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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일상 /일본에서 일하기

나도 딸기 꼭지나 따고 싶다

by 동경 미짱 2021.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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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지만 출근을 했다
그리고 회의
회의라고  해서 형식을 갖춘 그런 회의는 아니었고
현장 실무진과 관리직과의 간이 회의였다
회의 주제는 10월초에 하기엔 조금 이른 크리스마스 대책회의 …
조금 아니 많이 이른것 같지만 일의 특성상 1년 중 제일 바쁜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10월에 하는 크리스마스 대책 회의가 이르다고 할 수도 없다
케이크 만드는 직업인지라 미리 만들어서 냉동이 가능한 크리스마스용 케이크 제작은 11월 중순부터 제작을 하기 때문이다
오늘 회의는 어떤 직원을 어떤 시간에 배치할까 하는 문제였다
관리직 3명과 그리고 현장 실무진으로는 나와 미치꼬상 두 명이 참석을 했다
상사 : 야간은 레이가 좋겠지?
: 레이는 작년에도 야간 했잖아 공평하게 돌아가며 한다고 했으니 올해는 내가 해야 하는거 아닌가..
작년에도 내가 한다고 했다가 막판에 레이로 바뀌었잖아
상사 : 그렇긴 한데 아르바이트를 50명 생각하고 있는데 레이는 혼자서는 일을 잘해도 아르바이트에게 지시하고 관리하는 건 맡길 수가 없어
미치꼬 : 그건 그래
레이가 야간이 좋을 것 같아
야간은  매장 신경 안 써도 되고 그냥 일만 하면 되잖아
: 나야 야간 안 하면 좋지만 …
상사 : 김상이랑 미치꼬상이 오전티 맡아 줬으면 해
미치꼬 : 우리 둘 다 오전 가도 되겠어?  오후는?
상사 : 오전에 중요한 일 다 책임지고
오후팀은 다음날 업무 준비 작업으로 가져 갈려고
아무래도 아르바이트생에게 지시하고 관리하면서 업무를 진행하려면 미치꼬상이란 김상이 오전팀 책임을 져 줘야 할 것 같아
: 우리 둘 다 오전팀 가면  오후팀은 넘 약하지 않아
리더 할 만한 애가 없잖아
상사 : 그렇긴 한데 내 생각엔 오전팀이 일을 다 끝내주길 바래 오후팀은 다음날 업무 준비하는 단순한 작업이니까 그 정돈 실비랑 하츠미에게 맡겨도 무리 없이 하지 않을까?
미치꼬 : 오전팀이 일을 끝내면 그렇긴 하지만
50명이나 되는
아르바이트생한테 일 가르치며 지시하며 일 할려면 전작 내가 해야 할일이 더뎌질 텐데 일을 끝낼 수 있을지가 걱정이야
딸기 씻고 자르고 준비하는데만 엄청 시간이 걸릴 텐데
..
상사 : 딸기  걱정은 하지 마
아르바이트생 동원해서  하루 종일 딸기 씻고 꼭지 떼고 할 테니까
: 작년이도 그랬는데 딸기가 우리 테이블 작업을 못 따라왔잖아
미치꼬 : 아르바이트 애들 자기들끼리 딸기
하라고 냅 두면 느려서 안된다니까
누가 같이 하지 않으면 안 돼
처음엔 열심히 해도 몇 시간씩 딸기 꼭지 따다 보면 나중엔 손도 느려지고 자기들끼리
수다 떨며 땡땡이친다니까
: 그럼 내가 딸기팀 할게
상사 : 무슨 소리야 김상이랑 미치꼬상은 무조건 테이블이지. 딸기팀은 가즈미랑 마에다 상 넣을 거야
: 난 딸기팀 하고 싶은데 …
미치꼬 : 아니 딸기팀은 내가 갈게
왜 가즈미랑 마에다만 맨날 편한 일 시켜
상사 : 딸기 경쟁이 치열한데 …ㅋㅋㅋ
근데 무슨 일이 있어도 둘은 딸기팀은 절대 안 되니까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마
가즈미랑 마에다는 테이블 업무 안되니까 어쩔 수 없어

( 물론 나도 미치꼬도 딸기팀이 진짜 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엔 딸기 꼭지 마 떼면서 편하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을 살짝 내 비친 농담이다 )
미치꼬 : 결국은 이번에도 나랑 김상이 덩탱이 쓰는 거네
상사 :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안 그럼 크리스마스 무사히  못 넘겨
나 : 어쨌든 그럼 난 이번에도 야근 안 하는 거네
상사 : 응 야간은 역시 레이가 제일 좋을 것 같아
나 : 그럼 야간 안 하는 거 내 의지가 아니니까 나중에 딴 말하기 없기

테이블 업무란 모든 케이크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 걸 말하며  아르바이트생에게 업무를 지시해해 가며 감독까지 해 가며 케이크를 만들면서 많은 인원수의 휴식 시간까지 현장에서 지시해야 하는 사령탑이다
그냥 지시만 내리면 되는 게 아니라 케이크를 만드는 작업을 해 가며 (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양의 케이크를 만드니 초 스피드로 일을 해야 한다) 많은 인원을 다 관리하며 매장까지 신경을 써야 하니 몸도 정신도 엄청 무지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업무가 상식을 넘을 만큼 많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테이블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현재 나, 미치꼬, 아야까 이 3명인데 아야까는 지금 출산 휴가 중이라 미치꼬랑 나 둘이서 해 내야 하는 업무다
고로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은 나 죽었소 ㅠㅠㅠㅠ 다

오늘의 임시 회의는
누구를 어떤 시간에 어떤 업무로 배치를 할지 매니저들과 미치꼬랑 나랑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는
회의였다
몇 년 전부터 야근은 공평하게 돌아가면서 하자는 말이
나왔었다
나는 그동안 한 번도 야근 근무를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매번  크리스마스 시즌이 오면 이번엔  김상 차례란 말이
나왔고 나 또한 하겠다고 하는데 막상 크리스마스 시즌 근무표를 만들다  보면 결국 난 야근에서 항상 배제가 된다  
물론 내 의견이 아닌 매니저 판단에 의해서다
야근은 누구라도 할 수 있지만 테이블을 맡을 사람은 올해는 나랑 미치꼬밖에 없으니 올 해도 난  역시나 야간에서 배제가 되었다

그러면서  공평이 어쩌고 저쩌고...

어차피 매년 나랑 미치꼬가 테이블을 책임지는 자체가 공평이 아님 무지막지한 불공평인데 

무슨 어울리지도 않는 공평을 논하는지 ..

야근근무에 공평 어쩌고 저쩌고 말이 난다면  내가 야근 할테니 제발 공평하게 돌아가면서 테이블을 하자고 

당당히 외치고 싶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나는 오후팀이었다
중요한 케이크는 오후 업무로 다 가져가서 작년에도 미치꼬랑 난 전쟁 같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보냈었다  그런데 올 해는 작전을 바꿔 오전이 중요한 케이크를 다 가져오고는 미치꼬랑 나를 오전으로 배치하겠다고 한다
미치꼬랑 남 결국 올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전쟁을 치르게 생겼다

일단 오늘 회의에서 얘기한 시프트를 기준으로 업무 양이 결정될 것 같다

업무를 마치고  퇴근길에 미치꼬와 난 회사 근처 카페에 들렸다
그리고 달달한  파르페를 먹으며 올 크리스마스 시즌을 잘 넘기자 뭐 그런 다짐의 시간을 가졌다

미치꼬 : 나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딸기 꼭지나 따면서 보내보는 게 소원이야  맨날 가즈미랑 마에다만 편한 일 시켜
아니 걔네들은 못한다면서도 넘 당당한 게 열 받는다니까 못 하는 게 자랑이야?
: 어쩌겠어 십수 년을 해 오고도 못 하면 못 하는 거야
자꾸 시키다 보면 발전하겠지 하는 건 오산이야
매니저는 그래도 어쩌겠냐고 계속 가르치며 키우라는데 사실 마에다상은 우리보다 선배잖아
가즈미도 그래 10년 넘게 가르쳤는데 더 이상 뭘 어떻게 가르쳐  
미치꼬 : 그러니까 화가 난다니까 …
: 어쩌겠어 방법이 없는걸 …
어쨌든 올해도 나나 미치꼬나 몸 상하지 않게 컨디션 조절 잘하자고.. 둘 중에 하나 쓰러지면 끝장이야
미치꼬 너 허리 조심하고 운동 좀 하라니까
미치꼬 : 운동은 너무너무 싫어서 못 해
그래도 요즘엔 좀 많이 걸으려고 노력 중이야


달달한 파르페를 먹으며 불평불만도 하고
또 그렇게 불평불만을 토 하면서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불평불만을 토 하면서 크리스마스 시즌이 대한 각오도 다지고 …..

벌써부터 아이고 이번 크리스마스도 죽어나겠구나 ….. 싶다
나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딸기 꼭지나 따면서 보내고 싶다
똑같은 월급 받으면서 누구는 딸기 꼭지나 따고 있고 누구는 테이블 책임지며  몸은 몸 대로 머리는
머리대로 굴려야 하고 ㅠㅠㅠㅠ
이래저래 불공평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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