로 견뎌 낼 수 있으려나도 걱정이다

생각이 참 많은 하루였다



: 그래서 나 출장 가 말어?
히로 : 그건 엄마가 정해야지
: 근데 히로야 진짜 조금 섭섭하다 말이라도 엄마 출장 가면 잔업도 해야 하고 힘들 테니까
가지 말라고 해야 하는 거 아냐?
히로 : 엄마 안 가면 미치꼬상이 가야 한다며? 미치꼬상만 가면 불쌍하잖아
(미치꼬는 내 블로그에도 자주 등장하는 회사에서 제일 절친인 동료라 우리 집에도 자주 놀러 왔었고
그래서 히로와도 잘 아는 사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도대체 너 누구 아들이니?)
: 근데 미치꼬는 출장 가고 싶어 한단 말이야
히로 : 그럼 가고 싶은 사람 가라고 하면 되지 뭐가 문제야?
: 음.. 정확히 말하면 미치꼬는 가고 싶다기보다 가도 된다는 입장이긴 하지만
근데 회사에서 엄마가 갔으면 한다니까 고민인 거야
내가 안 간다고 하면 결국 미치꼬가 가겠지만..
자기야 : 안 가도 되는 거면 가지 말고 어차피 언제 간 가야 한다면 말 나온 김에 이번에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우리 집 두 남자 당연히 출장을 반대할 거라 생각한 건 나의 대단한 착각이었다
회사에는 가족들과 상의를 하겠다고 했는데 상의고 뭐고 필요 없을 것 같다
그냥 내가 가겠다 한마디 하면 끝나는 상황
결국 하루 고민한 후 내 마음은 70% 간다는 쪽으로 기울었지만
이 삼일 나머지 30%의 맘을 정하기까지 좀 더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아마도 가게 되겠지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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